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라는 말의 함정
사실 좀 불만이 있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진 모르겠지만 글쓰기라는 말 자체에 불만이 있습니다. 글쓰기라는 말이 오해를 가져오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글쓰기가 글쓰기지 무슨 오해냐고요? 글쓰기를 올바로 이해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직접 글을 쓰는 일도 중요하고요. 오죽하면 대학에서 글쓰기 수업을 필수로 듣게 할까요? 일이나 과제를 할 때 글을 써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좋은 성과를 내려면 글쓰기에 관해 어떤 오해가 있는지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과격하게 표현하겠습니다. 막말로 글쓰기라는 말은 없어져야 합니다. 적어도 일상에서 글쓰기라는 말을 사용하는 비중이 줄어야 합니다. 대신 아이디어 만들기에 더 힘써야 합니다. 글은 수단입니다. 무언가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죠. 그 전하고 싶은 내용이 핵심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을 생성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합니다. 원래는 글쓰기라는 활동에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게 포함되어 있는 거죠. 그런데 글쓰기라는 말은 그런 의미까지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표현을 만드는 일로만 여겨집니다.
그런데도 왜 아이디어 만들기, 생각하기 같은 말보다 글쓰기라는 말에 치우치게 될까요? 글 쓰는 일은 눈에 보입니다. 글 쓰는 사람이 책상에 앉아서 펜을 쥐고 끄적거리거나 타자를 치는 게 눈에 보입니다. 종이에 적은 거나 문서로 만든 결과가 눈에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들은 다른 사람한테 알려주는 게 참 힘듭니다. 제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열심히 고민하고 있다고 합시다. '사랑이 뭘까?' 그때 누가 와서 뭐 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저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어, 나 사색해"라고 하기 뻘쭘하니까 "어, 나 글 쓰려고"라고 하겠죠. 글은 제가 시간을 날리지 않았다는 걸 분명히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표현을 만든다는 식으로만 '글을 쓴다'를 이해하면 글쓰기를 오해하게 됩니다. 멋있는 표현을 만들어 내는 일 따위로 이해하게 되는 거죠. 물론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표현을 만드는 건 중요합니다. 내용이 아무리 훌륭해도 전달이 제대로 안 되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볼 때 내용을 만드는 일이 표현을 만드는 일보다 한참 소홀히 여겨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표현을 만드는 일에만 치우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뻔한 얘기만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내용은 별로 발전된 게 없는 채 표현만 바꿔가면서 글을 쓰니까요. 또 불필요하게 어려운 표현을 사용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게 글을 잘 쓰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아이디어 만들기에 힘써야 합니다. 소중한 내용이 먼저 만들어져 있어야 비로소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표현을 위한 표현이 되지 않는 것이죠. '꿈은 이루는 게 아니라 이루어 가는 것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봅시다.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중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시로 표현하는 게 좋을까? 아니야 줄글로 설득력 있게 전하자. 저 생각의 근거는 뭐지? 어떤 예를 드는 게 좋을까?' 글쓰기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먼저 참신한 아이디어를 만들어야지 내용도 표현도 좋은 글이 될 것입니다.
글쓰기는 크게 내용을 만드는 일과 그 내용을 전달할 표현을 만드는 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글쓰기라고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이 표현을 만드는 일만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라는 말이 표현을 만드는 일로만 인식되는 것이죠. 저는 이것이 글쓰기라는 말의 함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를 눈에 보이는 글을 적는 걸로만 생각하게 되니까요. 좋은 글을 쓰려면 새로운 내용, 아이디어를 만드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글쓰기라는 말에 가려 이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