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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을 살리는 기술, 심폐소생술

[MBC 라디오 95.9] 건강한 아침 이진입니다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종 질환에 대한 정보와 궁금증 풀어보고 있는데요, 매주 수요일에 긴급한 순간,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알아두면 도움될 만한 정보 알려드리고 있죠?

오늘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1. 오늘은 어떤 응급상황에 대한 이야기 해주실 건가요?


>> 여러분은 길을 가던 중 한 행인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상상하기도 싫지만, 혹시 심장질환을 앓고 있던 가족이 예고 없이 쓰러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19에 연락해 놓고 마냥 기다릴 순 없겠죠? 이번 시간에는 간단하게나마 기본 인명구조술(Basic Life Support, BLS)에 대해 알려 드리려 합니다.


2. 인명구조술이라고 하면 심정지 상태가 왔을 때를 말하는 건가요?


>> 네, 기본 인명구조술이란 환자에게 심폐기능 이상으로 심정지나 호흡 이상이 왔을 경우 시술자가 흉부압박과 인공호흡을 시행해 뇌와 심장근육으로 가는 혈류를 유지시켜 줌으로써 전문 인명구조술(Advanced Life Support, ALS)이 가능해질 때까지 뇌와 심장손상을 방지해 주는 기술입니다.


3. 근데 심정지 상태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판단을 하죠?


>> 심정지 여부를 일반인이 직접 확인하긴 쉽지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경동맥에서 맥박을 확인해서 심정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맥박을 확인하기 어려우면 호흡이 정상적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맥박이나 호흡이 없으면 심정지로 추정하게 됩니다. 간혹 심정지 초기에는 3초 내외의 전신 경련이나 임종호흡, 껄떡호흡이라고도 하는 이상 호흡이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정지를 의심해야 할 상황에서 심정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고 응급처치를 미루면 생명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쓰러진 사람을 목격한 경우,


1. 먼저 환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여보세요? 괜찮으세요?” 하고 묻습니다.


2. 반응이 없고, 호흡이 없거나 혹은 비정상적인 호흡을 하면 쓰러진 사람이 심정지 상태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주위에 도움을 줄 사람이 있으면 분명하게 한 사람을 지목해, 이를테면 “거기 빨간 모자 아가씨, 119 신고해 주시고, 파란 잠바 아저씨, 자동제세동기(Automatic External Defibrillator, AED) 가져와 주세요.” 하고 말합니다. 만약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본인이 직접 119에 신고합니다.


4. 그리고 나서 119 구급대원이 오기 전까지 가만히 있으면 안될텐데... 어떻게 해야 하죠?


>> 그 다음부터가 중요합니다


3. 환자의 가슴 정중앙에 손바닥과 손목 사이인 손꿈치를 대고 양손을 겹치고 팔을 수직으로 펴 체중을 실어 흉부 압박을 시작합니다. 분당 100회~120회, 깊이는 5~6cm 로 빠르고 깊게 30회를 유지합니다.


4. 인공호흡이 가능하다면 흉부압박 30회 후 쓰러진 사람의 턱을 들고 코를 막고 입을 벌려 인공호흡을 1초씩 2회 실시합니다.


4-1. 그런데 모든 경우에 인공호흡은 반드시 해야 하나요?


>> 심폐소생술을 배우지 않았거나 토사물 등으로 인공호흡을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흉부압박만 계속 실시해도 됩니다. 자동 제세동기가 도착하거나 119 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야 합니다.


더 간단하게 설명하면 쓰러진 사람이 불러도 반응이 없고 호흡이 이상한 경우, 119에 신고하고 흉부압박만 해 줘도 생명의 끈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5. 자동 제세동기라는 건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거에요?


>> 큰 건물이나 기차역 같은 곳에서 보셨을 거에요. 유리 안쪽에 빨간색으로 AED 라고 써있는 기계가 있죠. 이제 우리 주위에 자동 제세동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 그러면 한 분은 근처에서 자동 제세동기를 가져와야 합니다.


심폐소생술을 유지하면서 자동제세동기를 열면 안에 가슴에 붙이는 패드가 두 개 있습니다. 기기 전원을 켜고 나오는 명령에 따라 “환자 양쪽 가슴에 패드를 붙이세요” 하면 패드를 붙이고 “손을 떼세요, 심전도를 분석합니다” 하면 심폐소생술 하던 손을 잠시 떼시고요 “제세동 해야합니다”하면 주위에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없는 지 확인하고 버튼을 눌러 전기충격을 시행하게 됩니다. 이후에 바로 흉부압박을 2분간 지속합니다.


환자의 의식이 깨거나 119 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흉부압박을 유지하면서 자동제세동기를 2분마다 적용합니다.


6. 그런데 심폐소생술을 어떻게 하는 건지 배웠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적용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당황하기 쉽고요. 예전에 질환 관련으로 119에 전화하면 질환에 대한 정보라든지 병원에 대한 정보를 주기도 한다고 하셨잖아요, 응급상황에서 119나 병원에 전화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 최근에는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119 신고를 하게 되면, 상황실에서 스마트폰의 스피커폰 기능을 이용해 심폐소생술 방법을 순서에 따라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119 대원이 도착한 뒤에는 응급의학과 의료진과 영상통화를 통해 현장에서 전문 인명구조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심폐소생술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있다면 더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7. 심정지가 발생하고 뇌에까지 손상이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나요?


>> 심정지가 되면 바로 그 순간부터 뇌에 손상이 옵니다. 다만 회복이 될 수 없는 비가역적인 손상은 5분 정도부터 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정지가 발생하고부터 5분 이내가 골든타임입니다. 심폐소생술이 1분 늦어질 때마다 생존률이 10퍼센트 씩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8. 그만큼 심정지라는 인식을 빨리하고, 그 즉시 심폐소생술을 빨리 해야 하겠군요?


>> 그렇죠, 멈춘 심장을 밖에서 눌러 짜주는 심폐소생술을 해줘야 환자의 뇌도 보호하고 심장 근육도 살릴 수가 있습니다. 관상동맥이라고 부르는 심혈관도 심장이 뛰지 않으면 산소공급을 해 줄수가 없으니까요.


얼마 전 저희 병원에서도 현장에서의 심폐소생술이 환자를 살린 경우가 있었습니다. 60대 여성분이 길에서 갑자기 쓰러졌다고 해요. 옆에 있던 이웃이 심폐소생술을 배우신 분이었던 거죠. 119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해주었고 119 대원이 도착해 심실세동이라는 부정맥을 확인하고 심폐소생술 하면서 제세동을 세 번 한 끝에 심장 기능이 돌아왔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땐 의식이 혼미한 정도로 깼고 중환자실 가서는 완전히 깨어났지요.


그 분 응급실에 도착할 때까지 20분 정도 걸렸는데 만약 옆에서 심폐소생술 해준 이웃이 없었다면 사망하셨거나 식물인간이 되셨을 겁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말 그대로 생명을 살리는 심폐소생술인거죠. 이런 일이 이제 드물지가 않습니다. 5년 전만 해도 신문기사로 났는데 이제 이런 일이 흔해서 신문에도 안나요. 그래도 안전한 사회가 되어가는 과정이니 저희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이런 변화가 반갑죠.




지은이최석재.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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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이야기와 응급실 사용 설명서가 모여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습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사랑과 배려로 지켜봐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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