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숲사진가 Jul 11. 2022

클래식 라이카, 지금도 이질감이 없는게 혁신이다

1950년대에 이게 가능했다니

호사가들의 말들이 빚어낸 환상을 걷어내어야 비로소 라이카를 사용함의 시작이다
Leica M3 + Summicron 50mm Rigid | Kentmere 400

라이카는 사람들에게 환상과 상상 속의 거대한 존재감까지 줄 수 있는 브랜드이다. 독일 장인들이 긴 세월 동안 다듬어 온 거대한 브랜드 파워와 접근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가격대가 그 이유일 것이다. 그러한 환상은 때로는 고개를 갸웃거릴 만한 호사가들의 이야기들까지 빚어내곤 한다. 전설의 렌즈라고 불리우는 Summicron 35mm F2 (일명 6군 8매, 라이카를 조금이라도 찾아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다.) 렌즈가 ‘공기까지 찍어낸다’ 라는 이야기 등이 그 것이다. 물론, 설령 라이카 렌즈들이 정말 공기까지 찍을지라도, 결국 찍는 것은 사람이고 촬영자의 시선과 능력에 따라 담기는 것은 결국 다르다. 우리는 찍고 결과물을 손에 받아들기 전까지는, 특히 그 것이 필름이라면 수 많은 변수와 그 것들을 통제해야 하는 우리의 역량을 끝임없이 시험하고 의심해야 할 것이다. 장비와 브랜드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차분하게 시작선에 서는 것이 어쩌면 라이카라는 브랜드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첫 걸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라이카 M3와 Rigid의 조합은 설레임을 주는 이름이다


최근 며칠간은 라이카 M3와 주미크론 50mm 리지드를 손에 넣고 내가 할 수 있는 한도의 최선을 다해 부지런을 떨어보았다. 수 많은 카메라 브랜드와 렌즈들을 써보았지만, 무려 라이카는 처음이었던지라 떨림의 감정은 어쩔 수 없었다. 라이카라는 브랜드 이름이 사진가들에게 주는 폭발력이란 그만큼 대단한 그 것이었다. 심지어 그 중에서도 M3와 Summicron Rigid가 아닌가. 하지만 이름 값이 눌리지 않으려 애써 마음을 억누르며 셔터를 하나 하나 신중하게 눌러나갔다. 장전한 필름은 켄트미어 400, 그래도 그 시절 감성과 맛을 최대한 먼저 즐겨보고 싶었어서 흑백필름도 장전 했다. 제품을 만들던 시절과 최대한 비슷한 고증을 해보며 사용해보고 당시 기획자의 의도와 연출을 최대한 짐작 해보려 하는 것은 마케터의 직업병이다.


Leica M3 + Summicron 50mm Rigid | Kentmere 400

 날의 필름 롤은 함께였기에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일상 동선이었는데, 정독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주변 동네들을 산책한 날이었다. 정독 도서관에서  컷이 시작이다. 요즘 날씨가 들쭉날쭉한 시간들이 많은데,  날은  예상보다는 날씨가 약이라도 올리듯  맑고 청량함도 살짝 섞인 하늘이었다. 이런  하필 흑백 필름이라니, 이럴   억울한게 필름 카메라 유저의 비애다. 하지만 어느  야구 감독이 그랬더랬지. 가진 바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흑백으로 담백하게 담아 보기로 하고 시작해본다.


Leica M3 + Summicron 50mm Rigid | Kentmere 400

너무나 당연하고도 자각을 못했던 사실이 이 날 한 가지가 있었는데, 난 대숲사진가로 활동하면서 모델과의 촬영지로 이 곳의 외부만 수 차례 돌아보았지, 안에서 무언가에 집중하고 들여다 보는 행위를 위해 이 곳의 내부를 방문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덕분에 이 날 재밌고 생산적었으며 함께여서 좋은 오후였다. 정독 도서관은 낡았지만 거부감의 감정은 들지 않았으며 고즈넉하게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물이었다. 방문 하는 사람들도 지금까지의 나와 같이 외부만 둘러보고 가는 사람들이 지금도 대부분이니, 실제 시설 이용자들은 '아는 사람들' 뿐이랄까. 언제나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서 있는 단정한 노신사와도 같은 이 곳에서의 오후를 기록으로 남겨 보았다.


