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선상
유진과 도훈은 경찰서로 다시 출석했다. 형사는 그들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조사실로 안내했다. 작은 방 안에는 기록용 카메라와 형광등 불빛이 긴장감을 더했다.
"김유진 씨, 강도훈 씨. 이번 조사는 두 사건이 서로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형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유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의자에 앉았다. 도훈은 그녀 옆에 앉아 조용히 손을 잡아주었다. 형사는 서류를 넘기며 질문을 시작했다.
"우선, 홍선우 씨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날의 구체적인 상황을 말해주세요. 몇 시에 방문했고,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유진은 기억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그날 오후 3시쯤 도훈 씨와 함께 갔습니다. 외삼촌과는 어색한 분위기였어요. 저희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외삼촌은 별로 대화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한 30분 정도 있다가 나왔어요."
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훈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강도훈 씨, 그날 김유진 씨와 대화를 나눈 후 홍선우 씨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진 않았나요? 예를 들어, 누군가를 두려워하거나 긴장하는 모습 같은 것 말입니다."
도훈은 신중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그런 모습은 없었습니다. 단지 대화가 끝난 뒤 좀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그 외에는 특별히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형사는 그들의 대답을 기록하며 잠시 침묵했다. 그런 다음 서류를 한 장 꺼내 책상 위에 펼쳤다.
"홍선우 씨의 집에서 발견된 몇 가지 단서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현장에서 두 분의 지문이 발견된 것은 방문 기록상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책상에서 발견된 종이에 두 분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유진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우리 이름이요? 그게 무슨 뜻이죠?"
형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저희가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혹시 홍선우 씨가 두 분과 관련해 어떤 일을 언급한 적이 없나요?"
도훈은 눈썹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전혀 없습니다. 저희는 단지 유진 씨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듣고 싶어서 간 것뿐입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형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서류를 넘겼다. "다음은 김혜수 씨의 사건입니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창고 흔적에 대해 질문 드리겠습니다. 두 분 중 누군가 창고에 접근한 적이 있습니까?"
유진은 크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희는 이모와 거실에서만 대화를 나눴습니다. 창고는 본 적도 없습니다."
형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문제는 화재 발생 전에 창고에서 실랑이를 벌인 흔적이 있고, 거기서도 두 분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겁니다."
도훈이 강하게 항의했다. "저희는 정말 그런 적 없습니다. 믿어주세요."
형사는 그의 말을 받아들이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두 사건과 관련해 두 분이 모르는 사람이 접근하거나 위협을 받은 적은 없습니까?"
"아니요."
조사가 끝난 후, 두 사람은 탈진한 상태로 경찰서를 나섰다.
도훈은 경찰서에서 유진을 데리고 나와 차에 올랐다. 그녀의 얼굴은 피곤함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고, 도훈은 그녀를 안심시키려 애썼다.
"저희집에 가서 조금만 쉬어요."
그는 유진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거주하는 연립주택은 두 칸을 연결해 만든 공간이었다. 하나는 그의 거주지로, 다른 하나는 그가 운영하는 탐정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그는 유진을 거실로 안내했다.
"여기서 잠깐 쉬어요. 내가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 가져다줄게요."
유진은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몸을 맡겼다. 그녀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지만, 도훈은 그녀를 위해 최대한 차분하게 행동했다. 그는 담요를 건네며 덧붙였다.
"이따가 따뜻한 차라도 마시고 푹 쉬어요."
유진이 잠시 눈을 붙이려 하는 동안, 도훈은 조용히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냄새와 함께 사무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서류가 가득 쌓인 책상, 벽에 걸린 사건 자료들, 그리고 컴퓨터 화면에는 최근 조사 중이던 자료들이 놓여 있었다.
도훈은 의자에 앉아 천천히 숨을 고르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사건을 해결해 왔지만, 이번 사건만큼은 개인적인 감정이 얽혀 있어서 그런지, 객관적으로 해결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유진의 어머니를 찾는 일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유진은 그만두자고 했지만, 도훈은 그녀가 어머니를 만날 수 있도록 혼자 몰래 조사를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외삼촌과 이모의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꺼내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경찰 조사 내용을 복기하며 새로운 단서를 찾기 위해 기록들을 꼼꼼히 검토했다. 그는 사건 당시 유진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그녀의 어머니와 연관이 있을 법한 사람들의 관계를 다시 정리했다.
"뭔가 이상해... 아버지, 어머니, 이모님, 외삼촌 모두 연결되어 있는것 같지만 이모님과 외삼촌은 전혀 모르는 남이고... 아버지의 죽음은 어머니와 전혀 상관없는 별개인줄 알았는데 또 어머니, 외삼촌과 연결되어 있고..."
도훈은 몇 시간이고 자료를 검색하고, 새로운 정보를 확인했다. 그러던 중 그는 이모 댁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흔적과 관련된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사건을 조작하려 했다는 점을 암시하는 증거였다.
그는 손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단서를 어떻게 유진에게 말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녀를 다시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이 단서는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컸다.
그는 다시 자료를 정리하며 사건 해결을 위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지만, 도훈의 사무실 불빛은 꺼질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