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은 왜 여행하나요?

by 인문학도 최수민

요즘 주변에 보니 여행 가는 사람들이 진짜 많더라고요. 저도 여행 다녀왔습니다. 방콕···? 어쨌든, 그러다 보니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솔직히 여행 왜 가는 거죠? 여행이 늘 재밌기만 하던가요? 저마다 이유, 방식도 다 다르고 얻는 것도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직접 꾸려서 가는 여행보다 누가 가자고 해서 간 여행을 더 많이 갔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싫었다는 건 아니지만요. 우리의 여행이 더 즐거운 여행이 되려면 여행이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첫째, 여행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지적인 측면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행을 다니면서 수많은 장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평소에는 마주할 수 없던 장면들이죠. 이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 전통 춤의 춤선이라든지 컵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처럼요. 이미지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켈룰레라는 과학자가 뱀이 자신의 꼬리를 문 채 돌고 있는 꿈을 꾸고 벤젠이라는 물질의 육각형 구조를 밝혀냈다는 이야기처럼요. 여행 중 인상적인 이미지를 찾았다면 메모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둘째, 자신만의 속도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속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을 처리하거나, 밥을 먹거나, 말을 하거나, 심지어 걸을 때에도 자신만의 속도가 있죠. 하지만 세상은 이를 배려하지 않습니다. 세상 또한 그것만의 속도로 흘러갑니다. 이 속도에 맞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저는 뭐든 좀 느린 편이라 세상이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과제에 쫓길 때면 지칠 때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겁니다. 하지만 여행만은 우리 자신의 속도로 갈 수 있습니다. 학교나 직장의 속도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속도로 이동하고 쉬었다가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 따라다니는 여행은 그렇지 않겠지만요.


셋째, 질리는 것들로부터 잠시 멀어질 수 있습니다. 일상 속의 익숙한 일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질리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면 새로운 자극이 필요합니다. 잠시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일상 속의 익숙한 물건이나 공간에는 우리의 근심이 배어 있습니다. 싱크대를 보면 '설거지해야 되는데', 이불을 보면 '세탁소에 맡겨야 되는데' 같은 근심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이런 일이 쌓이면 아무것도 '나'와 관련이 없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습니다. 일종의 원심력 같은 것이죠. 익숙한 곳에 편안히 머물고 싶은 구심력이 있다면, 그곳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은 원심력도 있습니다. 여행은 이런 마음을 해소해 줄 수 있습니다.


어떤 여행은 즐겁지만, 어떤 여행은 허무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은 쓸모없어 보이지만 나중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이미지들을 모으는 데 집중해 봅시다. 학교와 직장의 속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속도를 되찾고 오는 데 집중해 봅시다. 익숙한 것들이 주는 근심들에서 잠시 벗어나는 데 집중해 봅시다. 이 세 가지 의미만 기억해도 진정한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빡빡하게 계획한 관광 말고 진짜 여행 말이죠. 좋은 여행 떠나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른의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