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염을 기르는 이유
제목이 조금 자극적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전략이지만 어쨌든 사실임에는 틀림이 없다. 나는 더 좋은 삶을 위해, 먹고살기 위해 수염을 기르기로 결심하고 1년 반 정도 수염을 기르고 있다. 과연 내가 먹고사는 것과 수염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그 정답을 확인하기 위해선 먼저 서구권, 혹은 미국인들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야 한다. 정확히는 내가 아닌 보편적으로 아시아인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이다.
아시아인들은 어떤 부분에서는 안타깝게도, 또 젊어 보이고 싶은 욕구 측면에서는 감사하게도 서양권에서는 매우 젊어 보인다.
문화가 문화인지라 서로의 나이를 묻는 것은 굉장히 실례되는 부분이라 어지간히 친하고 가까워지지 않으면 잘 묻지는 않지만, 기회가 되어 나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 아시아인들의 실제 나이에 깜짝 놀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나 스스로 동안이라고 생각하고 산적은 없지만, 내 직원들이 나를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으로 알고 있었다는 대답을 들으면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이전 글로벌 식음료 대기업인 Compass Group에서 재직할 때도 과장급으로 근무를 할 때도 직급 대비 어린 사람이 온 것으로 생각한 경우가 많이 있었고, 현재의 직장에 타이틀을 더 올려서 식음료 사업부장으로 이직을 했을 때도 부서 직원들은 나를 나이에 걸맞지 않은 초고속 승진자로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사실, 군대 2년, 석사 2년을 고려한 내 직장 생활의 길이를 생각한다면 빠르게 올라간 것은 맞지만, 일반적인 미국 직장인들 나이에 비하면 빠르긴 하다 쳐도 초고속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나의 실제 나이이기 때문에 내 실제 나이를 알려주고 나면 다들 그래서 내가 그 포지션을 맡고 있구나 하고 공감을 하곤 한다 (수염을 길렀는데도 아직도 제 나이보다 어리다고 보니 늘 깊은 고민이 많다. 예를 들면 하얀색으로 머리를 염색해야 하나 싶은 고민도...)
이러한 일들이 있다 보니 더욱 면도를 기피해왔던 것 같다. 사실 내가 수염을 기르고자 결정했던 배경에는 이전 직장에서 다른 고객사로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옮겨야 했을 때, 회사 그룹사 내에서 여러 면접을 보면서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에 (다시 말하지만 내가 결코 동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경험 부족이나 연륜 부족으로 보일까 봐 전략적으로 기르기로 결정을 했었고, 당시 5곳의 면접 중 5곳 모두 합격을 하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었다. 그래서 더욱 나는 수염에 좋은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던 것 같다. 게다가 현재 재직 중인 곳으로 이직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수염을 기르고 깔끔하게 정돈하고 이직 도전을 했고, 더욱 높은 포지션으로의 이직을 성공했기에 적어도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는 성공했다고 생각을 한다.
미국에서는 외모를 가지고 채용, 이직, 승진 등에 불이익을 주거나 그러한 정황만 포착이 되어도 회사는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 이러한 부분을 가지고 절대로 차별이 없어야 하며, 직원에게 아주 사소한 불이익도 없어야 하는 것이 미국의 노동법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들여다본다면 대놓고 표현하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의 심리를 100% 파악하기란 어렵지만, 나를 포함한 몇몇 동료들의 생각은 모두 공통된 생각이었다. 실력과 성과가 검증된 상태에서 다수의 지원자 중 1명을 뽑으라고 했을 때, 그다음으로 살펴볼 수 있는 요소는 결국 겉모습에서 보이는 연륜이나 경험, 카리스마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러한 현상들은 기업의 문화나 산업군의 특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성장해온 인더스트리에서는 그래도 내 나름의 전략이 꽤나 효과가 있는 전략이었다.
사실 인사권이 있고, 인사를 진행할 시 중요한 포지션에 걸맞은 사람을 뽑아야 할 때 실력이 좋아서 대상에 올려놓고 보니 너무 어려 보이거나 자신감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앉히는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물론 그 대상을 매우 잘 알고, 어떻게 일을 하는지를 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대개 이직이나 채용을 결정할 시에는 인터뷰 당시 보이는 모습으로 결정이 되기 때문에 사실 이러한 부분에서 경력직 아시아인의 이직은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는 셈이다.
내가 오늘 이야기하고자 했던 중요한 포인트는 성공적인 커리어 발전을 위해서 수염을 기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복장을 좀 더 나이 들어 보이게 입거나 화장법을 달리해서 더 중후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분들도 많다. 그 모든 것들이 결국 귀결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을 가꾸는 것이다
단순히 예뻐 보이게, 멋있어 보이게, 어려 보이게 가꾸는 것이 아닌 내 커리어 발전을 위해서 나에게 맞는 방식의 꾸미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서구권에서 아시아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일반적으로 더 나이 들어 보이게 바라본다면 나는 더욱 옷을 젊고 스타일리시하게, 그리고 화장을 더욱 세련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을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했던 포인트는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자신을 잘 파악하고 전략을 세워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해외에서 취업 및 이직을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이 각자에게 맞는 취업이나 이직 전략을 세우고 성공적인 도전을 완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
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본업과 더불어 글과 영상을 함께 제작하는 강행군을 진행하다 보니 요즘 체력적으로 많이 버겁기도 합니다만 제 글을 아껴주시는 분들을 위해 오늘도 힘을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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