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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미 Apr 16. 2021

현명한 선택, 지혜로운 배려

패밀리 2_삶 속의 삶


중학교 2학년이 된 아들은 아직도 사춘기가 뭔지 모르는 아이처럼 착하디 착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내면의 갈등이 많고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내면의 세계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자물쇠로 꼭꼭 잠가 버린 듯한데, 그런 아이에게 엄마가 전하는 편지가 도움이 될까요?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편지를 써 봅니다.



 

아들아!

장점이 훨씬 많은 너를 왜 몇 안 되는 단점을 들추어서 부족한 아이로 키웠을까?
심지어 너의 장점을 단점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칭찬해야 할 행동을 꾸짖어 혼란을 주고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로 키운 것이 내내 후회가 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겁쟁이였어
누군가와의 관계가 틀어질까 봐, 싸우게 될까 봐, 그 사람이 기분 나쁠까 봐, 나를 싫어할까 봐, 그것이 두려워 회피하고 참으며 ‘잘했다. 착하게 살아야지’ 스스로 합리화시키면서 말이지.
그것을 핑계로
무조건 참으면 좋은 것,
무조건 양보해야 하는 것,
무조건 도와야 하고 무조건 베풀어야 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잘못된 선행을 하고 있었나 봐
그 속에서 자라는 네가 희생양이 돼 버린 것 것도 모르고...



너는 우는 방법을 몰라 웃더라
기뻐할 줄 모르고 환호할 줄 몰라 무표정했고, 맞아서 아프고 억울한데 “괜찮아요 나는 다 괜찮아요”라고 했어
5살 어린아이가....
그러면 내가 “착하다 잘했다” 했어
5살 너에게....


너는 가끔 자다가 잠꼬대를 했어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난 여태 너보다 착한 아이를 본 적이 없는데 왜 넌 늘 미안해했으며 잘못했다고 했을까?
잘못한 행동이 아닌데 왜 다시 안 그런다고 했을까?

우리는(너와 나) 표현할 줄 몰라 자기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아프지 않은 척 힘들지 않은 척 속상하지 않은 척 살아왔어
그래서 아무도 우리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누군가는 “말 안 해도 알아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그 많은 사람을 만나고 서운해하고 “괜찮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면서 슬퍼도 참아보자 기뻐도 티 내지 말자 살아왔어


근데 나 지금 너무 아파
네가 나처럼 살아가고 있어서....
누가 너한테 싫은 말 하면 속상해야 하고, 때리면 아파야 하고, 상처를 주면 화내고 울어야 해
네가 다른 사람 칭찬만 하고 배려할 때 몰라주면 알아달라 하소연해야 하고 누군가 너를 배려하지 않을 땐 서운하다 말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이게 평범한 거고 정상적인 거지?




미안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천사 같은  아이야
우리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당당해지자



언젠가 네가 자라 성인이 되면 나를 원망하겠지?
 이렇게 가르치셨어요?
 이렇게 키웠어요?
 이렇게밖에 살지 못했어요?

하지만 조금은 이해해 주길 바라.
그땐 나도 몰랐고 그렇게 배워 왔고  부모님이 그렇게 살아오는  지켜봤고 그게 최선인  알았으니까
그렇지만 우리는(아빠와 엄마) 열심히 살았고 다른 방법을 몰랐고 알아도 달라질  없는 현실 앞에 자책도 많이 했어 

나의 부모님은 아직도 자신들의 삶이 정답이고 틀리지 않았고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우리는 달라질  있을 거야, 발전이 있을 거야, 개선해 나갈 거야!
적어도 우리는 잘못된 것에 후회할  알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잖아?


아들아!

참으로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문득 옛날 사진을 보다가 왈칵 눈물을 쏟았지 뭐야




너는 참으로 똑똑하고 영리한 아이였어.


성장도 발육도 빠르고 주위에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끼지 않았던, 누구나 부러워하는 태생부터 완벽한 아이였지.
물론 지금도 잘 자라주고 있지만
지금의 너를 보면서 뭔지 모를 아쉬움에 나의 과거를 되짚어 보았다.
언젠가 네가 나를 원망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때는 단 한 번도 없었어.
그리고 ‘좀 더 잘 키울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단다.  


네가 날 닮았다면 넌 분명 평생을 나누며 살려고 할 거야

우리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진정한 내 삶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현명한 선택과 지혜로운 배려로 참다운 나눔을 실천하며 살자

네가 흘린 땀방울이 그저 바람에 식어버릴 하찮은 것이 되지 않도록 항상 너의 뒤에서 응원해줄게



아들아!

나중에 네가 자라 부모가 되거든 그때는 나의 마음도 한번 짚어 봐 줄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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