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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리초이 Jul 12. 2020

빈민가에서 경험한 인종차별

            

한 달 전, 미국이 정말 시끄러웠다. 


'조지 플루이드'라는 흑인 남성을 경찰이 목으로 눌러 사망한 사건 때문에, 전 미국이 들끓었었다. 

참고 참았던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는, 결국 활화산처럼 터져 버려 미국 전역에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시위로 인해 한인들이 운영하는 마트들도 많은 피해를 입어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이런 암담한 현실을 보고 있자니, 홍콩의 빈민가에 살 때 경험하였던 인종차별이 생각이 났다. 

나는 2018년 1월부터 12월까지 홍콩의 구룡반도의 한 오래된 건물에서 살았다.

얼마나 오래되었냐면, 지어진지 50년은 훨씬 넘어서 엘리베이터도 없었고, 가끔 길거리에는 쥐들이 다녔다. 

1년 동안 살았던 구룡반도의 토카완


그래서 렌트비가 매우 싸고, 한 달 수입이 일정치 않고 적은 다양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2018년은 내가 석사 공부를 하던 시기였기에, 학비를 모으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나는 그 쥐가 나오던 오래된 건물에 1년을 살기로 했다.

그 뒤 생긴 남자 친구가 주재원으로 일해서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는데, 우리 집 이사를 도와주러 왔던 날 충격을 먹은 얼굴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ㅎㅎ

그곳에 이사하고 나서, 그 근처의 아파트 단지에 살던 옆 부서의 매니저가 위험한 동네라며 매우 걱정하던 기억도 난다.


다행히 1년 동안 별일은 없었고, 그 기간 동안 렌트의 비용을 최대한 줄이며 학교와 일을 병행할 수 있었다.

내가 살던 집은 귀퉁이 집에서 세 번째 건물. 지어진지 50년이 넘어 태풍이 오면 집이 무너질까 불안했었다.


내가 살던 건물의 코너에는 코인 빨래방이 있어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가서 일주일치 빨래를 하였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동남아시아에서 온 듯한 여성분이 세탁기를 돌리려고 하고  있었다.

나도 세탁기를 돌리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 여자는 모든 게 낯선 듯 나에게 세탁기와 건조기의 사용법을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말문이 트여 서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여자는 필리핀 출신이고, 근처의 큰 아파트 단지에서 산다고 했다.

(홍콩은 헬퍼 문화가 아주 보편적이었고, 그 필리핀 여성분도 그 아파트에 주인집에서 상주하면서 헬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근처에 가장 큰 아파트 단지는, 타 부서의 매니저도 살고 있는 곳이라, (처음에 나에게 그 건물로 이사 간 것을 매우 걱정했던) 그 여성분이 빨래를 여기서 하는 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 아파트에는 세탁기가 있는데 왜 여기로 오는 거예요?' 

'주인님이 제 옷은 세탁기에 돌리지 말래요'


그 여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나도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라 애꿎은 세탁기만 만졌던 기억이 난다. 

그 여자는 그 아파트에서 빨랫감을 짊어지고 15분을 걸어, 빨래를 돌리고 그 빨래가 끝나면 건조기에 넣을 때까지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만 했다. 


빨래에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마음이 무거웠다.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매끼 음식도 만들지만 정작 자신이 돌보는 그 공간에서 그 여자가 사용할 물건, 공간은 없어 보였다.


홍콩에서는 헬퍼 문화가 아주 보편적이다.

심지어 홍콩 정부에서 헬퍼 비자를 따로 만들어 발행할 정도로 수요와 공급이 많다.


하지만 그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지는 퀘스천 마크이다.

신축 아파트를 보면, 헬퍼용 방이 따로 있는 경우가 있다.

들여다보면 다용도실 같은 면적에 간신히 침대만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이다.

홍콩의 헬퍼 방. 겨우 체구가 작은 여자 한 명이 누울 수 있는 크기이다. 

출처: Coconut Hong Kong


https://www.youtube.com/watch?v=E2efziQs2Lc

영화 '히든 피겨스', 주인공들은 나사에서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지만, 화장실은 흑인용을 따로 써야 했다. 

차별은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나도 외국인 노동자로서 홍콩에서 일할 때, 노골적이지 않았지만 은밀한고 미세한 차별을 겪어 보았었다. 일에 대한 기회라던지, social gathering에서의 소외라던지.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차별은 아니었지만, 그럴 때마다 소외감을 느끼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마음이 컸었다. 


하지만 그 상황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스스로 행동하는 것이다.

능력을 더욱 키워서 나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행동에 파급력을 더하는 것이 차별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다. 

  

내가 받는 대우가 능력의 차이 때문이 아닌, 다름으로 인한 차별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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