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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쉼터

나도 언젠가는 사랑받는 날이 오겠지?

by 구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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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후로 떠돌이 개가 되었어. 이웃 아주머니들이 가끔 먹을 것을 주고, 동네 아이들이 나를 귀여워해 주기도 했지만,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건 그 마을에 사는 술 취한 남자였어. 그는 나를 볼 때마다 이유 없이 때리고, 발로 차고, 술병을 던지며 화를 냈지. 그가 다가올 때마다 나는 두려워서 몸을 떨었어.

하... 그날이 떠올라. 내가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그날, 그는 나를 더 심하게 괴롭혔고, 나는 결국 그곳을 떠나야 했거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나는 또 다른 공포를 마주하게 됐지. 나무 더미에 몸을 뉘고 잠을 자던 어느 날, 고양이몸에 기름을 바르고 무자비하게 불을 지르는 어느 청년을 보았어. 고양이를 구하려고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그가 내 머리를 몽둥이로 내려쳤어.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시야가 흐려졌어. 나는 겨우 몸을 숨기고 며칠을 굶었지. 그때부터 사람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었나 봐.

아직도 죽어가며 공포스러워하던 고양이의 비명소리가 뇌리에서 떠나질 않아.

그 고양이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오래도록 나를 괴롭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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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더니 찬이슬이 내리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찬 기운이 돌았어. 춥고 배고팠지만, 사람들에게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어. 어느 날, 나는 길 한복판에서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어 그만 쓰러졌지.


그때 누군가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나를 감싸 안았어. 그는 10살이 채 안된 아들과 딸을 가진 아빠였고 함께 있던 아내는 그 남자만큼이나 나를 걱정하며 내게 물과 먹을 것을 줬어. 그때는 물마실 힘조차 없었지만 생각해 보면 참 고마운 사람들이었지. 그 사람들 덕분에 나는 여기 쉼터로 올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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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에선 다들 나를 따뜻하게 대해줘. 하지만 여전히 나는 사람을 완전히 믿지 못해. 그동안 겪었던 일들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 같아. 그래도 이곳에서는 적어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음식도 있고, 추위도 피할 수 있어. 그리고 천천히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나는 이제 그저 평범한 삶을 살길 바랄 뿐이야. 다시는 누군가에게 쫓기지 않고, 따뜻한 집에서 편안히 잠들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이곳에서 나는 상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고 있어. '상근'은 가끔 이곳에 와서 봉사하시는 아저씨 이름인데 내가 아저씨를 닮았대. 하하.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든, 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언젠가는 다시 사랑받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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