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인터뷰 후기
작년 이맘때쯤부터 저는 홍콩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를 가보거나,
한국으로 돌아가는 계획으로 이직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맘 같아서는 제일 처음 MBA를 준비했었던 싱가포르를 정말 가보고 싶었죠.
깨끗한 도시 나라, 다양한 인종, 높은 물가만큼 높은 연봉,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HC가 위치한 그곳.
그때 넷플릭스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고, 지인 추천 찬스를 활용하여 지원을 했었습니다.
1년 전 이맘때도 넷플릭스는 핫한 기업이었고, 채용담당자로서 넷플릭스에서 일하게 된다면 저의 커리어에는 정말 엄청난 도약이라고 생각을 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의 짧은 경력과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아쉽게도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그렇게 한국으로 다른 회사에 돌아오게 되었고, 이제 새로운 회사에서 일한 지도 거의 9개월이 다되어 갑니다.
그렇게 새로운 회사에서 만족하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무렵 넷플릭스의 채용담당자로부터 다시금 메일을 한통 받게 되었어요.
대충 내용은 이랬습니다.
'Emily 안녕, 잘 지내고 있니? 작년에 연락한 이후로, 너 진짜 죽이는 데서 일 시작한 거 봤어!
내가 이렇게 다시 연락하는 거 괜찮아했으면 좋겠어, 내가 동료를 너에게 소개해주고 싶은데 말이야, 그 친구가 서울에서 XXX롤을 뽑고 있거든. 너희 둘이 그 롤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얘! '
'Hi XXXX, How are you? ---------------------
Since we last connected, I see that you've started in an exciting opportunity with XXX!
Please don't mind me reconnecting again like this. I'd like to take this opportunity to introduce to you, a colleague on my team, XXXX (cc'd in this email).
XXXXXX is currently working on a very interesting opportunity with our XXX team to be based in Seoul and I thought it would be great if you guys could chat about it.
I will step out right here and let XXXXX take over from here.
interview나 candidate이라는 말을 1도 쓰지 않았지만, 이 자리는 채용담당자와의 인터뷰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채용 전형이 궁금하다면 제가 쓴 채용 담당자가 알려주는 채용 프로세스를 읽어보시면 될 거예요.
https://brunch.co.kr/@csj066/13
넷플릭스가 이번엔 나에게 먼저 포지션 제안을 하다니!
당시 팀분들과 커피를 마시고 있는 시간이었는데, 흥분된 마음을 가라 앉히지 못했습니다.
그 뒤 자리로 돌아가 그 기회에 굉장히 관심이 가고 채용담당자와 전화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답 멜을 보냈죠.
이번에는 정말 기회를 잘 붙잡아 작년에 갖지 못했던 기회를 갖겠어!!라는 다짐도 하고요.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채용담당자가 보내준 XXX롤의 링크를 클릭해 보았습니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이내 저는 이 포지션을 진행할지 말지 큰 고민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부서라는 큰 맥락에서 봤을 때는, 그 부서는 제가 현재 몸담고 있는 부서는 맞았지만 요구하는 스킬 셋이나 업무 내용은 제가 해본 것, 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죠.
게다가 8년 차인 저에게 제의가 들어온 롤은 주니어 롤이었어요.
왜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래! 물어보자라는 마음으로 전화면접에 임했습니다.
오늘이네요 싱가포르에서 전화를 걸어온 채용담당자는 매우 유쾌하고, 활발한 성격이었습니다.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는 젠틀한 인사말로 면접을 시작하면서, 저의 경력에 대해서 읊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그동안의 저의 경력을 쭉 설명을 했고, 채용담당자는 저의 이력에 칭찬을 하며 추가 질문을 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저는 이미 자기소개를 한 뒤부터 이 XXX롤과 나는 정말 안 맞는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경력직에서 자기소개를 요청하는 것은 , 자신의 경력을 주로 요약해서 말해달라는 뜻이에요)
넷플릭스의 채용 담당자는 한국에서 일을 한 것, 홍콩으로 나가서 APAC지사에서 일을 한 것,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더 많은 업무를 맡고 있는 것들에 굉장한 흥미를 보였고, 회사와 팀에 대해서 홍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그런 설명을 들으면, 가슴이 뛰고, 내가 당장 조인해서 그 일을 해내고 싶어야 정상인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런 기분이 1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 포지션은 좀 더 주니어가 맡아야 하고, 내가 해왔던 일들과도 맞지가 않는데,,, 왜 나에게 이 포지션을 제안한 것일까?
결국 답답함을 못 견디고 질문을 했습니다.
'제 CV를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저의 경력과 이 XX롤에서 요구하는 스킬은 많이 달라 보여요.
어떤 점 때문에 저에게 이 포지션을 제안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순간 이번에는 반대쪽에서 정적이 흘렀어요. 아마 이런 질문을 하는 지원자는 없었던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젠틀하고, 쾌활한 목소리로 답변을 해 주었어요.
이 포지션은 네가 자유롭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네가 다양한 역할을 해봐서 어울릴 거 같았거든.
그리고 우리 회사는 굉장히 크게 성장하고 있으니, 네가 정말 다양한 것들을 해볼 수 있어. 하지만, 네가 지금 하는 일들을 여기서는 하지 않을 거 같아.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기 때문이야.
근데 네가 생각하기에 이 역할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어.
우리 회사의 문화는 honest feedback 문화이고, 지금 이 자리에서 너에게 말해 주고 싶어.
네가 느끼기에 no라면 우리는 여기서 그만 이야기를 멈춰도 될 거 같아.
그렇게 저는 알겠다고 하고, 짧은 20분의 전화통화를 끝마쳤습니다.
작년에는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회사였는데, 오늘 제가 왜 저렇게 행동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나이가 먹어 변화가 두려워진 건지, 나름 머리통이 커졌다고 그깟 자존심 내세운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 이것만은 하나 확실하더라고요.
내가 저 회사를 만약 가게 된다면 오로지 행복한 순간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 XXX 다녀라고 말할 때뿐이다라는 것을요.
그래도 저를 잊지 않고 찾아준 넷플릭스 채용담당자에게 너무나 감사했어요.
오늘은 그렇게 면접도 보고, 모임도 나가고, 운동까지 하고 돌아왔으니 내일에 담당자에게 감사 메일을 보내려고 합니다. (면접 후, 감사 메일은 꼭 보내세요!)
혹시 제가 정말 원하는 포지션을 뽑을 때, 저에게 다시 연락을 할지도 모르니까요!
저도 이렇게 매력적인 회사로부터 '노'라고 하기까지는 꽤 오랜 기간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아무리 타이틀이 좋아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는커녕, 스트레스를 주고 나아가 우울감까지 느끼게 만든다면 단호하게 노라고 할 수 있는 배짱도 필요한 거 같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더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혹시라도 코로나 기간에 이직을 준비하시는 분들, 절대 본인의 기준을 외압에 굴복하시지 말기 바랍니다!
번외,,,,
그 다음날 저는 감사메일을 썼고 바로 아래와 같은 회신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제가 정말 만족하는 포지션으로 옮기게 된다면, 그때 다시한번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Hi XXX, It was lovely speaking with you and I'm glad for the candour and openness in our chat. I'll be glad to reach out should there be other roles that might be a better fit.
Stay safe and take care in the meantime!
Che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