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도 평안하신가요? 하루하루 쉬지 않고 사건 사고를 만들어내는 우리 꾸러기 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고요? 아이들 키우고 계신 엄마 아빠라면 오늘도 평안하게 지내시냐는 인사가 좀 남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응급실 이야기 쓰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최석재입니다. 응급실에서는 진료를 맡은 의사이지만, 집에서는 여러분처럼 꾸러기 어린이들을 키우고 있는 세 아이의 아빠랍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을 보다 보면 응급실 찾을 일, 꼭 생기죠? 저도 언제든지 소아 환자의 보호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죠. 실제로도 응급실에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가 닿아 이렇게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을 통해 여러분을 뵙게 되었습니다. 직접 겪었던 사례들을 통해 보는 ‘아이들 키우는 엄마 아빠를 위한 응급실 이야기’, 총 15주에 걸쳐 나눠보려 합니다. 보시면서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들, 또는 병원에서 물어보지 못했던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편하게 표현해주세요. 함께 대화하며 이야기 이어가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응급실, 언제, 어디로 가야 할까에 대한 답입니다. 질문 답변 형식으로 꾸며 보았습니다.
- 이런 경우는 응급실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될 때가 있었어요.
- 어떨 때 응급실로 가야 하나요?
응급실은 이름 그대로 응급한 환자를 위한 공간입니다. 따라서 응급실에 방문해야 할 증상과 방문하지 말아야 할 증상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제일 흔한 응급실 방문 이유인 해열제에도 반응이 없는 고열, 전혀 먹지 못하고 처지는 구토 설사, 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인한 호흡곤란, 청색증 등은 꼭 응급실로 오셔야 하는 이유일 겁니다. 또한 드물지만 저혈당이나 케톤산증, 천식발작 등 기저질환을 가진 아이들의 응급증상도 있습니다. 이럴 땐 괜찮겠지 하고 지켜보지 마시고 과감하게 응급실 문을 두드리십시오.
하지만 응급상황이 아닌 상태를 응급상황으로 오인해 응급실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통계로 보면 응급실 방문 환자의 80%가 비응급 질환이라고 하니까요. 예로 첫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라면 조금만 열이 나도 걱정되어 응급상황이라고 생각해 뛰어오실 수 있을 겁니다. 이럴 때 고열의 의미와 어떤 초기 처치를 하고 지켜볼 수 있는지를 알려드리는 것도 의료진의 몫이겠지요. 다만 몇 가지는 미리 알고 오시는 것이 좋겠다 싶어 설명드리려 합니다.
먼저 응급실은 외래와는 진료를 보는 역할이 다릅니다. 간혹 ‘외래에서 받던 약이 떨어졌어요, 외래에서 예약했던 검사를 받으러 왔어요.’ 등 응급실의 역할을 넘어서는 문제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위해 응급처치를 하는 곳이지 본인의 낮일과를 마치고 여유 있을 때 진료를 받거나 검사를 빨리 받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따라서 약은 병원에 따라 1일에서 3일 정도 제한된 약만 처방이 가능합니다. 또한 검사도 응급 검사만 가능하고 외래에서 예약되는 검사와는 프로세스 자체가 달라 도움드리기 어렵습니다.
같은 이유로 대부분의 응급실에는 이비인후과 유닛이 없기 때문에 아기 콧물을 빼드릴 수 없답니다. 성인 가래 빼는 석션으로 아기 코 빼면 점막 다 망가져요.
응급실은 진료를 하는 순서도 외래와 다릅니다.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생명에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우선 진료하고 그 외의 환자는 중한 순서대로 보게 됩니다. 가령 응급실 안에 심폐소생술 중인 환자가 있을 때는 모든 응급실 자원을 동원해 심폐소생술을 우선하게 되므로 다른 환자의 진료가 30분-1시간 정도 지연되게 됩니다.
또한 보호자가 보기에 급한 증상도 의료진 판단에서는 비응급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침, 가래가 있으면서 아이에게 호흡곤란이 있다 하여 빠른 초기 평가를 시행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의료진 확인 결과 콧물이 심할 뿐 산소포화도가 정상이고 호흡수가 빠르지 않아 비응급으로 판단하고 더 기다려달라고 설명드렸습니다.
