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미와 칸 말고도 다른 많은 친구들이 제각기 아픈 사연을 가지고 이곳으로 왔어. 지금부터 내가 만나는 친구들의 사연을 하나씩 차근차근 들려줄게.
첫 번째 사연은 상근이의 생이야
상근이 이야기
유기견 상근이는 이름 없는 시골개였대
생후 2개월에 노부부에게 입양된 상근이는 1년간 행복하게 잘 살았으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힘든 상황에 처해졌어. 할아버지마저 노약해 지셔서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입원시켜 드리기 위해 아들가족이 와서 모시고 갔나봐. 그 때문에 상근이는 빈집에 혼자 살게 되었다고 해.
그 후 상근이는 그 집 마저 허물어지자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대. 그렇게 며칠을 굶으며 사람을 피해 다니다가 추위에 떨며 쓰러진 상근이를 누군가 데리고 쉼터로 왔어.
우여곡절 끝에 이곳으로 오게 됐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나도 잘 몰라.
우리 상근이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하자.
"상근아 너의 사연을 우리에게 들려줄래?"
안녕? 나는 상근이야. 사람들은 나를 유기견이라고 불렀어. 나는 이곳 쉼터에 오기까지 참 먼 길을 걸어왔지. 그 여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어떻게 다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내가 기억하는 건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그때야. 아직 강아지였던 나는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과 할아버지의 온화한 미소를 받으며 자랐지. 할머니는 항상 나를 안아주었고, 할아버지는 내가 뛰어놀 때마다 웃으셨어. 그때는 세상이 이렇게 잔인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어. 할머니가 떠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 가족이 와서 할아버지마저 병원으로 모셔 갔어. 갑자기 나는 혼자가 되어 그 집에 남겨졌어. 다른 가족들은 나를 돌봐줄 시간이 없었나 봐. 집도 결국엔 무너지고 말았어. 할아버지의 아들이 집을 팔아버려서 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졌지. 내가 알던 따뜻한 냄새들은 다 사라졌고, 대신 기계 소리와 기름 냄새, 차가운 콘크리트만 남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