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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요커 Sep 09. 2019

아내가 뉴욕을 사랑하는 이유들

나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나는 뉴욕을 좋아하지만 싫어한다. 이중적인 감정이 교차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조금 예민한 성격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거슬리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평화롭고 조용한 시간이나 시기의 뉴욕은 두말할 것 없이 아름답고 사랑스럽지만, 일상에서 마주하는 뉴욕은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그래서 오늘은 뉴욕을 나보다 훨씬 더 사랑하고 좋아하는 아내의 관점에서 보는 뉴욕이 사랑스러운 이유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아내가 뉴욕을 사랑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러한 주제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어서 카페에 나란히 앉아서 차근차근 그녀가 뉴욕을 사랑하는 이유를 묻게 되었다. 아내가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미술 및 문화에 관심이 많다 보니 나와는 관점이 다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웅장하고 멋진 최신 건물들이나 근엄하고 멋진 고풍스러운 옛 건물들을 보고 뉴욕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반면 아내는 이러한 거대한 시티 안에 숨어있는 작은 거리들과 예쁜 집들을 보며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양성에서 사랑을 느끼는 듯했다. 



아내가 뉴욕을 사랑하는 첫 번째 이유.


다운타운의 예쁜 거리들이다. 


웨스트 빌리지나 그리니치 빌리지의 주택가 골목들이 대표적으로 아내가 사랑하는 거리들이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뉴욕 시티 안에 낮은 집들이 촘촘히 붙어 있는 이 거리들은 사실 부촌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미국 드라마 '섹스 엔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의 집도 이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아내는 한국에 있던 시절부터도 미국 드라마와 영화를 즐겨 봤다고 하는데, 지금도 '섹스 엔 더 시티'를 몇 번을 다시 볼 정도로 좋아한다. 그리고 그 지역을 지나거나 가게 되면 어린 소녀처럼 설레 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내가 이곳을 정말 사랑해서 우리의 웨딩 촬영 장소중 한 곳으로 선정해서 촬영도 했었다.


          

                         



아내가 뉴욕을 사랑하는 두 번째 이유.


시티 곳곳에는 개성이 넘치는 점포들이 많다. 


소호를 중심으로 한 여러 기업들의 팝업 스토어나 특별한 디자인의 상점도 많고, 최근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서 독특한 컨셉을 가진 부티크 샵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만 Glossier (글로시에)도 하나의 좋은 예이다. 처음엔 팝업 스토어로 한정 기간 오픈하기로 하고 문을 열었다가 인기가 엄청나게 많아지면서 대표적인 플래그십 스토어가 된 사례이다. 


Amazon 4 star라고 해서 아마존에서 평점 4.0 이상의 제품들만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매장도 뉴욕에 위치하고 있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Magnum이 팝업스토어를 열고 특별한 제품을 짧은 기간 동안만 판매했던 곳도 뉴욕이다. 이처럼 뉴욕에는 다채롭고 신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점포들이 많아서 아내는 늘 시티 데이트를 선호한다.


                                  


                                     

아내가 뉴욕을 사랑하는 세 번째 이유.


뉴욕은 엄청난 Melting Pot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별명이 Melting pot이라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용광로라는 뜻인데, 그만큼 다채로운 인종과 문화가 있어도 하나로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 및 나라가 된다는 의미가 있다. 그중에서도 뉴욕은 단연 가장 대표적인 멜팅팟이다. 1년 내내 각종 행사가 끊이질 않는 살아있는 도시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스트리트 페어라고 불리는 행사가 많다. 차량을 통제하고 뉴욕의 넓은 에비뉴들을 거닐며 음식, 음악 등 다채로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행사가 굉장히 많다. 특히 남미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많다 보니 남미 국가 행사들이 많다. 멕시칸, 도미니칸, 푸에르토리칸, 브라질리언 등등 굉장히 많은 행사가 한 주가 멀다 하고 열린다. 각종 마라톤, 자전거 대회, 철인 3종 경기, 공원 달리기, 공연 등 엄청나게 많은 행사가 열린다. 우리 부부는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많은 다른 나라 음식들을 즐기며 뉴욕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 

플레이 버튼을 눌러본 분들께는 죄송! 비디오는 있는데 사진만 올린 작가.


                   

또한, 아내가 디자이너이자 예술을 좋아하다 보니 윌리엄스버그나 브루클린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도 굉장히 자주 다녀오곤 하는데 이 또한 뉴욕의 한 풍경이기도 하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하여 형성된 예술가들의 도시라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했지만 그 속도가 빨라지고 가격 상승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모습은 서울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 소호,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롱아일랜드 시티, 저지시티, 호보큰 등 뉴욕 인근의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도시들을 보면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더 나은 삶을 찾아 움직이는 젊음의 활력과 태동이 아내가 사랑하는 뉴욕의 문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Smorgasburg 행사 (뉴욕 시내는 아니지만 브루클린) / 출처 : Eaters

        

아내가 뉴욕을 사랑하는 마지막이자 흔한 이유.


센트럴파크.


이 단어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과연 필요할까? 단어 하나로 설명이 끝날 정도라고 생각한다.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 안에 이렇게 큰 공원이 있다는 것은 아직도 적응이 잘되지 않는 현실이다. 에비뉴로는 4개의 에비뉴, 스트리트로는 51개의 스트리트 규모이니 엄청나게 거대하다. 낮에는 햇살과 공원을 즐기며 운동을 하나 사람들, 휴식을 취하는 직장인들, 많은 관광객들, 노숙자들 등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공원을 즐기고 이용한다. 밤에는 워낙 거대하다 보니 통제되는 구역도 많거니와 조금 위험하기도 하다. 지친 도시 생활 속에서 거대한 자연이 주는 휴식과 힐링은 뉴욕이 인간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아내도 그렇기 때문에 뉴욕을 더욱 사랑한다.

화룡점정 센트럴파크 / 출처 : Wordsearch


부부가 되면서 나는 아내의 많은 부분을 닮아가고 취향도 비슷해져 가고 있는데, 가장 큰 변화는 나도 점점 뉴욕이 가진 매력에 매료되고 있다는 점인 것 같다. 나는 한적한 곳의 광활한 자연 속에서 조용한 풍경을 즐기는 사람이었지만 아내가 보여주는 뉴욕의 세세한 매력들이 나 또한 뉴욕을 진심으로 좋아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 나는 뉴욕 시내의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 냄새나고 습한 지하철역, 밤마다 길거리에 놓이는 산더미 같은 쓰레기봉투들 등 적응이 안 되고 싫은 부분이 많지만 이 또한 이 도시의 한 부분이자 특색임을 생각하면 이제는 순응이 되고 이 도시가 가진 다른 좋은 매력을 찾아보려 애쓰고 있다. 언젠가는 진심으로 뉴욕이라는 도시를 아내처럼 사랑할 수 있을 날이 올 것을 믿으며.

           


직접 찍은 멋진 자유의 여신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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