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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인재에서 서사적 인재로

by 인문학도 최수민

여러분은 인재인가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가 학교에 다니면서 그렇게 고생하는 이유가 뭘까요? 물론 먹고살기 위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크게 보면 '인재'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인재가 되어야 먹고사는 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세워놓은 인재의 모습에 부족한 부분은 없을까요? 우리 사회가 어떤 인재를 길러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저는 인재의 대표적인 유형이 지적 인재와 서사적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지적 인재는 한마디로 머리가 좋은 사람입니다. 사람 자체를 놓고 봤을 때 똑똑하고 능력 있는 것이죠. 큰 시행착오 없이 주어진 과제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지적 인재에게는 추론 능력, 독해 능력, 계산 능력 등의 지적 능력이 강조됩니다. 다른 능력은 있든 없든 크게 상관 없는 것이죠. 서사적 인재는 한마디로 이것저것 프로젝트처럼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당장은 부족해 보이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다양한 능력을 키워갈 줄 압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일을 벌이는, 즉 자신의 이야기(서사)를 써 내려갈 줄 아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성장합니다. 서사적 인재에게는 자기 계발 능력, 소통 능력, 도전 능력 등 서사를 기획, 실행하기 위한 능력이 강조됩니다. 지적 능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지적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닙니다.


지적 인재상과 서사적 인재상은 서로 다른 능력을 요구하는 별개의 기준입니다. 인재를 보는 관점 자체가 다른 것이죠. 우리는 앞으로 서사적 인재상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지적 인재의 가치는 이미 우리 사회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사람이 높게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서사적 인재의 가치는 아직 우리 사회가 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흔히 지적 능력이 부족해 보이면 그냥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받습니다. 다른 다양한 능력들을 갖추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지적 능력만을 능력으로 여기는 좁은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서사적 인재에 대한 인정이 없다면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서사적 인재에 대한 인정이 있어야 사람들이 개성을 키우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바로 서사적 인재를 뽑는 데 적합한 제도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시험 점수뿐만 아니라 교내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노력을 같이 봅니다. 시험을 못 본 적이 있어도 그 자체로 심각한 흠이 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교내에서 마주하는 여러 상황 속에서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크게는 어떻게 살 것인지부터 교내 문화를 어떻게 바꿀지, 발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시험 점수가 왜 낮은지 등을 고민하고 방법을 찾고 이를 실행할 줄 아냐는 겁니다. 저 고백하건대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 시험에서 답안지에 아무것도 안 적고 낸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학생부종합전형 덕분에 대학에서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재에 대한 존중을 우선시한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이 가장 우수한 제도일 것입니다.


인재에는 대표적으로 지적 인재와 서사적 인재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서사적 인재를 키우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서사적 인재가 보다 능동적이라는 점, 성장할 줄 안다는 점, 다채로운 능력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지적 인재보다 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사적 인재를 존중하는 일이 곧 인간을 존중하는 일입니다.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사람들이 우리를 인재가 아니라고 평가하더라도 괜찮습니다. 다채로운 능력을 발휘해서 우리가 서사적 인재라는 사실을 보여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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