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20대가 되고 나니 종종 드는 생각입니다. 어른은 경계가 모호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어른이라는 범주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범주에 속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밝히려고 합니다.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죠. 일종의 날짜변경선을 그리는 일입니다. 태평양에 있는 날짜변경선은 일자로 똑바르지 않고 구불구불합니다. 일자로 그으면 한 나라 안에서 날짜의 차이가 생겨서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어른도 나이로 구분하면 혼란스럽습니다. 저마다 성숙해지는 속도는 다르니까요. 구불구불하더라도 진짜 어른을 구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검토해야 합니다.
어른의 개념은 일차적으로 '부모를 떠날 수 있음'입니다. 동물들이 다 크면 부모를 떠나는 것처럼요. 다만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와 교류합니다. 그래서 부모를 떠났는지가 아니라 부모를 떠나도 안정적으로 살아갈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봐야 합니다. 따라서 어른의 개념을 알려면 '부모를 떠날 수 있음'이 무슨 뜻인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저는 거기에 세 가지 기준이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 기준은 신체가 완전히 성장했느냐입니다. 무시할 수 없는 생물학적 기준입니다. 우선 이는 우리의 직관에 들어맞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이의 몸을 가지고 있으면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몸은 부모를 떠나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신체의 성장은 정신의 성장을 반영합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몸이 성장하면 뇌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지적 능력이 발달하거나 감정적 혼란을 겪는 것처럼요. 몸이 완전히 성장해야 지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더욱 안정될 것입니다. 그래야 부모를 떠나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겠죠.
두 번째 기준은 자신이 세우거나 검토한 일상적 규범만을 따르느냐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보통 부모 등 주변 어른들이 세운 일상적 규범을 따릅니다. '게임은 하루에 2시간만 해야 된다',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처럼요. 하지만 보통 청소년기에 이런 규범들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일어납니다. 이 규범들이 과연 따를 만하냐는 것이죠. 이때 자녀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규범을 부모가 고수한다면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정 기간 '규범의 상실'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규범들이 무너져 혼란을 겪는 것이죠. '꼭 10시에 자야 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오늘은 밤새워야겠다. 내일은 새벽 4시에라도 자야지.' 그러다 스스로 일상적 규범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아, 늦게 자니까 피곤하고 건강에도 안 좋은 것 같아. 이제 매일 12시에 자야겠다.' 이처럼 자신이 세우거나 검토한 일상적 규범만을 따를 때 부모 없이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겁니다.
세 번째 기준은 질문의 답을 찾아갈 수 있느냐입니다. 일종의 지적인 기준입니다. 보통 어린이들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질문을 많이 합니다. 누군가 대답해 주길 기대합니다. 하지만 부모를 떠나 안정적으로 살아가려면 질문만 하고 끝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어디 아파트를 사는 게 제일 좋을까?', '친구랑 싸웠는데 어떻게 화해하지?', '군대 어디에, 언제 가지?' 이런 질문들에 정답을 알려줄 수 있는 존재는 없겠죠. 정답이 있지도 않을 겁니다.
20살이 됐다고 다 어른은 아닙니다. 위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어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들은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한 것입니다. 같은 어른이라고 해서 똑같이 성숙한 건 아니겠죠. 이 기준들을 만족하더라도 덜 성숙해 보이는 어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자기 멋대로 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끊임없이 성숙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 글이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