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숲사진가 Jun 12. 2022

필름 값 인상과 '뉴페이스' 시네필름들

근시안적인 탐욕 앞에 자멸하는 필름 시장

"다소 강한 어조의 부제를 서두에 적었으나, 본 글은 오롯히 글쓴이 본인의 의견임을 앞서 밝힙니다."


한동안 파나소닉 S1과 후지필름 X-T3들을 앞세워 사진 생활을 하고 있었던 차에 오랜만에 '보석 같은 카메라' 라던 콘탁스 IIIA와 다시금 진득하게 함께 해보고 싶어졌다. 필름 사진에서의 내 취향들은 꽤나 독특한 편인데, 디지털에서 '쉽고 빠르고 너무나 완벽하게 잘 나오는 사진' 의 대척점을 선호한다. 그래서 찍는 과정이 매우 불편하며, 많은 생각을 하고 셔터를 눌러야만 하는 '하나의 작은 모험'과도 같은 1롤 36컷을 좋아한다. 그 모험이 끝나고 내가 어떤 것들 담아놨는지 잊을 즈음이면 나도 예상치 못한 현상물들을 받아들곤 한다. 그 과정을 사랑하며, 최대한 불편한 과정을 극대화 시켜주는 클래식 필름 카메라들을 좋아한다. 


콘탁스 IIIA와 Opton Sonnar의 이 조합의 매력을 아는 사람들은 안다. 필름값이 올라서 자주 쓸 수 없다는게 슬프다.


그런데 필름을 다시금 쟁여놓으려고 검색을 하니 이제는 필름 값이 올라도 너무나 올랐다. 정말이지 직장인 지갑 사정에서도 어이가 없을 정도의 그 가격이다. 한때 4000원 정도면 구매 했던 엔트리급 필름인 코닥 컬러플러스가 20000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보이고 있으니 말 다했다. 펜데믹 시대를 지나오면서 약 5배가 뛴 셈이다. 명분은 존재한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면서 필름 생산 라인 가동과 배송 시스템에 어려움을 겪었다는게 이유이다. 여기에 두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 "그럼에도 왜 다섯배나 뛰었나?""그 다섯배나 뛴 가격에 필름을 살 이유가 있나?" 가 그것들이다.


한동안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필름 카메라들이 펜데믹 시대 바로 직전까지 오랜만에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에 필름카메라 시장이 디지털카메라 시장으로 전환 되어온 이래로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았던 필름 카메라들이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던 중흥기라 할 만 했다. 어떠한 '트렌드'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같은 '매니아'들이 아닌 입문 유저에 속하는, 필름 카메라와 전혀 상관 없었던 일반 유저들이 필름 카메라 시장으로 유입 되어야만 트렌드로서 성립이 가능하다. SLR / RF 타입의 필름 카메라 이외에도 일회용/ 다회용 필름카메라들이 코디용 감성 아이템 그 자체로도 주목을 받았고, 필름 카메라가 만들어 내는 디지털 바디와는 다른 색 구현과 질감 등에 사람들은 매료 되었다. 연예인들도 필름 카메라들을 사용하는 인증들이 올라오면서 니콘 FM2나 라이카 M6 등의 중고 매물 가격이 폭등하는 시장 내의 변화들도 볼 수 있었다.


그냥 이런 모먼트를 찍어도 필름이 주는 묘한 환상감과 찍어냈다는 뿌듯함이 있다.


다시 한번 새로운 트렌드로 일어서나 했던 필름 시장은 펜데믹 시대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는데, 현행 필름 제조사가 사실상 코닥 밖에 남지 않은 시장에서 코닥이 휘청거리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코로나 이슈로 생산 라인 가동과 배송 과정에서 차질이 생기면서 필름 물량 수급이 원활하게 공급이 되지 않았고, 이로 인한 필름값 인상을 발표하였다. 펜데믹 시대의 3년동안 매년마다 약 20%의 가격 인상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 과정에서 코닥을 유일한 악역이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코닥은 오히려 필름 문화의 부흥을 위해 리딩 브랜드로서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그간의 해묵은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위해 톡톡 튀는 브랜드 디자인 도입, 단종 된 슬라이드 필름이었던 엑타 크롬을 재생산하여 판매하는 등 필름 시장과 대중의 거리를 밀접하게 유지하도록 하는데에 노력을 하고 있다. 


