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마당 넓은 애견카페에 자주 갔다.
집안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목줄을 풀고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신기하게도 목줄을 잡고 산책을 할 때는 저들도 맘에 드는 개가 있고 맘에 들지 않는 개가 있는지, 유난히 으르렁 거리며 달려들었다가 또 어떤 상대에겐 친근함을 표현하며 놀기도 한다. 처음 만난 상대인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개도 사람처럼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무리 안에서 서열을 정하려는 습성이 있어서 그렇다.
또한 사회화 시기가 지나버려서 친구 사귀기를 꺼려하거나 공격부터 하려는 개도 있다.
특히 수캐들에게서 서열싸움이 빈번하다고 하니 수캐를 키우는 견주는 억지로 인사를 시키기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또한 천천히 다가가는 방법도 모색해 보고 누구의 공간도 아닌 공공의 장소에서의 만남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개들은 자기 영역에 대한 본능이 강하기 때문이다.
세력다툼에서 사람이 말리게 되면 여운이 남아 오히려 더 싸우게 된다고 하는데 목줄을 하고 산책할 경우 사람이 목줄을 잡아당기기 때문에 개는 저지 당한다고 여겨 더 거칠게 싸우려고 한다.
반면 목줄이 풀려있는 장소에서 수캐들은 말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서로 눈치껏 강한 상대와 약한 상대를 알아차리고 자연스럽게 군림하거나 복종하게 된다.
따라서 목줄을 한 상태로 산책할 때보다 목줄이 풀린 상태에서 더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처음엔 구르미의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개가 아무리 사람과 친근하게 살아왔지만 본래의 야생 기질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서열싸움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에 구르미는 형들과의 서열 싸움에서 우위에 섰다고 생각했는지 형들이 다가오면 으르렁 거리거나 짖었다.
이 또한 본능적으로 사람 중에 제일 막내인 작은형과 그다음 약자라고 생각한 큰형이 엄마, 아빠보다 더 만만해 보였을 것이다.
사실 아이들에게 자극적인 행동을 삼가라고 가르치지만 개를 훈련시킬 줄 모르는 아이들이 장난으로 하는 행동에 구르미가 자극을 받게 된 것 같다.
요즘 개 물림 사고가 빈번하다.
그래서 산책할 때에도 항상 조심스럽다.
산책할때 구르미는 유난히 민감할 때가 있는데 주로 지나가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혹은 킥보드를 타는 어린이들에게 촉각을 곤두세웠다.
요즘은 훈련을 통해 제법 얌전해졌지만 여전히 조심스럽고 신경쓰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가 사람에게 달려들 때는 견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개에게도 에티켓이 필요하므로 사람들 역시 개에게 차라리 무관심 하거나 다가가는 법을 조금 알고 대해 주면 좋겠다.
개는 오히려 무관심한 상대에게 잘 달려들지 않는다.
저들도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