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응급 주치의] 중에서
[도와주세요!]
초등학생 아들이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 얼굴을 다쳐서 들어왔어요. 새로 난 앞니 두 개가 빠져 버렸네요. 응급조치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사의 답변]
젖니가 아닌 영구치(간니)가 빠진 것이라면 응급 상황입니다. 또한, 빠질 시기가 수년 이상 남은 젖니가 빠진 것도 응급치료가 필요합니다. 즉시 흰 우유나 생리식염수에 빠진 치아를 넣고 치과 외래 또는 치과 치료가 가능한 대학병원급 응급의료기관에 가서 진료를 받으세요.
[집에서 따라 하는 응급처치]
치아는 빠진 다음 바로 끼워 넣고 고정해주면 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빠진 치아를 우유나 생리식염수에 담아서 치과 치료가 가능한 곳으로 가지고 갑니다. 어디서 치료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 119에 전화해 상황실의 도움을 받으세요.
[의사 아빠의 응급 이야기]
아이들은 뛰놀다 보면 얼굴을 자주 다치죠.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얼굴 중에서도 입술이나 치아를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술이 치아에 찔려 찢어지기도 하고 심하면 바깥으로 천공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하죠. 그나마 입술만 다치면 다행인데 치아까지 흔들리거나 빠지게 되면 아주 난감합니다. 갓 난 유치가 빠지면 영구치 성장에 장애가 올 수 있거든요. 만약 영구치가 빠졌다면 다시 나지도 않기 때문에 치아가 빠졌을 때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응급실에서는 소아가 입안을 다쳐서 오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구강 외상은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는 예도 있지만, 응급처치가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이 남는 경우까지 다양한 문제가 있습니다. 가벼운 문제부터 중한 문제까지 순서대로 다뤄보겠습니다.
보통 응급실에서는 접수할 때 간단하게 내원한 이유를 적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입술 손상이라고 적혀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협조가 잘되지 않는 어린아이의 입술 열상이라면 심한 경우 전신마취를 하고 꿰매야 하는 예도 있거든요. 특히 얼굴 바깥까지 천공된 열상이라면 염증도 잘 생기고 미용 문제도 있어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다행히 대부분은 치아에 살짝 찍혀 생긴 5mm 미만의 작은 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정도 크기라면 마취까지 해가며 꿰매지 않더라도 잘 아물죠. 간혹 음식을 먹다가 볼을 깨문 적이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처음에는 뻥 뚫린 상처가 느껴지다가도 3~4일 지나면 서서히 아물게 되죠. 이처럼 입술과 구강 내의 상처는 회복이 빠른 편입니다. 다만 입안에 있는 수많은 세균이 상처를 통해 피부 안쪽 깊숙이 들어간 경우이므로 항생제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같은 이유로 치아에 찍혀 혀가 찢어져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혀는 상처 부위가 안쪽인지 가장자리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혀 안쪽 손상이고 5mm 이내라면 그냥 두어도 잘 붙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혀의 가장자리 손상이고 그 길이가 5mm를 넘어간다면 그냥 두어서는 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신마취의 위험성을 감수하더라도 봉합을 하는 것이 나을지 전문가의 소견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입술을 완전히 뚫고 나온 천공된 상처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이하면서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손상이 있습니다. 바로 윗입술 순소대 손상이죠. 이름만 들어서는 뭔지 잘 모르시겠죠? 우리 윗입술 또는 아랫입술을 뒤집어보면 잇몸과 입술 사이를 연결하는 끈 같은 조직이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순소대라는 인대의 한 종류인데요. 사실 이 인대는 입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혀 아래에도 있습니다. 혀 아래에 있는 인대는 설소대라고 부르죠. 입술과 혀가 과도하게 움직이지 않도록 운동 범위를 제한해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순소대나 설소대가 끊어져서 응급실에 내원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아이들이 놀다가 넘어지면서 탁자 모서리 등에 입술을 부딪쳐서 인대가 손상을 입는 것이죠. 보호자들이 보시기엔 입안에서 피가 나니 큰일인가 싶어서 경황없이 응급실로 둘러업고 뛰어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윗입술 순소대 손상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입 안쪽이라서 소독도 큰 의미가 없어서 열상이 작으면 그냥 지켜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만약 주위 잇몸 조직까지 손상이 생겼으면 먹는 항생제만 처방하고 치과 외래에서 관찰합니다. 출혈도 금방 멈추는 부위이다 보니 대부분 병원에 도착할 때쯤이면 지혈이 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좀 더 심각한 치아 손상도 있습니다. 일단 아시다시피 치아는 뼈와 같은 단단한 조직입니다. 따라서 치아를 치료하는 것도 뼈 손상을 치료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러지거나 빠지면 제 위치에 자리하게 하고 고정을 해두는 것이죠. 따라서 치아가 빠지면 바로 치아를 병원으로 가져와 제자리에 넣고 고정을 해줘야 합니다. 마침 젖니가 빠질 시기인 7~8세라면 다행이지만 영구치이거나 난 지 얼마 안 된 젖니라면 빠른 처치가 필요합니다.
