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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진료 빨리 받는 곳으로 오해  마세요

[안녕하세요 응급실입니다](5) 응급실로 갈까, 외래로 갈까?

응급실 내원 80% ‘비응급 환자’

시간 아끼려, 약만 처방 받으려고

혹은 편의 위해…이유는 제각각


외래 진료 대신 응급실행 피해야

약 최대 3일치 처방·응급검사만

진료도 접수순 아닌 위급 순서로


심폐소생술 상황에서 빠르고 원활한 대처를 위해 응급실 의료진이 흉부 압박, 기관 삽관, 정맥로 확보 등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김포 뉴고려병원 제공


살다보면 언제든 누구나 아플 수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심한 옆구리 통증에 놀라 병원으로 향하기도 하고, 평소 가슴 뻐근한 통증이 있었으나 애써 무시하고 지켜보다 쓰러져 119로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한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병마와의 사투에 24시간 상시 대응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119 구급대원과 응급실 의료진 이야기다.


갑자기 아플 때, 어디서 어떻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걸까? 누군가는 어지간히 쓰러질 정도가 아니면 무조건 외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반면 다른 누군가는, 내가 바빠서 외래 시간을 맞출 수 없으니 응급실에서 응급으로 진료를 받겠다고 한다. 실제 어떤 환자는 긴급한 처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외래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다 응급실에 실려오기도 한다. 다른 어떤 환자는 기다리는 시간이 싫다며 응급실로 왔다가 소득 없이 설명만 듣고 다시 외래로 향하기도 한다. 칼로 무를 자르듯 명확하게 나눌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기준이라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 응급실 진료를 받아야 할까? 응급한 경우에는 응급실 진료가 필요하다. 갑자기 쓰러지는 의식장애, 심정지, 호흡곤란의 경우 말할 것 없이 119 도움을 받아 응급실 진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 정도가 아닌 응급 증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한쪽으로 힘이 빠지거나 발음이 평소처럼 되지 않는 뇌졸중 증상부터 가슴이 뻐근하게 아파오는 협심증 증상도 응급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이다. 수술이 필요한 충수돌기염이나 복막염이 숨어 있을 수 있는 심한 복통이나, 증상 조절이 필요한 심한 구토·설사도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 외에 열린 상처가 있어 처치가 필요한 외상이나, 구토·의식소실이 있었던 머리 둔상 등 수많은 응급 질환들은 응급실 진료가 필요하다.


그럼 정말 응급한 질환은 아니지만 통증이 심해 외래가 문을 닫은 저녁 이후 또는 한밤중에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어떨까? 무조건 참고 다음날 외래 진료를 봐야 하는 걸까? 이런 경우 응급실을 방문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실제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의 80%가 당장 긴급한 처치가 필요치 않은 경증, 비응급 환자였다는 통계가 있다. 특히 의료 실비보험(실손보험) 가입자가 늘면서 응급하지 않은 줄 알면서도 본인 편의를 위해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응급실, 방문해도 좋다. 다만 몇 가지 사항은 미리 알고 오는 것이 좋겠다.




응급실은 외래와는 진료를 보는 역할이 다르다. 간혹 ‘외래에서 받던 약이 떨어져서’ ‘외래 대기시간이 길어서’ ‘검사를 빨리 받으려고’ 응급실로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응급실의 역할을 넘어서는 문제이다.


응급실은 응급 환자의 긴급한 처치를 위한 공간이지 빨리 진료를 받는 곳이 아니다. 따라서 본인의 낮 일과를 마치고 외래 대신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약은 1일에서 3일치만 처방이 가능하고, 검사도 응급검사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방문해야 한다.




비슷한 이유로 응급실은 진료 보는 순서가 외래와 다르다. 먼저 접수했다 하더라도 진료가 늦어질 수 있다. 이유는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의 특성 때문에 그렇다.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제일 먼저 진료를 받는다. 현재 응급실에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가 있다면 그 환자 한 명을 보는 데 모든 응급실의 진료 여력이 향하기 때문에 기본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 응급한 순서대로이다.


하지만 통증이 심하다든지, 출혈이 있어서 왔는데 무조건 기다리라는 얘기만 들으면 불만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KTAS’라는 중증도 분류 방식을 통해 중한 환자 순서를 5단계로 나누어 진료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응급실은 기본 이용료가 있다. 이름하여 응급의료 관리료라 하여 진찰료 외에 응급실 규모에 따라 2만 원 에서 6만 원가량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진료비도 중증도에 따라 차등해서 내게 된다. 만약 환자의 증상이 중증도 분류에 의한 응급질환으로 판단되면 진료비의 20%를 본인 부담하게 되지만 경증 또는 비응급으로 판단되면 60%를 지불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응급의료 관리료와 진찰료, 기본 응급실 혈액검사만 해도 최소 10에서 15만 원가량 지불하게 된다. 우리나라 의료전달 체계의 특성상 누구나 원하면 대학병원 응급실 진료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일종의 페널티라 할 수 있다.



소아 환자의 경우는 어떨까? 요즘 도심 지역의 경우엔 저녁 늦게까지 하는 소아청소년과 외래 진료가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도 많다. 특히 한밤중에 고열이 나거나 구토 설사가 심해 다음날까지 지켜보기 어려운 경우에 응급실 신세를 지게 된다. 간혹 열성 경련이나 혈변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 키우는 부모님을 위한 응급실 진료 안내를 짧게나마 드리겠다.


보통 12개월 이하 영아나 선천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권장한다. 대학병원 응급실 중에는 소아 전용 응급실을 따로 운영하는 곳이 다수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3개월 이하의 경우에 열이 나는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소아 전용 응급실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영아 시기를 넘긴 만 1세 이상 유아, 소아의 경우에는 가까운 지역 응급의료기관 등에서 먼저 진찰을 받아도 좋겠다. 이 경우 첫날은 열의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아이가 처지지 않는다면 해열제 복용과 물찜질을 해보고 그래도 호전이 없을 때 응급실을 찾아도 늦지 않다. 의외로 열이 나자마자 놀라 바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아 드리는 말씀이다.




응급실에 오는 모든 환자는 본인의 증상이 응급이라고 생각해 내원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적절한 전달체계가 확립되지 않으면 응급실의 혼잡함은 당연한 수순이 될 것이다. 우리 현실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이는 잠시 접어두고 이 글을 보고 계신 독자분께 도움될 만한 팁을 드리고자 한다.


본인의 증상이 응급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면 현재는 119 상황실에서 언제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응급실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무조건 진료비가 비싸고 항시 혼잡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고생하지 마시라. 집 근처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지역 응급의료기관과 지역 응급의료센터의 위치를 미리 알아두고 있으면 급할 때 오래 기다리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특히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시 진료 중인 응급실이라면 믿고 내 몸 또는 가족의 안전을 맡겨도 좋다고 감히 설명드리고 싶다.


최석재 |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위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원문보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814213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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