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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SR Sep 22. 2021

너는 나를 싫어하니까

자살이 허기진 밤 #011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가 많았다. 대학교 내의 수업이나 대외활동 같은 외부활동까지. 한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썩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사람을 만나지 않고서는 어떤 것도 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새로운 만남을 싫어하는 나에게 만날 기회가 많았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자존감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기에 사람을 만나면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사람은 나를 싫어하겠구나 혹은 나를 곧 싫어하겠구나. 나는 지금도 상대방이 나를 싫어한다는 마음으로 사람을 만난다. 시간이 지나 사람 간의 관계가 깊어졌다고 해도 이런 마음을 버릴 수는 없었다. 관계의 깊음과 상관없이 사람에게 싫증 나는 것은 한순간이라고 생각하니까. 사람이 사람을 버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종잇장 뒤집는 것보다 쉬운 일이니까.


 그래서 늘 마음으로는 대비를 하고 있었다. 관계가 점점 깊어진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되 가능하면 그 이상 가지 않도록, 관계가 점점 시들해진다면 그럴 때가 왔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홀로 조용히 이별을 준비하곤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 생각은 잘 먹혔다. 친했던 사람들은 가끔 그리워할 때가 있었지만 시절이다 라고 생각하면 웃으면서 넘길 수 있었고 그만한 인연이 아니라면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가 남을 보는 고정관념도 있듯이 남이 나를 보는 고정관념도 있다. 나는 조금 더 웃기게도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생각한다. 대학교 수업에서 교수님이 내게 고정관념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고정관념이란 평소 사람들이 생각한 것처럼 부정적인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효율적으로 사고하기 위한 방법이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한다. 고 대답한 기억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생각은 결국 나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특히나 나는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사람이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 호감을 가지는 이유는 대게 외모인 경우가 많다. 얼굴의 생김새, 키, 스타일, 목소리 등등 외적인 요인이 첫인상에서 가장 크게 작용한다. 소개팅에서도 마찬가지로 외모는 서류통과라고 하듯이. 하지만 내게는 그럴 스펙이 되지 않았다. 애매한 얼굴, 키, 스타일 그리고 목소리. 모두 호감 가는 편도 아니었고 자신감도 많은 편이 아니었다. 나는 대부분 서류 통과되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 그건 내 생각 범위 내가 아니었으며 예측할 수도 없었으니까.


나의 이런 생각은 충실한 방어기제가 되어주었다. 사람과 친해지면 약간의 의문부호가 달렸고 서서히 멀어진다면 체념했다. 다가오는 사람을 막지 않았고 가는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 그리고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싫어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먼저 연락이 온다면 너무나 반가운 마음으로 맞아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시크하다고 하지만 시크와는 결이 달랐다. 귀찮아하는 시크, 두려워하는 나였다. 이런 오랜 생각은 변하기에 너무 오래되어버렸다. 바꿀만한 계기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점점 가열되는 냄비 안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익어가는 개구리처럼 나도 그렇게 대륙에서 섬으로 떠나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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