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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시간여행자

by 구르미


"아줌마 이거 몰라요?"

15년간 출산과 육아로 세상과 단절된 채로 살다가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가장 많이 듣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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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웃어넘겼다.

그런데 점점 그런 말을 듣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나는 정말 세상과 단절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부끄러웠다.

카페에서,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마주했을 때, 어디를 눌러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고 뒤에 선 사람들이 한숨을 쉬며 기다리거나 답답하다며 자기들끼리 수근댈때에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휴대폰으로 인터넷뱅킹을 할 줄 몰라 은행으로 뛰어다니며 결제를 하고, 겨우 배운 폰뱅킹을 사용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 일일이 숫자를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눌러가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때, 스마트폰을 좀 만질 줄 안다고 자부하는 지인이 핀잔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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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이 어떤데 아직 이러고 있냐?”

그는 인터넷 뱅킹 사용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선물도 보내고, 계좌번호 없이도 계좌이체를 하고, 카페에선 직접 카운터에 가지 않고 오더로 주문도 하며, SNS로 부업을 해서 돈도 벌고 있었다. 전화기 하나로 안 되는 게 없는, 참으로 놀라운 세상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AI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가 되었고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법한 일들이 먼 미래의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있는데, 나는 조선시대를 살다가 미래로 순간이동한 시간여행자처럼 세상 모든 것이 낯설고 버거웠다.




표지사진 출처 : istok 유료이미지 1411004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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