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사랑이의 사연을 들으면서 무척이나 혼란스러웠고 잠깐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했어.
나는 태어날 때부터 강아지 번식장 안 작은 철창에 갇힌 채 살아야 했어. 그곳에서 암컷이라는 이유로 수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힘겨운 날들을 보내야 했지. 우리 엄마도 평생을 새끼만 낳다가 내가 보는 앞에서 죽었고, 나 역시 엄마처럼 살고 있었어. 내가 낳은 아기들은 눈도 제대로 뜨기 전에 모두 빼앗겼고, 나는 내 아이들을 지키지도 못한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으며, 떠나는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볼 수도 없었어. 매번 마음속에 커지는 그리움과 무기력함은 날 무겁게 짓눌렀고, 점점 더 세상이 무섭고 두려워졌어.
무엇보다 아이들이 곁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미치도록 아프게 했어. 나를 꼭 닮은 작은 몸들이 나를 보며 작은 소리로 울 때마다 나는 희망을 품었지만, 그 희망은 항상 허망하게 사라졌지. 그 아이들을 잃을 때마다 내 가슴에 돌덩이가 하나씩 얹히는 것 같았어.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매일 괴로워하면서도 다시 배 속에 새 생명이 깃들고, 또 그 생명을 빼앗기고… 이 끝없는 반복은 결국 나를 세상밖으로 던져 버리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어.
언제부터인가 내 몸도 지쳐갔어. 출산을 반복하다 보니 몸의 상처가 아물 새도 없었고, 마치 몸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듯 고통스러웠어. 털은 빠지고, 배는 항상 통증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나를 치료해 주지 않았어. 그저 철장 구석에 웅크린 채,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았지. 그건 나뿐 아니라 나와 같이 출산을 목적으로 이곳에 있는 모든 친구들의 삶이었어.
태어나서 평생을 그렇게 살다 간 친구들도 많았어. 우리는 죽어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무섭고 두려웠지만, 매번 좌절하면서도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느라 슬퍼할 틈도 없었지.
그러던 어느 날, 그곳에 사람들이 들이닥쳐 나를 꺼내 주었어. 처음엔 그 사람들도 믿을 수 없어서 몸이 저절로 뒤로 물러났어. 하지만 그들은 나를 다정하게 안아주고,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세상 밖으로 데려다주었어.
다행히 이곳에서 나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어. 하지만 쉼터에 와서도 처음엔 옴짝달싹 할수 없었지. 여전히 아이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먹먹해지고,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웠거든. 몸은 회복되어 갔지만, 마음의 상처는 여전히 깊었어.
그러던 어느날 쉼터 선생님댁에 나와 같은 종의 멋진 셰퍼드가 있다며 나를 소개해 줬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임신을 했고, 예쁜 아기가 태어났지. 내게 또 한 번 기회가 주어진 걸까? 처음엔 두려웠지만, 내 옆에서 작게 숨을 쉬는 아기의 모습을 지켜보며 다시 삶에 대한 희망을 느끼기 시작했어. 이제는 나와 내 아기에게 이곳이 안전한 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 날 돌봐주며 다정하게 “샤롯”하고 내 이름을 불러주는 선생님들의 목소리와 행동에서 사랑이 느껴져. 나는 조금씩 평온과 행복을 되찾아가고 있는 중이야.
쉼터에서 지어준 내 이름 ‘샤롯’은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왕비의 이름인데 앞으로 남은 생을 그렇게 살라고 지었대.
나는 지금도 잃어버린 아이들이 떠오르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그리움이 덮쳐 오지만, 지금은 이 녀석과 함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해.
내 아기와 남편을 소개할께.
어때? 너무 예쁘지? 아빠와 똑 닮았지?
이제는 나와 우리 아기만을 위해서 새로이 살아갈거야.
내 곁을 떠나간 12마리의 아기들은 모두 행복한 가정으로 입양되었을 거리고 믿으면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