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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 Sep 06. 2023

영어로 쓴 나의 첫 번째 책

출간 기념회를 마치고...



My English Travel & The Collection of My English Writing


  인쇄를 맡기고 며칠 후 드디어 따끈따끈한 새책들이 도착했다. ISBN을 받아 정식으로 출판되어 유통, 판매되는 책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책을 받아보고 진심으로 기뻐했다. 책도 나왔겠다, 작은 출간기념회를 갖기로 했다. 비록 가족들만 참가하는 진짜로 “작은” 출간기념회지만… 작아도 기념회는 기념회. 갖출 건 갖춰야 했다. 책 만들기로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이제 기념회까지 준비해야 하는 아이들. 하기 싫다고, 이제 그만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요. 웬걸, 아이들은 정말 작가라도 된 듯 사뭇 진지한 태도로 출간기념회를 준비했다. 그렇게 중학생 초보 작가님들은 책을 만들었던 과정과 책 내용, 출간 소회 등을 담아 발표자료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게 그저 숙제와 같은 일이었을 거다. 시키니까 하긴 하지만 귀찮은 일이었을 텐데... 그냥 읽고 쓰기나 연습하면 되는데 왜 이런 힘든 일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안 하면 안 되냐며 소심한 반항도 했으니까.

“책을 만드는 동안 지난 2년을 뒤돌아봤습니다. 나의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것을 느끼지만 아직도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만들며 느낀 점을 들어보니 다행이다, 하길 잘했구나 싶었다. 하기 싫다며 반항하고 억지로 하는 게 눈에 보일 때도 있었다. 사실 나도 ‘괜히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그냥 읽고 쓰기만 잘 가르쳐도 되는데…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수업 외의 시간까지 들여가며 이럴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있었다. 아이들은 정확하게 내가 의도했던 목적대로 배웠다. 아니 그 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책을 만들면서 여러 감정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처음에는 영어가 두렵고 싫었지만 지금은 싫지 않습니다. 두려움을 이겨낸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영어 학습을 꾸준히 지속할 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는 시험이다. 적어도 내게는 시험이 가장 큰 동기부여였다. 영어가 재미있다거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필요해서가 아니라 시험을 잘 보고 싶었기에 재미없고 하기 싫지만 꾹 참고 했더랬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시험만이 아니라 다른 동기를 갖게 하고 싶었다. 재미가 있어서 한다면 그야말로 제일 좋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좀 시간이 많이 걸릴 듯했다. 그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동기부여가 좋을 것 같았다. 나중에 – 학교를 졸업한 후 더 이상 시험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 나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었던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적당할 것 같았다. 이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큰 동기부여가 되지도 않았다. 유튜브를 통해 해외 영상을 본다거나 외국 여행을 갈 때 외국어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렇게 자주 있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외국인을 만나 영어로 대화할 일도 많지 않은 아이들이었기에 커뮤니케이션 도구도 그다지 현실적이진 않았다. 차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성취감이었다. 영어를 배우며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깨닫고 성취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글쓰기 대회 등에 참가해서 작은 상이라도 받도록 했는데, 다행히도 아이들은 나의 의도대로 성장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동안 자신들은 잘 몰랐을 거다. 그런데 이번 책 만들기와 출간기념회를 통해 스스로도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의 소회를 듣고 엄마들도 감동한 듯했다. 왜 아니겠는가? 기존의 학원들과는 다른 수업 방식에 반신반의했을 법도 한데, 흔들리지 않고 믿어준 엄마들에게도 큰 선물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가장 크게 감동한 사람은 나였다. 누구라도 이런 에필로그를 읽으면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같이 공부한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영어를 재밌다고 느끼게 만들어준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그림 출처: https://www.ajrmystory.org.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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