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깅 서른 한 번째
국내서 코로나 최다 확진자가 나왔다 한다. 코로나 이후 프리랜서로 일하는 나도 일감이 많이 줄었다. 주로 대면으로 하는 일거리가 줄었는데, 그나마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히 여긴다. 내가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시작한 게 2021년 12월인데, 팬데믹 이후 워낙 힘드신 분들이 많은지, 그간 두 달 남짓 서민들을 겨냥한 불법 사채 광고 명함을 정말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주웠다.
작년 12월 말에는 단 하루 집앞 골목에서만 단 5분여 만에 거의 100장 가까이 주웠다. 길바닥, 화단, 빌라 입구, 대로변 한 가운데, 동네 골목.. 왜 이리 많지 싶어서 보니까 오토바이나 자동차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길에 뿌리는 듯싶다.
동시대를 비추는 또 하나의 쓰레기. 어려운 이웃의 피를 빨아먹는 쓰레기. 오늘은 불법 사채 광고 명함 줍기 및 신고(서울시, 구청, 주민센터, 경찰서 신고)에 대한 기록입니다.
대부업체 원리금 이자나 불법 대부업체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바로 아래사진 밑에 정보가 있습니다.
이미 불법 사채 또는 고금리 사채 피해가 발생한 분들, 불법 채권추심을 받고 계신 분들은 이 글을 읽지마시고, 국번없이 1332(금융감독원 신고상담 전화)로 전화하시거나,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로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fss.or.kr/s1332/privateLoan/privateLoan0501.jsp
불법 사채 광고 명함 신고법 간단정리는 글 말미에 있습니다. (박스 표시)
불법 사채 명함을 뿌리는 오토바이, 차량을 목격해서 현장신고하려는 분들은 목격 장소에서 가까운 경찰서 지구대로 전화하시기 바랍니다.
(브런치에 이 글을 발행한 후 불법 사채와 관련된 여러 가지 검색어로 많은 조회가 있어서 위에 간략히 대응법을 정리해두게 되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늘어난 불법 사채(대부업체) 광고 명함
불법 사채 광고 명함. 내가 플로깅을 시작한 작년 2021년 12월 전보다 거슬러 올라가면, 2020년 가을 초부터, 심심치 않게 길거리에 떨어진 사채 광고 명함을 보긴 했다.
대부분 이자가 싸다고 광고하며 소액 대출을 해준다는 내용이다. 휴대폰 번호, 카톡 상담용 카톡 아이디가 적혀 있다. 절대로 이런 불법 사채를 쓰면 안 된다. 뉴스나 드라마 등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듯, 불법 사금융 업체 가운데는 무려 연 3000% 이자를 받아 악명높은 곳이 있기 때문이다. 불법 광고 명함에는 1만원을 빌리면 하루 300원 이자만 받는다면서 이상하게 현혹하는 곳마저 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이런 불법 사채를 쓰려는 힘든 처지에 계신 분이 계신다면, 절대로 그러시지 말고, 먼저 지자체 주민센터에 가셔서 긴급복지지원을 신청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위기사유가 발생했으므로 생계, 의료, 주거, 교육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등록 대부업체 법정이자율 연 20%
현재 등록 대부업체의 법정이자율은 연 20%이다. 2021년 7월 기존 24%에서 인하됐다. 요새 비판받고 있는, 제1금융권(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이자율과 비슷하다. (참고로,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이자가 이보다는 싸다) 여튼 계산해보자. 가령 100만원을 빌리면 연이자 20만원이니 한달 이자가 약 만 6천원, 날수로 계산하면 하루에 555원이 법에서 허락한 최고의 이자인 것이다. 이 이상으로 받으면 불법이다. 그러니까 1만원에 하루 300원 이자라는 광고 명함 속 문구가 얼마나 막 되먹은 소리인지! 절대로 이자가 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아주 비싼 고이자인 것이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고서 원리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나가는 경우, 내야 할 원리금과 법정 이자를 계산하는 방법은 <금융감독원 불법 금융 대응 이자계산기>와 <일수조견표>를 참조하면 된다. https://www.fss.or.kr/s1332/privateLoan/privateLoan050404.jsp
등록 대부업체란, 관청에서 영업허가를 받은 곳이다. 허가를 받지 않고 고이자를 받는 불법 대부업체는 <금융감독원 등록대부업체 통합조회 사이트>를 이용하면 바로 조회 가능하다. 참고로 이 사이트URL은 다음과 같다.https://fines.fss.or.kr/fines/plis/moneyLenderSearch/MoneyLenderSearch.getMoneyLenderList.do
불법 사채 유동광고물- 내가 신고에 나서기까지
2020년 가을에 처음 명함을 봤을 때는 뭐지 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플로깅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날 즈음, 동네서 보니 한 할아버지가 불법 사채 광고 명함만 줍고 있었다. 왜 수집하고 계시지 싶어서 알아보니 ‘수거보상원’이라는 공공근로 성격으로, 불법 광고물을 모아서 갖고 가면 구청에서 약간의 현금 등으로 보상해주는 제도가 있었다. 수거보상원으로 일하시는 할아버님의 손에도 많은 불법 사채 광고 명함이 들려 있었다.
