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걷는 거 좋아하나요? 생각보다 산책이 취미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괜히 뭐 타는 것보다 걷는 걸 선호합니다. 그래도 가끔 걷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걸으면 땀나고 다리 아프고 시간도 많이 걸리니까요. 걷는 거야 사실 언제든지 걸을 수 있는 거잖아요. 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걸음이 우리에게 뭔가 줄 수 있는 건 없을까요?
걸음은 우리가 몸소 느끼는 세상을 넓혀줍니다. 세상은 크게 '목적이 있는 공간'과 '목적이 없는 공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러 목적지가 있고 그 사이사이를 채우는 남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죠.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목적이 있는 공간에서만 생활하려고 합니다. 목적이 없는 공간은 교통수단을 활용해서 최대한 지우려고 합니다. 만약 버스, 지하철, 택시만 타고 학교, 집, 카페만 들리면서 산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엄청 좁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걸으면 목적이 없는 공간까지도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수업 듣는 강의실과 그냥 지나치는 분리수거장을 똑같이 존중할 수 있습니다. 몸소 느끼는 세상이 넓어지면 더 많은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걸음은 마음의 리듬을 알려줍니다. 바퀴 달린 탈것과 걸음은 작동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퀴 달린 탈것은 연속적인 흔적을 남깁니다. 바큇자국은 쉬지 않고 일자로 나니까요. 걸음은 띄엄띄엄 흔적을 남깁니다. 리듬이 있고 숨이 있는 것이죠. 이 리듬은 내 마음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급하면 걸음이 빨라지고, 마음이 여유로우면 걸음도 느려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죠. 탈것을 탈 때보다 걸을 때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 쉬워집니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모두가 걷는 것만으로 박수받고 칭찬받았던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첫걸음마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첫걸음마를 성공한 아기에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알 것입니다. 그 반응을 우리도 똑같이 받았다는 것이 잘 와닿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상상할 수는 있습니다. 어린 내가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 부모님과 어른들이 박수 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요. 걸으면서 이 상상을 떠올리는 게 때로는 위로가 될 거라 믿습니다.
우리는 이미 걷고 있습니다. 걸음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을 이미 받고 있는 것이죠.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조금 더 선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평소에 잘 안 걸었던 사람들은 시간 되면 한 번씩 걷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운동도 되고 교통비도 아낄 수 있으니까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상쾌한 공기도 마실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얻을 수 있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걸음이 다채로워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