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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수 없는 예술가

자살이 허기진 밤 #036

by G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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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죽은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때는 퍽 묘한 기분이 들었다. 죽음을 가늠할 수 없는, 아득히 먼 사람들에게는 다른 느낌을 가지기 어려웠으나, 며칠 전에도 활동했던 사람들의 노래는 지금도 어디선가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차피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같은 공간에서 있다는 그 얕은 느낌이 있다.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개성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가수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 가수들 중 하나는 우혜미였다. 보이스오브 코리아에서 불렀던 마리아 혹은 한잔 더 노래를 보면 개성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인은 비공개. 연락이 되지 않자 들어간 집에서는 주검만 발견되었을 뿐이었다. 내가 감명받은, 가지지 못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을 찾을 수 없다. 그들이 살아있다면 감동을 더 줄 수 있었을 텐데.


깔끔한 음원, 촬영구도가 안정적인 방송 라이브보다 일반 사람들이 핸드폰 들고 찍었을 듯 한. 화질도, 음질도, 구도도 엉망이지만 느끼고 알아볼 수 있을 그런 영상들. 그 앞에 서서 즐거운 듯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바로 어제라도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 같은데, 같은 도시에서 숨 쉬고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단편적인 영상을 남겨놓고 떠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가끔 노래를 들으며 미치도록 그리워질 때가 있다. 조금이라도 남겨진 삶의 흔적들을 찾아서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발견한 건 인스타. 더 이상 사진은 올라오지 않지만, 추모의 댓글은 계속 올라오고 있다. 본인만의 결과물을 내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기억해 주는 사람들에 의해서 계속 살아있는 것 같다. 죽은 사람에 입장에서 좋은 일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겠지만은. 예술가와 잊혀질 권리는 어떤 관계일까. 예술가들은 원한다 할지라도 잊혀질 수 없는 존재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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