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장면을 TV로 틀어줬습니다. 찾아보니까 2018년 4월 27일이네요. 당시에는 신기하다는 느낌이 다였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그날 남북정상회담에서 오연준 군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일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감상을 몇 가지 얻어서 나누고자 합니다. 물론 북한을 정치적이거나 역사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비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보다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감상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세요.
어린이의 힘을 보았습니다. 당시 오연준 군은 제주도에 사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남북의 정상이 만나는 아주 긴장된 상황에서 초등학생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훌륭하게 불렀습니다. 그리고 분위기는 부드러워졌습니다. 초등학생 대신 성인 가수가 노래를 불렀다면 그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우리보다 약하다고 여겨지는 대상 앞에서 경계를 푸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의 목소리가 그 힘을 보여준 것이죠.
음악의 힘을 보았습니다. 오연준 군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고향의 봄'을 불렀습니다. 특히 '고향의 봄'은 남북이 나누어지기 전에 만들어진 노래라 더 뜻깊었습니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이 있었고 그리운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남한 사람이든, 북한 사람이든. 적당한 가사, 적당한 박자, 적당한 멜로디 등이 어우러져 그런 마음을 자극했습니다. 음악이 감정을 자극하고 상상을 일으킨 것입니다.
저마다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오연준 군의 노래를 들으면서 소녀처럼 해맑게 웃는 김여정을 보았습니다. '그들도 사람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들은 우리와 싸워야 할까요? 그들이 지켜야 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명을 지켜야 합니다. 가족과 재산을 지켜야 합니다. 나아가 나라와 문화를 지켜야 합니다. 어쩌면 권력 따위를 지키기 위해 그들이 못된 마음을 먹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들에게 소중한 것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태어난 이후에 얻은 것이든, 태어나기 전부터 주어진 것이든 말입니다. 그것들을 최대한 안전하게 지키는 길이 독재와 군사적 위협이라고 잘못 판단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전쟁을 겪지 못했습니다. 군대도 다녀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하게 압니다. 오연준 군의 노래가 이를 더 분명하게 알려줬습니다. 그들도 웃을 수 있다는 것, 감정이 있다는 것,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 등을 말입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을까?'라는 질문은 현실이 더 비참하게 느껴지도록 합니다. 평화가 찾아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