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 허기진 밤 #065
언젠가 내게 결혼을 하자고 한 친구가 있었다. 만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나는 딱 그만큼만 그 친구를 이해했다. 나에게 1년이란 시간은 겉핥기였다. 그 친구와 결혼을 생각해도 되는지는 아직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나는 금전적으로나, 우리 관계로나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니 지금은 조금 어렵다고 말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 후 우리는 신촌을 한 바퀴 돌고 헤어졌다. 그 친구는 5년 뒤 결혼한 것을 건너 알게 되었다. 나는 이별 이후 고민이 생겼다. 거짓이라도 일단 "그래"라고 하는 게 나았을까? 아니면 이 선택처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았을까?
목숨을 버리는 건 쉬워도 무언가를 감당하는 건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죽음에는 관대했고 책임을 지는 건 어려워했다. 목숨을 버리는 건 순간을 견디면 되니 간단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고통을 견디는 건 어려웠다. 나는 신용카드를 쓰거나 할부는 하지 않았다. 별을 따다 준다는 감당할 수 없는 허황된 약속 또한 하지 않았다. 언젠가 이 모든 것이 나를 갉아먹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를 갉아먹은 건 아무것도 길게 책임지지 않을 마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이별만을 맞이했다. 나는 몰랐다. 허황된 약속이라도 필요할 때가 있는 것을.
솔직함이 늘 괜찮은 선택지일까? 아니면 추후에 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성 발언일까? 우리는 솔직함이 미덕이라고 하지만 솔직함은 면피이고 거짓말은 사랑일 수도 있다. 관계에서의 솔직함은 때때로 아무 필요가 없다. 그러니 거짓은 달콤해 보이는, 책임을 뒤로 미루는 행위일지도 모르지만 그 책임은 관계가 완전히 끝난 이후, 아무 의미가 없을 때 찾아올지도 모른다. 사랑하지 않으면 솔직해지고, 사랑하면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나는 전 세계 모두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것이 솔직함일까? 정말 나는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맞았던 걸까?
그래서 나는 차라리 죽음이 더 편했다. 죽음에서의 책임은 오롯이 남겨진 이들의 몫이 되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나의 죽음을 아무도 알지 않았으면 했다. 나는 죽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보다, 나의 평상시의 마음을 더 감당하기 힘들었다. 나의 존재가 타인들에게 필요 없음이 아니라, 나 자신 스스로가 나는 필요 없다고 멸시하는 것이었다. 무엇이 나를 존재해도 된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그 무엇도 내게 솔직하게 말할까? 거짓말을 할까?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살할까? 아니면 안아달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