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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숲사진가 Jun 23. 2022

라이카를 쓰고 싶다는 이유

나에게도 왔다 '그 병'이

사진 좀 마음 먹고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온다는 '그 것'이 기어이 나에게도 조금 늦었지만 정확하게 날아들어 꽂히고 말았다. 라이카, 이름만 들어도 거대함을 느끼는 바로 그 브랜드의 이름이 내 머릿속에 새켜지기 시작했다. 독일의 손 끝에서 시작 되었다는 그 이름. 


"왜 라이카는 이다지도 비싼 것인가. 그럼에도 왜 쓰는가."


대숲사진가의 스냅 촬영 프로젝트를 서서히 정리 하는 시간을 가져감에 따라, 그간 메인으로 사용해오던 후지필름과 파나소닉 둘 중 하나를 정리하기로 마음 먹은지는 제법 시간이 지났다. 내 손에 더 자주 들려 있는 카메라가 결국 좋은 것이라는 명제에 따라 너무나 훌륭하고 완벽했지만 무겁고 이래저래 손이 가지 않던 파나소닉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앞으로 사용하게 될 카메라는 꽤 긴 세월을 나와 함께 동행할 수 있는 카메라를 찾다가 라이카가 눈에 들어왔다. 파나소닉 장비를 몽땅 정리하면 아무리 라이카가 비쌀지라도 필요한 비용은 충당이 될 터였으니까. 그렇게 그간 관심도 없던 라이카라는 브랜드는 내 머릿속에 조금씩 비집고 들어왔다.


사실 난 이미 콘탁스 IIIA를 사랑하고, 자주 사용하며 지금도 내 옆에 가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라이카의 역사 그 자체인 기종 라이카 M3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모델이다. 훌륭한 렌즈 세공과 쫀쫀한 만듦새를 자랑하던 콘탁스 카메라는 출시 후 약 3년간은 세계 최고의 자리를 거머쥐었지만, 1953년에 나타난 라이카 M3에게, 역사상 가장 완벽한 카메라라는 수식어를 가진 그 녀석에게 이내 금방 정상의 자리를 빼앗기게 되었다. 그리고 영영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보석 같았던 카메라, 하지만 1위의 그림자 뒤에 영영 가려지게 된 2인자의 스토리를 난 집어들었던 것이었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왜 라이카가 1위를 거머쥐었는가' 라는 궁금증으로 초점을 조금 바꾸어 생각해본다. 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라이카는 왜 이렇게까지 비싼 가격인가.' 와도 연관이 되어 있는데, 라이카는 숙련된 독일 라이카 공장의 장인들이 직접 느릿느릿 하지만 정밀 하고도 세밀한 작업을 직접 하고 있다. 장인들의 손 끝에서 펼쳐지는 무형의 가치를 중요시 하는 독일인만큼 당연히 인건비와 산출물에 대한 로얄티가 많이 붙는 것이다.


장인 정신과 혼이 담긴 '예술품'인 만큼 자부심도 대단하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나오면서 7-80년이 지난 자사 제품을 A/S를 받아주는 브랜드는 라이카가 유일하다. 기본적인 만듦새와 섬세함이 전제 됨은 물론이다. 그러한 유구한 역사와 요즘 시쳇말로들 이야기 하는 '근본'이 있는 브랜드이다 보니 중고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기현상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하나 가져보기로 했다."


빨간 딱지는 아니지만 멋들어진 각인이 있다.


라이카를 가져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부터 내 머릿속에 있던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라이카와 광학계 역사를 통째로 쥐고 흔들었던, 1953년 발매의 라이카 M3였다. 모든 라이카 M시리즈의 모태와도 같았던 뿌리의 지점에 있던 바로 그 모델. 콘탁스를 역사의 뒤편으로 지워버리고 니콘을 필두로한 일본의 거함들이 거리계 연동식 카메라의 개발을 포기하게 만들고 SLR 타입의 카메라들의 발달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나비효과를 일으킨 매개체. 가장 최초의 라이카 M이었던 만큼 당시 라이카의 모든 전력 투구가 들어갔다. 


더불어 50mm 렌즈를 가장 많이 쓰는 나에게는 50mm를 쓰기 가장 편한 바디 또한 M3였다. M3 바디와 영혼의 짝궁과도 같은 Leica Summicron 50mm F2 Rigid 렌즈(이하 리지드라고들 많이 부르는)를 함께 구하기로 했다. 이 조합으로 만들어 내는 사진은 현행 디지털 사진들과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성능을 낸다고 하니, 그 시절 누군가의 가장 최고이자 최선을 만나 사용해볼 수 있다는 것은 꽤나 멋진 일일테다.


물론 라이카 내의 다른 기종들과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라이카를 고르는 이유 중에 탄탄한 만듦새, 장인들이 펼쳐놓은 손길과 그 시기의 최고의 기술, 카메라의 역사 자체를 바꾼 의미 있는 카메라 등이 컸지만 '나 라이카 쓰고 있소' 하는 자랑의 마음이 단 한톨도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래서 모두를 설레이게 하는 그 '라이카 빨간 딱지'가 들어가기 시작한 라이카 M6와도 고민을 하고 있었다. (M3는 빨간 딱지 대신 상판에 사진과 같이 ERNST LEITZ GERMANY라는 문구가 각인되어 있다.) 다만, 생각을 다시 바로잡게 된 계기는 앞으로의 내가 하게 될 사진들에 대한 고민에서 해답을 구했다. 20대의 나는 많은 사람들을 새로 만나며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지만, 30대가 된 나의 사진들은 이전보다는 좀 더 주변의 사람들에게 더 집중하고 그 사람들과 더 깊게 함께 우러나는 사진을 하지 않겠나. 또 그렇게 좁고 깊은 사진들을 하게 된다면 굳이 겉으로 보여지는 빨간 딱지가 무엇이 중요한가 하는 생각으로 마무리 지었다.


라이카 M3의 영혼의 파트너, 리지드!


그렇게 나의 라이카는 M3와 리지드가 되었다. 와중에 조금이라도 튀고 싶어서 M3를 순정 실버 크롬 버전이 아닌 블랙 리페인트 모델을 고른 것은 어쩔 수 없는 내 성격이 묻어난 대목이었다. 함께 장착한 50MM 렌즈는 나에게 누구보다도 잘 맞는 렌즈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노출계가 없다는 단점도 앞서 콘탁스를 사용해온 나에게는 큰 난관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기어이 대숲사진가는 라이카라는 '달리는 호랑이 등'에까지 올라탔다. 이 호랑이는 언제 여기서 뛰어내릴까 노심초사 해야하는 존재의 호랑이가 아니다. 기변 욕심의 극점에 있는 존재이며,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이상 이 카메라는 주인보다 오래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들을 먹어보며 나는 이 라이카라는 호랑이와 기나긴 달리기를 함께 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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