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는 사귀고 싶은데 좋아하진 않는다?

모태솔로 탈출 앞에서 흔들리는 중3

by 강작


지영문자.png 〈AI 생성 이미지 · Gemini〉



“엄마 나 고백받았어.”


“어머, 진짜?”


“우리 반에 지영이라고 있는데 나한테 ‘나 어때?’ 하고 물어봤어.”


‘나 어때?’

그 질문이 어떻게 고백이 될 수 있는지 순간 의아했다.


“... 그게 무슨 고백이야, 그냥 자기 어떠냐고 물은 것일 수도 있잖아. 사람으로서, 친구로서.”


“아니야, 자기를 여자 친구로 어떠냐고 물어본 거지! 내가 바보야?”


하긴, 아들이 바보는 아니었다. 아들은 15년 인생 중에 일주일을 빼고 줄곧 모태솔로였다. 6학년 때 1주일 정도 사귀었던 여자아이가 있었으나, 이유도 모른 채 대차게 이별당했고 한동안 실연 후유증을 앓았다.


이후 솔로생활을 청산하고 싶었지만, 자기 말마따나 눈이 너무 높아서 눈에 차는 여자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누가 소개를 해준다고 해도 ‘자만추’를 추구하는 아들은 소개받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 수많은 거절 속에 아들은 슬슬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만 급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여자 친구가 생길 리 없었다.


“엄마한테 자랑하는 거야, 아니면 상담하는 거야?”


예전에 아들이 감정을 읽어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해결책만 내놔서 핀잔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 번 더 실수하기 전에 대답의 방향을 정해야 했다.


“상담. 고민이 있어.”


오! 상담! 해결책 모색은 자신 있는 부분이었다. 아들이 상담을 청해 오는 건 매우 드문 일이기에, 경청 모드로 돌입했다.


“나는 여자 친구를 너무 사귀고 싶은데, 지영이가 이성으로 안 보여.”


“‘나 어때?’라는 대답에, ‘너 좋아’라는 대답이 선뜻 안 나온다는 거지?”


“응. 그런데 여자 친구는 진짜 사귀고 싶어.”


“거절을 어떻게 할지 문제야, 아니면 사귈지 말지의 문제야?”


“사귈지 말지의 문제지. 얘가 내 친구 태환이랑 학기 초에 사귀다 헤어졌거든. 그리고 나한테 호감 표시를 하는 거야. 둘이 지금 사이가 안 좋아. 나는 태환이랑도 친한데, 그것도 좀 그래.”


어른들에게는 쉬운 문제가 의외로 아이들에게는 꽤 어려운 문제인가 보다. 하지만, ‘그까짓 거~’라는 식의 대답은 아이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지. 나는 이미 경험이 있으니까 안다.


‘중학생이 연애는 무슨 연애! 공부나 좀 하고 그런 말을 해라!’


마음 한구석에서 잔소리가 일었지만, 애써 감정을 눌러두고 엄마로서 어른의 언어를 선택해야만 했다.


“결정은 네가 하는 거지만 엄마 생각을 그냥 말해 볼게. 엄마가 그 여자아이라면, 나를 좋아하지 않는 남학생이 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저 여자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나랑 사귀었고, 그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면 너무 초라해질 것 같아. 너 입장에서 그건 상대에게 너무 실례지.”


“아, 그거 생각 못했네.”


“그리고 사실 엄마는 지영이가 태환이에 대한 마음의 정리가 다 되었는지 모르겠어. 만약 태환이에게 보여주려고 너에게 고백한 거라면, 엄마는 좀 마음이 아플 것 같아. 엄마는 내 아들이 누구 대신이 아니었으면 좋겠거든. 나중에 그저 너만 좋아해 주는 여학생을 만나면 좋겠어. 그건 여학생 부모님도 마찬가지일 거고.”


아들의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았다.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이번에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아야 하나 고민을 했던 모양이다.


“엄마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엄마랑 말하니까 좀 정리가 돼.”


아들은 한마디를 던지고 혼자 또 쌩하니 독서실로 향했다. 그 이후가 너무 궁금했지만 섣부르게 물어볼 수 없었다. 사춘기 아들에게는 대답보다 기다림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모태솔로 탈출의 열망과 친구와의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며 성장했을 아들. 근데...


‘연애? 연애애?? 시험이 코앞인데 공부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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