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 95.9] 건강한 아침 이진입니다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종 질환에 대한 정보와 궁금증 풀어보고 있는데요, 매주 수요일에 긴급한 순간,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알아두면 도움될 만한 정보 알려드리고 있죠?
오늘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1. 오늘은 야외활동 중에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대해서 소개해주신다고 들었는데요, 야외활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을 것 같아요.
>> 그렇죠, 아무래도 야외활동을 하다보면 외상으로 다치기도 하고 뱀이나 야생동물에 물리기도 하고 요즘 벌에 쏘이는 분들도 많고 그렇습니다. 대처를 각각 어느 정도 알고 계시면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준비를 했습니다.
2. 그럼, 바로 본격적으로 살펴 볼텐데요. 우선 야생 동물에 물리는 경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요?
>> 동물 교상의 경우 일반적인 외상 처치를 먼저 따르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신경 써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공수병이라고도 하죠? 광견병 가능성이 문제가 됩니다. 개에서만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야생동물 중 꽤 많은 숫자에서 관련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순서대로 설명 드리면 상처 여부와 통증 정도에 따라 응급실에서 상처 세척, 소독, 파상풍 예방 주사, 진통제와 항생제 투여, X-ray 확인을 거칩니다. 특별한 골절이나 구조물 손상이 없으면 의료진은 상처를 지연 봉합할지 결정하게 됩니다. 동물 이빨에 의한 상처는 감염 가능성이 높아 바로 봉합하지 않고 2-3일간 소독만 하면서 지켜본 뒤 봉합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까지는 사람 이빨에 의한 상처에도 공통되는 부분입니다.
이후 동물에 따라 상처를 입힌 동물을 10일간 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동물에게 침을 흘리거나 물을 무서워하는 등 이상 증상이 보이는 경우 사람도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이 경우 직접 키우는 동물이나 개 주인과 연락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길고양이, 박쥐 등 야생동물에 다친 경우는 관찰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됩니다. 광견병 예방 주사를 보유하고 있는 의료기관이 드물고 주사도 한 번만 맞는 게 아니라 스케줄에 따라 여러 번 맞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보건소를 통해 상의하고 처치 받아야 합니다.
3. 뱀에 물리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뱀에 물린 경우도 응급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환경응급 중 하나입니다. 뱀에 물린 경우, 입으로 상처를 빨거나 추가 상처를 내는 등의 처치는 바른 처치가 아닙니다. 상처를 다량의 물이나 비눗물 정도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세척하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뱀독이 전신에 퍼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다친 부위를 심장보다 아래로 유지하고 넓은 천 등으로 상처 윗부분을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힘으로 묶은 뒤 응급실로 이동해 일반 외상 처치를 받아야 합니다.
4. 그런데 그 뱀이 독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잖아요. 그건 어떻게 구분해요? 독의 유무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지지 않나요?
>> 그렇긴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독사는 살모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항 뱀독소 주사 여부는 의료진이 뱀의 종류, 물린 이빨 자국, 전신 증상의 유무를 보고 결정하게 됩니다. 붓기와 통증 정도에 따라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뱀의 종류를 모르더라도 증상에 따라서 필요하면 항뱀독소를 먼저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신 쇠약감, 어지러움, 구토, 식은땀, 감각 이상 등 전신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고요, 저혈압이나 다발성 내출혈, 신부전, 사망까지 발생할 수 있어 섣부른 판단은 금물입니다.
4-1. 뱀독을 확인한다고 그 뱀을 쫓거나 잡으려 하는 분들도 간혹 있는데 그럼 더 위험한 건가요?
>> 그렇죠, 그 응급상황에서 어떻게 뱀 종류를 알고 사진을 찍고 하겠어요. 뱀의 종류보다는 환자의 상태를 보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무리해서 뱀을 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5. 그리고 야외활동 하다보면 벌에도 많이 쏘이는데 벌에 쏘이면 침 제거한다고 손으로 뽑으려는 분들도 있잖아요.
>> 최근 몇 년 사이에 말벌에 쏘였다는 분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너무 통증이 심하시면 몰라도 벌에 쏘였다고 모두 응급실에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말벌은 침이 남지 않지만 꿀벌에 쏘인 경우는 피부에 벌침이 남는 경우가 있어서 벌침을 제거하기 위해 신용카드 같은 얇은 플라스틱 등으로 피부를 긁어낼 수 있습니다. 손으로 벌침을 잡으려 하면 벌독이 더 들어갈 수 있으므로 권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가벼운 증상의 경우 얼음주머니를 대고 지켜봐도 별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벌독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시간 내지 세 시간 가량은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6. 예를 들면 호흡이 좀 곤란해 진다던지 하면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로 볼 수 있나요?
>> 호흡뿐 아니라 만약 심한 전신 가려움, 얼굴이나 몸의 두드러기나 부종, 호흡곤란이 발생한다면 알레르기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즉시 응급실의 도움을 받아 수액 처치 등을 해야 합니다. 같은 이유로 봉침이라 해서 벌독을 이용해 관절염을 치료한다는 분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관절염 잡으려다 생명을 잃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극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본인이 알레르기가 있는지 미리 알 수가 없거든요.
7. 그런가 하면 산에 놀러갔다가 버섯이나 약초 같은 거 잘못 드셔서 응급상황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 네, 등산 인구가 늘면서 산에서 발생하는 중독사고가 많이 늘었습니다. 독버섯을 식용버섯으로 착각하고 먹은 경우, 자리공, 초오같은 꽃과 풀뿌리를 잘못 먹은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물질이 많기 때문에 산에서 나는 것을 함부로 먹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특히 심장 부정맥을 일으키는 물질도 있어서 어지럽고 구토가 발생한다면 즉시 응급실로 오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보통 수액치료를 하면서 간 기능 수치와 콩팥 수치, 심장 효소 수치, 심전도를 확인하고 입원 관찰해야 합니다.
8. 농약이 든 음료병을 잘못 마셨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해요?
>> 참 안타까운 경우인데요. 아직도 농촌 지역에는 농약 음독이나 음료병에 들어있는 농약을 실수로 마시고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농약을 자살 목적으로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종류의 농약은 극소량으로도 치사량에 도달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위험할 수 있는데요. 심지어 자살이 아닌 위협 목적으로 입에 머금었다 뱉었을 뿐인데 사망할 정도로 독성이 큰 물질도 있습니다. 현재 이 농약은 피해가 커서 국내에서 사용 금지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외에 농약도 종류에 따라 해독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농약 병을 가져오시거나 농약 이름을 정확히 알아 오시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응급실에서 즉시 위장관 세척과 활성탄(숯) 투여, 다량의 수액치료와 중환자실 입원 치료가 필요합니다. 음료병에 들어있는 농약을 실수로 마시는 사고는 정말 안타깝습니다. 농약 취급하시는 분들이 주의하시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9. 이렇게 해서 오늘은 여름철 야외활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섣부르게 그 상황에서 뭔가 대처를 하기 보다는 빨리 응급실을 찾고 의료진과 정밀한 상담을 받으시는 게 더 좋은 방법인거죠?
>> 그렇죠. 증상이 좀 일반적이지 않다 그러면 일단은 상담을 하시는 게 맞겠습니다. 지금 상담을 하실 수 있는 번호는 119 번호로 다 통합이 되어있기 때문에 뭔가 잘 모르겠는데 이상한 것 같다 내지는 내가 응급상황인지 확인하고 싶다라면 119 번호를 통해서 상담실 통해서 상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226607
응급실이야기와 응급실 사용 설명서가 모여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습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사랑과 배려로 지켜봐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