플로깅 시작한 날부터 오늘까지 단 하루도 불법 사채 광고 명함을 안 주은 날이 없다. 그만큼 불법 사채 광고를 뿌리는 불법 대부업체가 워낙 많다. 불법 광고를 뿌린 대부업체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를 시험 삼아 조회해 보니(위 금감원 사이트), 죄다 불법 대부업체였다. 만에 하나 등록대부업체 광고 명함라 해도 길거리에 유동광고물을 뿌리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그래서 여기 브런치에 기록으로 남겨 글쓰기보다, 먼저 신고를 하고 나중에 상황이 완료되면, 기록을 남기는 게 급선무라 판단했다. 참고로, 대응법을 알아보고 관련 상황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기까지 한달여가 걸렸다.
지자체 민원으로 첫 신고
쓰레기를 주울 때 불법 사채 명함을 따로 모아두었다가, 작년 말에 민원으로 신고를 했다. 민원 신고 전에 앉아서 찬찬히 생각을 해보니, 불법 대부업체 광고는 작은 기초지자체보다 광역지자체에 신고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또 하나하나 불법 업체 광고에 대응하기보다는 대대적 범위의 단속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작년 12월 30일, 근절을 위한 단속을 위해 서울시 ‘민주주의 서울’ 사이트에 단속방법을 시민제안으로 넣었다. 이 제안은 50명 이상 시민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로그인을 해야 하는 과정이 있어서 번거로워서 아직까지 시민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보니까 이런 민원으로는 안 되겠어서, 구청 사이트(민원)에 내가 주은 불법 사채 명함 사진을 찍어서 올려서 신고했다.
민원을 넣고 나서 민원에 답을 준 구청 담당자 직원분과 통화를 하게 됐는데, 불법 대부업체 광고 단속은 서울시가 총괄이라 한다. 신고는 보통 서울시 응답소, 다산콜120, 서울시 앱 ‘서울스마트불편신고’ 중 골라서 한다고 했다. 12월 30일 내가 구청에 신고한 불법 대부업체는 대여섯업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업체들의 휴대폰 번호가 모두 삭제되었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불법 사채 광고 명함.. 이후 지난한 신고 과정
문제는, 이후에도 많은 난립하는 불법 사채의 광고 명함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청에 신고한 업체 휴대폰 번호는 지워졌지만, 다른 번호가 적힌 같은 디자인의 광고 명함, 혹은 같은 번호가 적힌 색다른 디자인의 불법 사채 광고 명함이 계속 뿌려져 있었다. 올해 들어서도 플로깅 때 많은 불법 사채 광고 명함을 주웠고, 이번에는 서울시 앱을 통해 신고했다.
구청에는 여러 민원 처리가 있으므로 계속해서 구청 민원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구청 담당자 분께 들은 절차도 있으니만큼 절차에 따라 신고를 하자 싶어서 였다. 서울시 앱이나 응답소를 통해 신고하면, 신고한 지역의 주민센터에서 담당자가 그 신고를 받아서 불법 대부업체 휴대폰 번호를 근절한다.
