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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사고에도 억울한 죽음 없도록

[안녕하세요 응급실입니다](16) 골든타임과의 싸움

‘긴장의 연속’ 외상센터

지혈에 걸리는 시간 1분 지연 때마다 환자 생존율 3%씩 떨어져

“목표는 환자를 사고 이전 상태로 복원해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에서 의료진이 중증 외상으로 출혈이 동반된 환자를 응급처치하며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휴일 낮에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면서 환자가 외상센터로 들어온다. 공사 중 9층에서 추락한 환자의 혈압이 매우 낮다.


“어딘가 출혈이 있을 것이다.”


“어디서 출혈하는지 골든타임 안에 찾지 않으면 환자는 사망할 것이다….”



모두들 바쁘게 움직인다. 먼저 수액과 혈액을 넣을 혈관을 확보하고, 혈액은행에 혈액이 필요하다고 연락한다. 기도를 확보하고, 의식을 확인하고 옷을 벗기고 밖으로 출혈이 있는지 확인한다. 밖으로 출혈이 없으니 이건 분명히 내부 출혈이다. 검사와 약제를 처방하고 나서 먼저 가슴과 배에 출혈이 있는지 초음파 검사를 한다. 먼저 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하나하나 찾는 것이다. 아! 출혈 흔적이 없다.



그렇다면 다음으로는 골반이 골절되면서 후복막에 출혈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동 X레이를 불러 검사를 해보니 과연! 골반의 골절이다. 골반의 골절은 나와 같은 외상외과 의사의 응급수술도 필요하지만 정형외과, 영상의학과의 도움도 있어야 한다. 마취과에 연락하고 수혈을 하면서 수술실로 들어간다. 보호자에게는 전화로 간단히 설명을 했다. 정형외과, 영상의학과는 내가 수술하고 있는 동안 합류하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어렵사리 수술이 끝나고 나면 ‘휴~ 간신히 살렸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휴일에도 나처럼 일하는 사람이 많구나. 가족들은 얼마나 많이 걱정할까?



의식이 떨어지고 복부 출혈이 있는 환자는 기도 확보 후 빨리 수술에 들어가 출혈만 잡으면 산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은 상당히 어렵다. 누군가 빨리 환자를 발견하고 신고해서 구조가 돼야 하고, 병원에 오기 전에 기도 확보 등의 응급처치 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돼야 한다. 병원 선택이 잘못돼 전원을 한 번이라도 하게 되면 1시간 이상이 소요되므로 환자의 생존 가능성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제대로 된 병원에 도착해서도 빨리 응급처치를 하고 출혈 부위를 발견해 수술을 해야 하는데, 중환자실과 수술실이 비어 있고 모든 관련 인력이 대기하고 있어야만 제대로 가능하다. 관련 인력들이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시간이 그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다. 지혈에 걸리는 시간이 1분 지연될 때마다 환자의 생존율은 3%씩 떨어진다.



병실과 수술실을 비워 놓고 환자가 오지 않더라도 항상 대기 중이니 외상센터는 항상 적자다. 대기하는 인력들도 언제 환자가 올지 모르니 항상 긴장상태다. 식사 시간에 환자가 오면 식사를 거르기 일쑤라 ‘시간이 빈다’ 싶으면 먹고, 잠도 밤에 잔다는 개념이 없고 시간이 나면 배터리 충전하듯이 잠깐씩 자는 습관이 있다. 한 번에 2~3명씩 다친 환자가 올 때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집에 대기하고 있던 동료한테 연락해서 나오게 한다. 새벽 4시에 전체 전담전문의 8명이 다 모이게 된 적도 있다.



외상센터에서 모든 외상환자를 볼 필요는 없지만 반드시 외상센터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 외상환자가 있다. 이러한 환자가 외상센터로 와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중증 외상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억울하게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목표는 환자를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다치기 전 100% 상태로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다.



내가 다치면 살 수 있을까? 우리 딸들이 살 사회는 안전해질까? 이러한 생각을 하는데, 헬기로 등산 중 추락한 환자가 내원한다고 연락이 온다. “그래, 우리는 이러한 환자를 살리는 사회안전망이야”라고 생각하며, 피곤하지만 힘을 내서 팀원들과 함께 헬기장으로 올라가 환자를 맞이한다.



조항주 |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11272044025#csidx22d16d2485f1ee1aec4573e30e70d9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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