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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SR Jan 09. 2022

좋은 사람

 자살이 허기진 밤 #013

감정이 태도가 되지 말자 #012



 26살, 여행을 할 때가 자주 생각났다. 가끔씩 암스테르담을 여행할 때가 생각난다. 처음 만나는 누나와 그날 계획했던 일정을 마치고 벤치에 앉아 사라져 가는 태양이 비추는 운하를 바라보며 우리는 우리에게 툭 내뱉듯 질문했다.

 "좋은 사람이란 뭘까?"

 분명 처음 만나는 사람과 나누기 어려운 주제지만 처음 보는 사람과도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여행 분위기는 이를 극복하게 만들었다.


 20대 중반까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성이었다. 항상 친구들끼리 만나도 했던 말들은 군대나 게임 그리고 이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때뿐 아니라 30살이 넘은 지금도 사람들은 서로의 짝을 찾기 위해 늘 고군분투했다. 자신의 짝을 찾은 사람들은 서서히 결혼이라는 곳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고 없는 사람들은 열심히 주변을 물색하고 있었다. 그렇든 모두 자신의 짝에 대한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열망이 강할 때였다.


 누나와 나,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누나는 말했다. 나쁜 사람을 만나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만난 사람은 자신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만난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그 사람 앞에서 나쁜 사람처럼 행동했던 게 걸린다고 했다. 서로 좋아해야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때의 나는 스스로가 생각해보건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많이 힘들었었다.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은 우리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는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 생긴 상처를 아물게 할 방법을 몰라 헤맸다. 아마 우리도 때때로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늘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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