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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리초이 Jul 15. 2020

화려한 조명이 날 감쌀 줄 알았는데

feat. 화려함에 감춰진 해외생활의 진실

2013년 중반에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난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생각한 것보다 실망스러웠던 취업준비의 결과로 난 서둘러 나를 받아주는 한 외국계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서울에서 월세를 살 때였는데, 안 그래도 낮은 연봉에 월세와 생활비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었다. 

 

내 인생에 대한 불만족으로 가득했고, 그때 서점에서 2천 원짜리 노트를 하나 구입했다. 

Dream Note라고 이름을 붙이고 첫 페이지에 이렇게 썼다. 

- 2014년 처음 쓰기 시작한 드림노트- 

'You've become what you thought' 


그리고 노트에 굵직한 나의 목표 2가지를 적었다. 


해외취업 

유학 


왠지 저 두 목표를 이루면 나의 커리어는 승승장구를 할 것 같았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해외취업을 하면 왠지 나의 커리어가 레벨업, 연봉도 점프를 할 것 같았다. 

APAC담당자 이런 거 하면 왠지 한국에 돌아와서도 더 좋은 대우를 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3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며 해외취업을 준비했고, HK의 한 명품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다. 

해외에서 살아본 적도 유학을 갔다 와본 적도 없는 내가 해외취업에 성공하다니!!! 


오퍼 한 회사에서는 연봉 인상은 불가능하나, 비자와 비행기 값, 1달치 숙소 값만 지원을 해 줄 수 있다고 했다.

한국과 홍콩의 고정비 지출은 엄청난 차이가 났지만, 해외에서 일하면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일단 가서 연봉을 매년 10%씩 올리는 거야! 열심히 일해서 승진을 파바 박해야 지!' 

그렇게 의욕이 가득 차서 홍콩의 사악한 물가와 렌트비에 대한 사람들의 걱정을 뒤로 한채, 홍콩으로 떠났다.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인생 즐기면서 사는 거 아닌가요?'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블로그나 책에서), 주말에는 가끔 근처 나라 놀러 다니고, 회사가 끝나면 근처 바에서 동료와 칵테일을 한잔 즐기며, 하여간 여유로움과 행복이 넘쳐나는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였었다. 

나도 Ctrl + C, Ctrl + V 하듯이 그런 삶을 살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한국에 있을 때랑 똑같았다. 아니 사실 더 힘들 때도 많았다. 


한국에서는 50만 원 내면서 깔끔한 신축 원룸에 살았었는데, 

홍콩에서는 50년 넘은 아파트에서 120만 원을 내면서 룸메이트와 같이 살아야 했다. 

한국에서의 연봉 인상률은 평균 4%~6% 내외였으나, 홍콩에서의 매년 연봉 인상률은 평균 2-3%였다. 

한국에서는 3년 만에 대리를 달았지만, 홍콩에서는 언어 제한과 외국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3년 동안 승진을 한 번도 못했다. 


해외생활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쌀 것 같았던 착각에서 벗어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혜진이 뉴욕을 진출했을 때, 기대감에 부풀어 키를 열었는데 몇십 명이 같이 살고 있던 모델 합숙소였다는,,,

후에 인터뷰에서 한혜진은 뉴욕에서 차별받고, 감정적으로도 많이 다쳤었다고 했는데 120% 공감!


https://tv.naver.com/v/8601593


많은 사람들이 해외생활을 꿈꾸지만, 사실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더 치열한 생활이 해외생활이다. 

경제적인 부담, 기회에 대한 차별, 향수병이 주는 고통은 생각보다 꽤 커서 인스타에 올리는 포스팅과 사람들의 응원으로도 상쇄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내가 그랬다. 그리고 깨달았다. 

해외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고, 극복하며, 또 여전히 싸워내며 살아가고 있구나. 

해외에서만 일하면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쌀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Plan B를 준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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