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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기대

자살이 허기진 밤 #064

by G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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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이지는 않겠지만 20대 초반까지는 그런 것이 있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오늘보다 내일이, 올해보다 내년이 더 괜찮아질 것이라는 기대. 나의 지갑이 조금은 더 두터워질 것이라는 기대. 더 좋은 사람을 만나고 더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그런 모든 기대로 살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일을 해도 재밌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거야! 하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 꿈은 단지 꿈일 뿐 이루지 못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나의 삶이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평범은 나에게는 독. 나는 나름 독극물을 마시지 않기 위하여 즐겁게 발버둥 쳤다. 하지만 그 시기는 별로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꿈들이 망상이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구에는 거부할 수 없는 중력이 있듯이 사람들의 삶에도 사회적 시선이라는 주기가 있다. 대학을 가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아기를 낳아 기르며, 결국 가족들과 함께 삶을 마무리 짓는 그런 일반적인 루틴.


하지만 나는 그 루틴을 거부하면서도 빨려 들어갔다. 나의 미래에 대한 기대는 점점 혼탁해져 갔다. 그리고 결국 사회의 시선에 먹혔다. 그런 루틴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나는 나아가야 했다. 돈을 벌어야 했고, 돈을 벌면서도 남들보다는 많이 벌어야 했다. 집은 더 커야 했고, 차는 좀 더 비싸야 했다. 30살 때, 40살 때, 50살 때 맞는 경제적 위치가 있었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나로서는 안다. 설정해 놓은 기대에 나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결국 내게 미래에 대한 기대는 하나도 없다. 출근하면서부터 오후에 대한 기대가 없듯이. 주말에 뭐 하고 보낼지는 눈 감고도 안다. 그저 방에서 뒹굴거리겠지. 마음 좀 먹었다면 동네 카페정도 가겠지. 일을 해도 지갑은 풍족해지지 않고, 나에게 기대를 하거나 안정을 주는 사람도 없다. 뭘 하던 재미는 없다. 사회적으로는 이런저런 사건들이 계속 터져가고 있다. 나는 말라가고 있다.


내 또래들이 말하는, 아이가 커가는 기쁨, 살고 있는 집이 점차적으로 커지는 기쁨, 직장 내에서 인정받고 승진하는 기쁨 등은 모두 나와 별개처럼 느껴진다. 그런 건 나에게 아무런 보람을 주지 않는다. 나는 조금 더 재밌는 삶을 희망하였지만 언제부터인가 뭐든 지겨워졌다. 사회적 시선, 개인적 욕망 가운데에서 나는 단점만 취한 사람이 되었다. 나와 지루함, 권태는 동의어이다.


나는 사회에서의 별개인간인가? 별거인 존재인가? 다들 삶을 긍정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늘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주변에서는 보지 못했다. 그런 사람들은 다 굶어 죽었으려나.


남이 되어본 적은 없기에 다들 그런 건지도 모른다. 기대했던 것들은 지루함으로 바뀌고, 넘쳐났던 새로운 것들은 다 빛이 바랜 채 주변에 널브러져 있다. 나는 아직도 빛나는 새로움을 찾아다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늘상 같이 오늘 하루도 그저 그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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