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실타래

우연한 만남

by 구르미

또 한 번의 만남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유진은 며칠 전부터 지속된 두통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대기실에서 이름이 불릴 때까지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던 유진은 복도 너머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다.

"홍선숙 씨, 여기서 도망쳐봐야 더 큰 죄만 늘어날 겁니다."
"아, 이거 놔요! 잠깐! 내 말 좀 들어보라고요! 난 억울해요!"

몇 명의 경찰과 한 여성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유진은 처음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어딘가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홍선숙.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유진의 심장이 멈춘 듯했다.

"엄마!"

홍선숙에게 다가간 유진은 또 한 번 알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어, 엄마... "

유진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홍선숙은 유진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난 또 누구라고..."

"엄마!"

하얗게 질린 유진은 홍선숙이 다가오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누가 네 엄마야?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됐구나 넌?"

홍선숙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찰이 그녀를 차에 태우며 끌고 갔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떨리는 손으로 도훈에게 전화를 했다. 누군가의 부축으로 병원 소파에 앉은 지 30여분이 지났을까? 도훈과 정민이 헐레벌떡 병원 안으로 들어왔다.
"유진아!"
"야! 김유진!"

"도훈 씨... 정민아..."

“괜찮아? 어디 다친 거야?”
도훈은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는데 숨을 헐떡이며 물었고, 정민도 옆에서 숨을 고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유진을 쳐다보았다.
“유진아, 무슨 일이야? 형님이 갑자기 연락 와서…”

유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엄마를... 경찰들이 끌고 갔어.”

도훈과 정민은 순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확실해? 그 여자가 홍선숙이었다고?” 도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엄마가 나한테… 엄마가 아니라고 했어.”

도훈과 정민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는지 유진을 진정시키고 모든 사실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정민은 유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차분히 말했다.
“유진아, 진정하자. 우선 여기서 나가서 일단 좀 쉬자.”

도훈은 유진을 부축하며 병원 밖으로 나섰다. 병원 앞 카페에 앉아 셋은 잠시 침묵 속에 있었다. 도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경찰서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여길 온 거지?”


유진은 도훈과 정민의 도움을 받아 카페에 앉아 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도훈의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왜 홍선숙이 병원에 있었을까?'

정민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
“유진아, 지금부터 사실을 말할 건데 네가 충격받지 않길 바래. 네가 엄마라고 부른 사람... 널 낳아준 친엄마가 아니야.”
유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 했지만 당황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유진을 도훈은 한 팔로 감싸 안았고 정민은 카페 종업원에게 부탁해 무릎 담요를 가져와 덮어 주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세 사람은 카페에 앉아서 각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유진은 도훈의 어깨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고, 그런 유진을 도훈이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으며, 정민은 팔짱을 낀 채 도훈과 같은 고민에 빠졌다.

“홍선숙이 왜 병원에...? 혹시 병원에서 무언가를 하려던 게 아닐까? 의료 기록이라든지, 아니면 누군가를 만나려던 건지…”

정민은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형님, 홍선숙이 지금 어디로 끌려갔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잠깐만..."
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꺼냈다. 담당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홍선숙의 현 상태를 물었다.

잠시 후 도훈은 “홍선숙은 지금 구치소로 이송됐대. 도주 우려가 있어서 신속히 이동시켰다고 해. 병원에 온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병원 CCTV를 확인해야겠어. 홍선숙이 병원에서 뭘 하려던 건지, 혼자 온 건지 다 알아봐야 해.”


셋은 병원 관계자를 통해 CCTV 확인을 요청했다. 도훈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정식으로 협조를 구했다.
“홍선숙이라는 여자가 오늘 병원에 왔던 걸 확인하려고 합니다. 경찰과 연관된 사건이라 조사가 필요합니다.”

병원 관계자는 경찰서에 연락하여 확인을 한 다음 도훈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그들은 곧 CCTV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면 속에서 홍선숙은 병원 입구를 지나 복도를 빠르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정민이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서류 봉투... 뭔가 중요한 걸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 어디로 간 건지 끝까지 확인해 봐야겠어.”

CCTV는 그녀가 한 병실 앞에서 멈춰 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병실 번호는 203호.

도훈이 관계자에게 물었다.
“203호에 누가 입원해 있나요?”
병원 관계자는 차트를 확인하며 말했다.
“의식불명 환자예요. 이름은… 박재현 씨입니다.”

유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박재현요? 그 이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

도훈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박재현… 혹시 기억나는 거 있어?”

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기억은 안 나지만… 익숙한 이름이에요."

매거진의 이전글3부  감춰진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