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차성호 Cha sungho
Aug 09. 2023
아내는 참 이상하지요
이렇게 힘든 형편에
옷 한 벌 사달라면
언제든지 사준다지요
어쩌다 비싼 책 한 권 사면
바가지 긁어대는 사람이
옷 한 벌 사달라면
언제든지 사준다지요
제 남편은 밖에 나가서
멋있어야 한다나요
아내는 참 이상하지요
이렇게 힘든 형편에
보약 좀 먹어야겠다면
당장 지어준다지요
어쩌다 반찬투정하면
짜증 부리는 사람이
보약 좀 먹어야겠다면
당장 지어준다지요
제 남편은 절대
아프면 안 된다나요
아내는 참 이상하지요
이렇게 힘든 형편에
내 지갑에 용돈이 없으면
금세 배춧잎 몇 장 채워주지요
자기 지갑엔 달랑
천 원짜리 한 장 남겨놓고선
내 지갑에 용돈이 없으면
금세 배춧잎 몇 장 채워 주지요
제 남편은 밖에 나가서
절대 기죽으면 안 된다나요
2001.5.9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