빠진 치아는 어떻게 가져와야 할까요? 어디 떨어지지 않고 입에서만 빠진 경우이거나 거의 빠지기 직전으로 잇몸에서 덜렁거리는 경우라면 제자리에 밀어 넣고 살짝 입을 다문 상태를 유지하면서 치과 응급치료가 가능한 대학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서 치과 진료가 가능한지 모르실 때는 119에 연락해 물어보세요.
만약 바닥에 떨어져 지저분한 이물질이 묻었다면 절대로 뿌리 부분을 잡거나 비비지 마시고 가까운 편의점 등에서 작은 팩 우유를 하나 구매해 그 안에 치아를 넣어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빨리 가져올수록 치아를 살릴 확률이 높아지므로 서둘러주세요.
치료는 어떻게 하는 걸까요? 치과에서는 스프린트라는 기구를 이용해 빠진 치아를 고정하게 됩니다. 고정해 둔다고 다 살아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죠. 한 번 빠진 치아의 생착률은 25%가량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빠진 치아를 얼마나 빠르게 뿌리 부분이 손상되지 않도록 가져와 고정하냐에 따라 생착률, 즉 그 치아를 살려서 사용할 수 있을지가 결정되죠. 그래서 빠른 응급처치가 중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치아를 가져오지 않거나 뿌리 부분의 손상이 심할 때는 원래의 치아를 살릴 수 없습니다.
원래의 치아를 살릴 수 없을 때는 임플란트를 시행하게 됩니다. 단, 자라면서 구강 구조와 치열이 변하는 소아와 청소년에게는 임플란트를 시행할 수 없으며, 성장을 완료한 뒤 임플란트 치료를 하게 됩니다. 임플란트는 꽤 큰 수술입니다. 먼저 잇몸을 절개해 치아가 빠진 부분에 뿌리 역할을 하게 될 나사를 심습니다. 이후 턱뼈와 임플란트 뿌리가 충분히 붙은 뒤에는 임플란트의 머리 부분을 마저 끼워서 완성합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수술 전후 합병증도 크고 사용 기간에도 제한이 있으므로 임플란트를 하게 되는 일은 가능한 막아야 합니다.
치아 손상 중에는 치아가 부러지는 예도 있습니다. 치아 끝부분만 부러진 경우와 중간 부분이 부러져 신경조직이 드러난 경우로 나누어 보아야 하는데요. 치아 끝부분만 부러진 경우는 불편하고 미용상으로 문제가 될지언정 통증도 없고 치아가 죽는 경우도 드물어서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간혹 충격으로 인해 안쪽 신경이 손상되어 치아 색이 어두워지며 죽는 경우는 있습니다. 이럴 땐 크라운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중간 이상이 부러지면 문제가 조금 복잡해집니다. 신경조직이 드러나 시리고 아프므로 그냥 두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신경치료입니다. 치아 속 신경 부분을 제거하고 크라운을 씌워야 합니다.
여기까지 입술, 혀 손상부터 윗입술 순소대 손상, 치아 빠짐과 부러짐, 신경치료에 크라운까지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얼굴 손상, 그중에서도 구강 손상만 알아보는 데도 복잡하죠? 그래도 미리 알아두시면 아이들 다쳤을 때 덜 당황하고 응급처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늦은 응급처치로 우리 소중한 아이들의 얼굴에 흉터가 남는 일이 없도록 미리미리 사고 발생 시의 대처법을 기억해둡시다.
[꼭 기억해주세요!]
치아가 빠졌을 때는 치아를 빨리 제자리에 넣고 고정을 해주어야 합니다. 우유 팩에 빠진 치아를 넣고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동하세요. 입술, 혀 손상은 그 크기와 양상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5mm 이상의 크기라면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에서 응급의학과 선생님께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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