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 허기진 밤 #012
나는 감정의 기복이 크다. 감정을 다스리는데 나의 에너지를 많이 쏟는다. 내게 감정의 기복은 미칠 듯이 높은 텐션과 세상이 멸망할 듯 바닥을 치는 텐션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다. 무덤덤한 평온한 텐션과 심각할 정도로 바닥을 치는 텐션, 그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래서 감정이 기복이 크지만 신나는 감정은 거의 없었다.
내가 바라본 세상에서는 기쁜 일은 별로 없지만 슬픔 혹은 화나는 감정은 한없이 많았다. 그래서 나의 감정 통제는 기쁨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것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이런 감정 기복은 사회생활할 때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같이 일하는 동료 중 한 명이 감정 기복이 있었던 사람이었다. 함께 업무를 진행할 때 기분에 따라서 업무가 조금씩 달라졌다. 그중 좋지 않았던 것은 말이나 행동에서 감정이 느껴지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종종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은 내 감정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것이었다. 기분이 좋거나 혹은 좋지 않을 때 태도가 변하게 된다면 공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의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런 태도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의 성향과는 조금 맞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이 태도가 습관이 되어버렸다. 나는 나의 기본적인 감정은 우울함이라 업무에 실수가 있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한없이 침울해지는데 이를 평범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에너지를 쓴다. 다만 암울한 기분을 끌어올리는 것은 해결되는 게 아니라 덮어버리는 것이라 마음속 한켠에는 그런 감정들이 매립지처럼 찌꺼기들이 쌓이고 있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이런 스트레스가 있을 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해소가 되지 않아서 계속 스크래치가 나게 둘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은 20대의 나보다 더 어리숙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