이런 경우 초기 평가를 먼저 받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의식저하나 심정지, 기도폐색 등 정말 급한 증상을 의료진이 인지하지 못해서 환자가 위험에 빠지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설마 하시겠지만 한 번은 감기 증상이라고 왔는데 아이가 시퍼레져서는 호흡을 못하는 상황이어서 응급처치를 뒤늦게 시행한 적도 있습니다. 아이를 처음 키우시는 엄마 아빠라면 어떤 상황이 응급인지 잘 모르실 수 있겠죠.
특별히 중한 환자가 없는 경우 경한 환자는 접수 순서대로 봐드리고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환자 취급 못 받는다고 섭섭해하지 마시고, 나는 또는 우리 아이는 아주 긴급한 응급환자가 아니구나 생각하시면서 한시름 놓고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럼 많이 아프면 무조건 큰 응급실로 가면 되나요?
어떤 응급실을 방문해야 할지도 고민될 수 있겠죠? 아무래도 응급실에 오실 땐 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대형병원 응급실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열, 탈수, 외상 등 소아 응급증상의 상당수는 근처 응급실에서 처치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경련, 호흡곤란, 의식저하 등 당장 긴급한 처치가 필요한 경우에도 근처 응급실에서 초기 처치와 검사를 시행하고 필요하면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다만 기저질환이 있어서 원래 다니던 병원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다니던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또한 돌이 지나지 않은 영아에서 발생한 응급 증상은 가능하면 소아 전용 응급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6개월 미만에서 발생한 열 등은 소아청소년과의 전문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영유아를 키우고 계신 엄마 아빠라면 미리 근처 대학병원에 소아 전용 응급센터가 있는지 확인해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가 병원 별로, 응급실 규모 별로 역할을 제대로 분담하고 있지 못합니다. 환자가 원하기만 하면 무조건 대학병원 응급실에 방문할 수 있는 상황이죠. 그렇다 보니 정말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가 경한 환자와 섞여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나온 보완 제도가 응급의료 관리료 제도입니다. 응급실은 크게 다섯 분류로 나눠집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그리고 기타 응급실이 있습니다. 기타 응급실은 야간 외래의 개념으로 보시면 되고 지역응급의료기관과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일반적으로 근방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응급실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국가에서는 정기적으로 평가를 시행하여 응급실에서 준비해야 할 인력과 장비를 규정하고 심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가 결과에 따라 응급의료 관리료라는 소위 응급실 기본 이용료를 차등하여 지불하게 함으로써 규모와 역할에 따라 적절한 환자가 배치될 수 있도록 보완하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어떤 응급실이 있는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겠죠? 그럴 땐 중앙응급의료센터 홈페이지 또는 스마트폰 앱에서 확인하시면 되겠습니다. 만약 급박한 상황에서 근처 응급실을 알아봐야 한다면 119 상황실을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119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비용도 따로 지불하지는 않습니다. 응급실로 이동하는 동안 처치가 필요하거나 이동하면서 손상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들, 예를 들면 의식저하나 호흡곤란으로 산소 공급이 필요하거나 경련으로 초기 처치를 하면서 이송되어야 하는 경우 등은 당연히 119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겁니다. 그 외에 보호자가 거동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든지 하는 특수한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정말 필요한 경우이니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로 오세요. 환자의 상태를 잘 아는 보호자가 구급차를 타고 같이 오시는 것도 빠른 환자 상태 파악과 처치를 위해 중요합니다.
다만 119 구급차량이 국민 모두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상당히 비싼 자원이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계셔야 합니다. 보통 구급차량 한 대에 운전하는 대원 포함 세 분이 탑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응급상황에서 사용하는 여러 값비싼 장비들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이 구급차량이 평균 한 번 출동하는데 드는 비용이 약 50만 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 이용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값비싼 자원의 낭비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외래에 방문하기 위해, 택시가 안 잡혀서 등 꼭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119 구급차량을 이용한 경우 정말 비싼 택시 이용하신 거라고 넌지시 얘기하곤 합니다.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픈 사람이 없는 세상이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꾸러기 어린이들은 더 자주 다치고 더 자주 아프죠. 다행인 것은 더 잘 낫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정말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적절한 이송을 통해 적절한 응급실에서 처치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 적절함을 찾기 위해 응급구조사, 응급실 간호사,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지금도 뛰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