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세상에서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건, 내가 쓰는 문장뿐임을 깨달았다.
세상 살기도 힘든데 문장까지 어렵고 싶지 않았다. 글은 쉽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상’의 천재성보다는 ‘김소월’의 잔잔한 고백을 좋아했고, ‘염상섭’의 매서운 눈보다는 ‘김유정’의 리듬감 있고 경쾌한 문장에 마음이 갔다.
한때는 ‘뼈 때리는 작가’라는 타이틀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냉철한 시선, 서늘한 문장이 가지는 그 특유의 기운이 부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나의 한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파고, 뒤집고, 꺼내 새살을 내는 것보다는 쓰다듬고, 어루만지고, ‘호~’ 입김을 불어주는 게 내 기질이었다. 고유의 기질을 벗어나 힘들게 문장을 다루고 싶지 않았다. 잘 해낼 자신도 없었다.
세상을 날카롭게 바라보고 일침을 날리는 문장도 있지만, 반대로 작은 기쁨을 관찰하고 공감을 나누며 한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문장도 있다.
그 문장으로 오직 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