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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미 Apr 16. 2021

또 늦었네?

말 한마디의 위력



회사 직원들과 한 달에 한번 등산을 가는 동아리가 있다.

매달 첫째 주 일요일로 지정하였는데 나는 1년째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을 했다.

그날도 나는 동료들과  등산을 가기로 한 날 차가 밀려 10분이나 늦어버렸다.

모두들 기다리고 있었다.



5 전에 가벼운 접촉사고로 한번 늦은 적이 있던 터라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죄송합니다.’ 라며 사과를 했다.

그때 한 친구가 “또 늦었네?”라고 말을 했는데 그 순간 거기 있던 많은 사람들이 ‘아! 이 사람은 매번 늦는구나.’라고 생각해 버린 듯하다.

그 뒤로 다른 사람이 늦으면  사정이 있었나 보다 생각하지만 내가 늦으면 ‘또 늦었냐?’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한 둘 늘게 되고  그중 오지랖 넓은 김대리가 아예 나서서 “좀 일찍 일찍 다녀라.” 고 충고까지 했다.

줏대는 없으면서 강한 자 앞에서 늘 꼬리를 내리고 눈치를 살피던 김대리는 만만하고 순한 사람에게 함부로 말하기를 좋아한다.  

“아.... 네.... 오늘은 일부러 10분이나 일찍 나왔는데 길에 사고가 나서요.”

나는 말까지 더듬으며 창피해서 얼굴을 붉혔지만 ‘또 핑계냐?’라는 식의 표정들을 짓고는 모두 서둘러 가고 있었다.

나는 순간 뒤따라 가서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뒤통수를 후려칠 뻔했다.

하지만 나는 김대리보다 나를 여러 사람에게 ‘지각생’이라고 각인시켜준 친구가 더 미웠다.    

무심코 던진 그녀의 한마디는 내 삶에 크나큰 상처를 냈다.

지금까지 누군가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책임감 강하고 성격 좋고 친절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 날 나는 마음속에 있던 친구를 끄집어내어 바닥에 내동댕이쳐 버렸다.


이는 단순히 지각한 정도나 횟수의 차이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만만한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가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고...


그 뒤 누군가 그 친구는 어떠냐? 고 물으면 “글쎄요 어떤 점이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해 버린다.

이 말 한마디가 그 친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만 굳이 그녀를 옹호해주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은 직설적이고 자기 할 말 다하고 사는 사람에게 조심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뒤끝이 없다. 평소에 할 말을 많이 하고 살기 때문에..

정작 조심해야 할 사람은 말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무섭다.

참을 때까지 참다가 마음을 도려내기 때문에 오히려 냉정하다 



한치 혀로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만 또한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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