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 허기진 밤 #063
최근 SNS를 하다 보면 모든 사람들이 나라는 인간의 유형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도드라지게 보이는 건 바로 회피형 인간이다. 댓글로 모든 사람들이 회피형 사람들을 욕한다. 맞춰줄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동의한다. 내가 생각해도 나를 이해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나랑 만나기보다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 한 발짝 정도 떨어져 있을 때 그나마 봐줄 만한 사람.
나도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성향과 다른 점을 발견했을 때,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결함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떠났을 때, 특히 연인의 경우 그런 생각도 든다. '오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한데? 나를 떠난 걸 보면'
나도 누군가 나를 이해해 주었으면 하고, 나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지만 사회가,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나만의 욕심이구나 싶다. 나도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하고 후회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것들은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없지만 퇴사나 홀로 떠나는 여행 정도는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하지만 너는 나 혼자 하고 후회할 수 없지.
목표와 의미가 없는 삶은 무척이나 허무하다. 살기 위해서는 남들과 동일한 루트를 밟아나가야 하지만 그것에 대해 통장 잔고를 제외하면 아무런 보람과 성취를 느낄 수가 없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은 결국 나를 일상적인 삶과 떨어뜨려 놓는 것이기에 이도저도 못한 채 침전하는 나. 지금의 삶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삶도 모두가 권태롭기에 계속 유지하는 삶을 살지만 결국 도태되고 침전하는 삶.
인생에 아무 의미는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무언가 의미를 만들어야 살 수 있는 것 같다. 스스로에게 어떠한 목표, 의무 등을 부여해야만 살 수 있나 보다. 나는 아무 의미가 없어 삶에 미련이 없다. 이런저런 이별을 경험함에도 나는 이를 고치려는 목표 또한 없다. 나의 삶은 어쩐지 무의미, 무목표의 인생 같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불편한 상황을 가능한 피하고, 굳이 나를 바꾸려는 목표는 불가능하니 제외한 삶을 계속해서 살고 있다. 이런 걸 회피형 인간이라고 한다. 사람은 고칠 수 없다는 것이 본인의 의지만으로도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때때로 모든 사람들이 알지만,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타인은 절대 이해 못 할 존재이며, 본인은 현명하고 늘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인지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결국 있는 그대로밖에 살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한 것 같기도 하다. 매일매일 해야 할 것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나를 점점해보지만 늘 깨닫는 건 내가 아무 의지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 변화와 관련 없는 사람이라는 것뿐.
이대로 살아야 할까? 모든 게 귀찮은 채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로, 익숙함에 빠져 죽어가는 것도 모르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