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경험을 말하기보다는 경청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90년대생들은 즐거움과 유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이다. 그들은 일에서도 즐거움을 찾고자 한다. 불편한 현실도 갑갑하게 보지 않고 가볍고 위트 있게 보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그에 맞게 그들의 대화 형식 또한 유머와 생동감이 있다. 따라서 기성세대들과 나누는 대화가 자칫 무겁고 진지하다는 생각이 들면 기피하기 시작한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 유행하는 말이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이다.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고 있는 생각과 문화 속에서 과거의 경험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시킬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내 이야기가 고리타분하고 지겨운 이야기가 되는 순간 말은 힘을 잃는다. “나 때는 말이야~” 보다는 “너는 어때?” 로 상대의 의견을 물어보자. 그리고 상대가 답하면 “아 그렇구나, 내 생각은~~ ”으로 대화를 이어가도록 하자. 대화는 주고받아야 제 맛이다. 그들과의 대화 속에 나의 말이 일방적인 외침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자.
말하기 30% 듣기 6~70%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흔히 말 잘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말하기가 적극적인 행동이고 듣기는 소극적인 행동이라는 오래된 오해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말하기보다는 듣기가 인간관계의 초석이고 리더의 덕목임이 널리 인식되고 있다. 주변에서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로 존경받는 사람들을 보면 능란한 화술보다는 훌륭한 경청의 기술을 잘 갖춘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그들의 경청의 기술이란 남의 말을 무조건 잘 들어주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말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고무시키는 기술이다.
“제가 답변을 할 기회를 주십시오”
“시간이 없으니 증인은 내 말을 다 듣고 예스냐 노냐만 이야기하세요!”
최근 우리 국회에서 열리는 낯익은 청문회 모습이다. 청문회에 불려 나온 사람들은 고위직이나 현직에 있는 사람들로 그 사안에 대한 증인으로 불려 나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몇몇 의원들은 증인을 죄인 취급하면서 심문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청문회는 증인들의 증언을 듣는 자리가 아닌 의원들의 고성과 연설을 듣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은 청문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회사에서 자주 연출된다. 내가 말한 만큼 상대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임을 알지만 잘 실천하지 않는다. 신이 인간에게 입을 하나, 귀를 두 개 준 이유는 한번 말할 때 두배로 들으라는 계획이 있어서다. 그 계획이 실천되면 전체 대화중 듣는 분량은 3분의 2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질문은 핵심을 잘 짚어서 하고, 설명은 장황하지 않고 간단하게 전달해야 한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화제는 말 수를 줄이고 다른 사람에게 발언의 기회를 준다. 이렇게 30% 정도로 말 수를 줄이면 의도적으로 듣기의 수치가 6~70% 늘어나게 된다.
사원: “지시하신 대로 작성을 해보았습니다만.. 잘 안 맞는 것 같습니다 ”
상사: (모니터만 응시하며) “그걸 왜 못 맞춘다는 거지?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됐어! 나가봐 ”
사원:...... (무시할 거면 그냥 짜증을 내던지..)
직장 상사가 무시하는 것 같아 직장생활이 어렵다는 직원들이 생각보다 많다. 실제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상사가 죽도록 미울 때는 언제인가?’라고 물어본 결과 1위가 인격을 무시한 행동이나 말을 할 때(56.3%)라고 답했다. 반대로 부하직원이 미울 때는 ‘의무는 뒷전이고 권리만을 주장할 때(28.12%)가 1위로 꼽혔다. [ 더스쿠프 2015.10.29] 상사는 부하의 주장을 경청해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부하는 자신의 의견을 건성으로 듣거나 무시했다고 판단한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듣기 태도에 따라 나의 대화 스타일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듣기의 좋은 태도는 상대를 편하게 하고, 존중하는 느낌을 주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여러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한다. 다음은 경청의 수준을 5단계로 정리한 내용이다.
•경청의 수준
1단계: ‘무시하기’ 다. 정신을 다른 곳에 팔면서 듣기 때문에 서로 간의 대화가 되지 않는다. 다른 말로 배우자 경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TV를 보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흔한 부부의 모습과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중에 얘기해!”, “아까 뭐라고 했지?” 식으로 종종 대화를 가로막는다.
2단계: ‘듣는 척하기’ 다. 상대방이 보기에 듣는 척 제스처는 취하지만 머리로는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 역시 서로 간의 대화는 되지 않는 상태이다.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3단계: ‘선택적 듣기’다. 자신이 듣기 원하는 내용만 받아들이고 듣기 싫은 내용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이다. 따라서 내용이 왜곡되고 서로 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말을 툭 자르고 자기의 관심사만 질문한다. “그건 됐고, 이 부분만 설명해봐요” 권위적인 상사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다.
4단계: ‘귀 기울여 듣기’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서 듣는 단계로 말하는 사람이 느끼기에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단계 사람들은 상대방과 눈을 잘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 잘했네” 등 추임새를 넣으며 듣는다. 말하는 사람이 신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5단계: ‘공감적 경청’이다. 상대방이 말하는 것에 대해서 이유를 생각하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맥락을 추측하는 단계다. 마음을 다해서 듣는 단계이며 이때의 핵심은 상대의 감정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최고 수준의 경청법이다.
사실 경청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들이 노력해야 할 이유가 있다. 존중하는 태도를 가장 중요한 리더십 자질로 강조하는 미 조지타운대 크리스틴 포라스(christine porath) 교수는 존중을 당위적 존중(owed respect)과 획득적 존중(earned respect)으로 나눈다. 특히 당위적 존중(owed respect) 은 모든 구성원에게 동등하게 부여돼야 하는데 리더들이 이를 실천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경청이라고 말한다. 당위적 존중을 받지 못할 때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차별, 불신, 소외, 분노, 좌절 등 부정적인 것들이며 이런 감정을 느끼는 직원들에게 있어 수평적 소통은 원천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듣기를 위한 질문하기
경청의 좋은 점은 상대방에게 말을 많이 하게 함으로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 사람의 말에 관심을 갖고 듣다 보면 다음 화제를 찾아서 질문으로 이어갈 수 있다. 따라서 탄력적인 대화, 대화의 랠리를 이루기 수월해진다. 예를 들면 회사 홈페이지를 개편해야 하는 일로 직원들과 대화하는 두 경우가 있다. A처럼 리더가 자신이 결론을 먼저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B와 같이 이를 질문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A: “나는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B: “여러분은 홈페이지 개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먼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도 여러분과 같은 생각입니다 ” 또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제 생각은... "
B는 직원의 의견을 듣고 내 의견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설령 의견이 달라도 상대는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는 수평적인 소통의 시작이 된다. 또한 내가 전달할 내용을 질문으로 하게 되면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므로 ‘두배 듣기’가 자동 실천된다. 다음과 같이 듣기를 위한 질문들을 자주 사용해보자.
“이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 당신은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우리는 어떤 책임을 지게 되나요?”
“이 일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느낌은 어떤가요?”
“또 어떤 것들을 생각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