사실 M3를 사용하면서 모두가 걱정하는 부분은 노출계가 없어서 머릿속으로 노출을 계산 해야 한다는 점일 것인데, 콘탁스를 앞서 사용해 왔던 나로서는 완벽한 근심의 소거는 그래도 불가했지만 어느 정도의 계산을 해가면서 사진을 담아냈다. M3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상, 앞으로 노출에 대한 공부도 더더욱 정진 해야할 것이라고 다시금 다짐했다.


Leica M3 + Summicron 50mm Rigid | Kentmere 400


정독 도서관을 지나 삼청동 쯤으로 방향을 돌릴 때 쯤의 시간들을 들여다 볼 때부터 나는 슬슬 M3와 Rigid라는 '전설'로 회자 되는 이 조합에 감탄사를 연발 하기 시작했다. 내가 필름을 하면서 가장 싫어하는 부분이 있는데, 콘트라스트의 가장 정확한 합치와 조화의 지점을 찾는데에 실패하곤 하는 순간이다. 특히 나는 하이라이트가 오버노출로 날아가서 하얗게 떠버리는 화이트홀을 정말 싫어한다. 또한 어두운 암부는 암부대로 어두워져 버리는 순간 디지털과 다르게 보정으로도 만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Rigid 렌즈, 어두운 영역의 디테일도 살리면서 밝은 영역의 극점도 동시에 잘 잡아내어 준다. '그래, 전설이라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라고 되뇌이다가도 문득 이 카메라와 렌즈가 1950~6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는데에 다시금 새삼 감탄한다. 사람 나이로는 환갑을 훨씬 넘겼는데 2022년인 현재에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표현력과 해상력을 보여준다. 라이카라서 특별히 더 대단한 것은 없지만, 그 시절에 이 정도를 이미 구현해내고 있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독일인들의 집념과 섬세함은 정말 놀랍다.


Leica M3 + Summicron 50mm Rigid | Kentmere 400

혹시나 해서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 해보면 더더욱 큰 놀라움과 마주할 수 있었다. 정말 이거 60년대에 나온 올드렌즈라고는 믿기지 않는 선예도를 보여준다. 디지털 바디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아마 믿을거다. 또한 실내 같이 음영의 대비가 강한 지점에서도 역시 괜찮은 표현력과 균형 잡힌 결과물을 보여준다. 물론 흑백이라서 좀 더 자유로운 부분도 있겠지만, 근래 찍었던 흑백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결과물이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비교적 다른 필름 대비 큰 특색은 없이 무난한 켄트미어라고 생각해왔기에 더더욱 새로웠다.


Leica M3 + Summicron 50mm Rigid | Kentmere 400

이 날의 마지막 컷들이었던 가회동에서의 사진들로 눈을 돌리니 '아, 이제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라고 혼잣말을 스스로에게 중얼 거리게 되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 날 가회동을 다채로운 색들로 담지 못했다는 사실에 좀 아쉬움을 남기고 온 하루였는데, 감도 400의 청양고추 썰어넣은 칼국수 국물 같은 칼칼한 질감 표현과 초저녁의 고즈넉함을 함께 남겼다는 사실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새삼 흑백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구나 라는 사실에 앞으로에 대한 기대도 함께 품어볼 수 있던 M3 + Rigid와 함께한 흑백필름 한 롤이었다.


수십년의 세월을 그대로 맞고도 현대의 경쟁자들과도 이질감이 없는 그 것이, 바로 라이카의 혁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이카를 쓰고 싶다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