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보호센터 ‘뭐 하냥? 오서 오개!’
우리는 이곳을 그냥 ‘쉼터’라 부른다.
안녕? 나는 구르미야. 사실 나는 내가 사람 아들인지, 개 아들인지 딱히 신경 쓰지 않아. 우리 가족은 그냥 나를 막내라고 부르고, 첫째 형과 둘째 형이 있지만, 솔직히 내가 이 집안의 서열 1위야. 엄마랑 아빠가 나를 그렇게 대우해 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고, 간식 있는 곳을 입으로 휙~ 가리키기만 해도 알아서 주시거든.
나는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조르고, 산책하고 싶을 땐 목줄을 물고 갔지. 가족들은 내 행동만 봐도 내가 뭘 원하는지 알았고 내가 화를 내면 어쩔 줄 몰라했어. 가끔 어이없다는 듯 웃기도 했지만 말이야. 후훗. 솔직히 말하면, 이 집은 나를 위해 돌아가는 것 같아.
우리 아빠는 애견사료 공장에서 일해. 아빠가 직접 사료를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솔직히 그건 별로야. 입에 맞지 않아. 이상하게도 나는 아빠가 주는 사료 외의 모든 음식이 다 맛있거든. 심지어 길가에 붙어있는 지렁이나 풀 같은 것도 나름 별미더라고. 아빠는 그걸 이해하지 못해 하지만 뭐, 내가 맛있으면 된 거 아냐?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냐. 우리 엄마가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하다가 드디어 건강을 되찾으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거든. 엄마는 암과 싸운 끝에 이제는 인생을 즐기기로 결심했대.
그 결심 중 하나가 바로 ‘뭐 하냥? 어서 오개!’라는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 봉사하는 일이야. 엄마는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도 자주 데려갔어. 덕분에 나도 자연스럽게 여러 친구들을 만나게 됐지.
처음 그곳에 갔을 때는 솔직히 조금 놀랐어. 내 평생 한 가족에게만 사랑을 받았던 나는, 그곳에 있는 친구들이 왜 그곳에 있게 되었는지 상상도 못 했거든. ‘쉼터’라는 이름답게, 그곳은 여러 친구들이 모여 쉬는 곳이야. 하지만 그들의 사연은 모두 달랐어. 어떤 친구는 길에서 버려졌고, 어떤 친구는 이전 가족들에게 학대를 당했대. 이런 일들을 내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어?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들이 있어.
이름이 포미야. 한때는 사랑받는 반려견이었지만, 주인이 갑자기 사라졌대. 주인은 외국으로 떠나면서 포미를 데리고 가지 못했나 봐.
그렇게 버려진 포미는 처음에는 사람들을 믿지 않았대. 무리도 아니지, 갑자기 사랑하던 가족들이 사라졌으니까. 포미의 눈빛은 항상 멀리, 다른 곳을 향해 있었어. 마치 자기가 있던 집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어느 날, 포미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어. "구르미는 가족과 함께여서 좋겠다. 나는 그저 가족들이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어. 그들이 다시 날 데리러 올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잠시 멍해졌어. 나는 항상 내 가족이 옆에 있었고, 서로 사랑하며 서로를 지켜주고 의지했으니까 단 한 번도 그런 불안을 느껴본 적이 없었거든. 포미는 그런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았나 봐. 하지만 지금은 또 다른 좋은 가족을 만나 입양을 갔다고 했어. 이제 만날 순 없지만 포미가 남은 생을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면 좋겠어.
또 다른 친구는 칸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형견이야. 칸은 정말로 크고 힘이 세 보였지만, 의외로 마음은 약했어. 칸은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어. 그 때문에서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쉼터로 오게 된 거지.
칸 역시 포미처럼 늘 가족이 올 때를 기다리듯 먼 곳을 바라보곤 했어. 그런 칸을 볼 때마다, 나는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었어.
내게는 너무 당연한 일상이, 이 친구들에게는 간절한 바람이라는 걸 깨달았거든. 지금 칸은 이 세상에 없어. 쉼터를 탈출했다가 심장사상충에 노출되어 그만...
쉼터에서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어. 사랑받는 것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내가 누리는 편안함과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었지. 이곳의 친구들은 가족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거나 새로운 가족을 만날 날을 꿈꾸고 있지.
난 앞으로도 엄마랑 함께 이 쉼터에 자주 올 거야. 여전히 나는 이곳에서 많은 친구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