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쉼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르미 Nov 01. 2024

7.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샤롯

   샤롯은 열악한 강아지 번식장에서 태어나 암컷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힘겨운 삶을 살아왔대. 매번 태어난 새끼들은 곧바로 빼앗겼고, 이러한 경험은 샤롯에게 큰 상처로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에 시달리게 했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어.     


https://cdn.pixabay.com/photo/2024/03/04/14/48/dog-8612537_1280.jpg

  그러던 어느 날, 동물 애호가들에게 구조되어 쉼터로 오게 된 샤롯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해. 이제부터는 샤롯도 행복한 날만 맞이하면 좋겠어.  


  샤롯, 이름 참 예쁘지?

  샤롯은 영국의 국왕 조지 3세의 아내였던 샬럿 왕비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래. 샬럿 왕비는 온화하고 다정한 성품으로 유명했고, 남편과 금슬이 좋아 15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다산의 상징적인 왕비로 영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전해지고 있어.


  쉼터의 사람들은 샤롯이 앞으로는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이름을 붙여주었대.


  이제 쉼터에서 샤롯은 새로 낳은 예쁜 아기와 함께 건강하고 평온한 시간을 보내며, 사랑과 따뜻한 돌봄 속에서 새로운 가족과 함께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어.

그렇지? 샤롯?


   



  응. 나는...
  조금 전 사랑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척이나 혼란스러웠고 이제 괜찮아졌지만 잠깐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했어.      


https://postfiles.pstatic.net/MjAyMzA5MTZfMTMx/MDAxNjk0ODM1MzUwMTA0.RW77MY8pFsqnDsKDKTkbvg-TFMkUHnCh

  나는 태어날 때부터 강아지 번식장 안 작은 철창에 갇힌 채 살아야 했어. 그곳에서 암컷이라는 이유로 수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힘겨운 날들을 보내야 했지. 내가 낳은 아기들은 눈도 제대로 뜨기 전에 모두 빼앗겼고, 나는 내 아이들을 지키지도, 마지막으로 볼 수도 없었어. 매번 마음속에 커지는 그리움과 죄책감은 날 점점 무겁게 짓눌렀고, 점점 더 세상이 두렵고 무서웠어.     


   무엇보다 아이들이 곁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미치도록 아프게 했어. 나를 꼭 닮은 작은 몸들이 나를 보고 작은 소리로 울 때마다 나는 희망을 품었지만, 그 희망은 항상 허망하게 사라졌지. 그 아이들을 잃을 때마다 내 가슴에 돌덩이가 하나씩 얹히는 것 같았어.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매일 괴로워하면서도 다시 배 속에 새 생명이 깃들고, 또 그 생명을 빼앗기고… 이 끝없는 반복은 결국 나를 세상밖으로 던져 버리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어.


  언제부터인가 내 몸도 지쳐갔어. 출산을 반복하다 보니 몸의 상처가 아물 새도 없었고, 마치 몸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듯 고통스러웠어. 털은 빠지고, 배는 항상 통증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나를 치료해 주지 않았어. 그저 철장 구석에 웅크린 채,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 했어. 그건 나뿐 아니라 나와 같이 출산을 목적으로 이곳에 있는 모든 친구들의 생이었어.


  

https://cdn.pixabay.com/photo/2022/10/15/10/31/warren-hound-7522874_1280.jpg

 평생을 그렇게 태어나 그렇게 살다 간 친구들도 많았어. 우리는 죽어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무섭고 두려웠지만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매번 좌절하며 사느라 슬퍼할 힘도 없었어.     


  그러던 어느 날, 그곳에 사람들이 들이닥쳐 나를 꺼내 주었어. 나는 그 사람들을 처음엔 믿을 수 없었고, 몸이 저절로 뒤로 물러났어. 하지만 그들은 나를 다정하게 안아주고,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세상 밖으로 데려다주었어.


https://cdn.pixabay.com/photo/2024/03/04/14/48/dog-8612538_1280.jpg

 

  다행히 이곳에서 나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어. 하지만 쉼터에 와서도 처음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어. 여전히 아이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먹먹해지고, 그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떠올라 괴로웠거든. 몸은 회복되어 가지만,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깊었어.     

  그런데, 내가 쉼터에서 새로 낳은 아기와 함께 지내면서 내 마음이 조금씩 변해갔어. 내게 또 한 번 기회가 주어진 걸까? 처음엔 두려웠지만, 내 옆에서 작게 숨을 쉬는 아기의 모습을 지켜보며 다시 삶에 대한 희망을 느끼기 시작했어. 이제는 나와 내 아기에게 이곳이 안전한 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 날 돌봐주며 다정하게 불러주는 ‘샤롯’이라는 이름 속에서, 나는 조금씩 평온과 행복을 되찾아가고 있어.     


  쉼터에서 지어준 내 이름 ‘샤롯’은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왕비의 이름인데 앞으로 남은 생을 그렇게 살라고 지었대.


https://cdn.pixabay.com/photo/2019/07/23/13/51/shepherd-dog-4357790_1280.jpg


  나는 지금도 잃어버린 아이들이 떠오르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그리움이 덮쳐 오지만, 이 녀석과 함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해.


 “어때? 너무 이쁘지?”


  이제는 나와 우리 아기만을 위해서 새로이 살아갈거야.

  내 곁을 떠나간 6마리의 아기들은 모두 행복한 가정으로 입양되었을 거리고 믿으면서 말이지.      

매거진의 이전글 6. 두부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