3년간에 걸친 가격 인상을 감안해도 그럼에도 5배에 가까운 터무니 없는 가격 인상을 보인데에는 국내 필름 유통사들의 '이 참에 적게 비싸게 팔아서 한몫 챙기겠다', '그래도 필름 이제 많이들 하니까 사겠지.' 라는 의중도 크게 작용했다. 이 피해가 그대로 필름 카메라 소비자들에게 돌아왔다. 주로 충성도가 아주 강력한 팬덤 마케팅을 기반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 분야에서 자주 나올 법한 발상인데, 이런 안일하고도 근시안적인 욕심이 어렵사리 불러모은 필름 카메라 팬덤들을 다시 흩어지게 만들고 있다. 코닥 기업 직영의 유통사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가격 안정화가 앞으로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해본다.  


서두에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 내놓자면, 5배나 뛰어오른 제품을 소비할 소비자는 없다. 특히 직장인 대비 구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더불어 우리 같은 일반 매니아 유저들이야 3롤 찍을 것을 1롤만 가끔씩 찍어도 그만이지만 이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작업들을 하는 작가님들은 더욱 큰 고민일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사진 시장 전체의 침체까지도 걱정 해야할 아쉬운 현황이다. 


시장이 위기일 때는 대체제나 대안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들이 그렇다. 좀 아쉽긴 하지만.


절대 강자가 흔들리는 시장 속에서 쇄신과 새로운 기회 창출의 움직임이 없지는 않다. 새롭게 등장하는 중소 브랜드들이 신제품들이 꽤 많이 등장했다. 국내 제조사에서 만든 '포토콜라' 필름이 있으며, '프레드폴' 필름, 그리고 인도네시아 제조사에서 만들었다는 '호스카' 라는 필름 등이 최근 소개 되었다. 이 중에 최근 포토콜라와 프레드폴 필름을 최근 사용해보았는데, 영화 필름 베이스의 필름들이라 다소 푸르뎅뎅한 색감이 돌며 꽤나 독특한 발색들을 자랑한다. 가격 경쟁력도 현재 필름 시장 기준으로는 꽤나 확보된 편이다.


프레드폴 500T 필름의 현상물 중에서는 램젯 묵은 채로 현상 약물에도 완전히 벗겨지지 않아 사진에 그 질감이 그대로 상처처럼 남은 컷도 있었다.


재밌게 사용하긴 했으나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아 아쉬움에 대한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왜 대중들이 필름 사진에 열광 했는지를 되짚게 되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대중들이 필름 사진에 열광하는 이유는 대부분 필름 사진 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퀄리티 저하나 빛샘, 초점 나감 등 '촬영자의 실수나 기술적 미숙함'을 감성으로 받아들였고 그 자체가 차별점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브랜드들이 내놓는 필름들은 전체적인 이미지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독특함으로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영화필름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영화 필름의 경우 실제 현장에서 봤던 광경이 맞았나 싶으리만치 독특한 색감들을 자랑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정확한 색 구현을 못하는 필름이기도 하다, 또한 영화 필름의 경우 밝은 영역과 어두운 영역 모두를 동시에 표현해낼 수 있는 '관용도'가 낮은 필름이기도 하다. 필름 사진의 매니아 유저들이 바라는 것은 코닥 필름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을 만큼의 정확한 색 재현력과 훌륭한 관용도, 좋은 묘사력의 필름들일 것인데, 당장 높은 퀄리티보다는 시장 전체의 부흥을 위해 대중성부터 챙길 수 밖에 없는 현 상황이 대단히 아쉽다. 


필름의 물량 수급이 다시 안정화가 되더라도 절대 이전의 필름 가격으로 정확하게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컬러플러스 가격 기준으로 한 롤에 6~7000원 정도 선에서 자리 잡혀주길 바라는건 그마저도 욕심일까. 라이카 M3와 RIGID 조합을 눈독들이고 있는 요즘의 나 자신에게도 필름을 더 오래오래 이어나갈 수 있는 희망적인 소식이 있기를 바라본다.


프레드폴 필름은 퀄리티적으로 아쉬움이 꽤 많이 남는 필름이다.


이렇게 여러장 모아놓고 보니까 포토콜라는 꽤나 괜찮아 보인다. 다음에는 감도 500짜리도 써볼 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들에게 사진은 무엇이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