하지만 이렇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도, 이후 신고 및 불법 사채 광고 휴대폰 번호 근절을 위해서는 한 달여간 매우 지난한 노력이 필요했다. 나는 나름대로 내 시간을 할애해서 불법 사채 광고 명함을 줍고 일일히 사진 찍어 서울시 앱으로 신고했다. 그런데 정작 주민센터 직원분께서 불법 대부업체 광고 명함 휴대폰 번호 삭제 과정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
주민센터에서는 “불법 사채 광고 명함을 주으러 나가서 주웠다”고 했고, “불법 업체의 휴대폰 번호를 삭제할 권한이 (주민센터에) 없다”고 했다. 신고는 불법 대부업체의 광고 명함에 기재된 휴대폰 전화번호를 없애개 위함인데, 정작 주민센터 담당자는 그걸 알지 못했다. 명함을 주웠다고 신고한 위치(주소 정보)에 나가서 명함을 수거완료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불법 광고 명함을 주워달라는 게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구청 직원한테 내가 들은 불법 대부업체 신고 대응법을 주민센터 직원분께 하나하나 설명해야 했다.
“불법 대부업체의 불법 광고 삭제는 현재 서울시에서 하는데, 주민이 서울시 응답소에 신고하면 그 신고를 보고서 불법 대부업체 휴대폰 번호 정보를 모아 구청으로 전달하고, 구청에서 서울시로 전달해서 불법 대부업체 휴대폰을 삭제하는 시스템"이라 말씀을 드렸다. (입장이 바뀜.ㅎㅎ)
민원을 반복하다.
그러나 서너 차례 설명을 했는데도 주민센터 직원분께서는 잘 이해를 못하고 계시고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셨다. 그래서 “그러면 구청 담당과와 소통해보라”고 하니 그것도 꺼려 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구청 에 또 전화를 걸어 “주민센터 직원 분께 연락해 불법 대부업체에 대응하는 방법을 다시금 알기 쉽게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마침 담당자가 휴가중이어서, 구청의 같은 과 직원분께서 주민센터 직원분께 알려주시겠노라 했다. 그런데 이 답을 듣기까지, 참 통화가 힘들었다. 이 구청 직원 분은 “주민센터에서 알아서 처리하겠죠”라는 식으로 답하며 "바로바로 처리되는 수거보상원 제도가 있다. 주민센터에 (협조요청) 처리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더니 '왜 신고를 하느냐는 식'으로 좀 황당무계하게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휴가중인 담당자와 구청의 같은 과에서 근무하시는데, 본인이 일하는 과 담당 업무도 모르시는 거냐”고 반박해야 했다. 이런 반응은 상상조차 못했다.
지루한 입씨름이 오갔다. 부글부글 했지만, 내 목표는 내가 주은 불법 사채업체가 영업하는 휴대폰 번호를 정지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에, 목표에 집중해서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저와 이렇게 설왕설래하며 길게 이야기를 나눌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주민센터에 절차를 알려주시는 전화 한 통만 해달라. 짧게 2~3분이면 될 것 같다. 제가 전화를 드려도 현재 절차를 잘 이해를 못한다."고 말씀드렸다. 구청 직원 분께서 주민센터에 연락해주시기로 하고서 통화를 마쳤다.
휴, 하~~~그런데도 통화 후 구청 같은 과 직원은 여전히 주민센터에 연락을 취하지는 않은 듯 했다. 이후에도 이미 신고한 업체의 같은 명함을 계속해서 주워야 했던 것이다. 신고를 했는데도 불법 대부업체 휴대폰번호 삭제가 되지 않으니 계속해서 같은 명함들을 반복적으로 주웠다. (와우 설상가상으로, 이런 불법 사채의 불법 광고 명함에 더해, 어느 일주일 정도는 불법 도박장 광고물마저 뿌려져 있어서 이런 것도 주워야 했다. 플로깅은 정말 어려워^^!!!)
이런 과정을 거쳐, 휴가가 끝난 구청의 담당자를 통해 1월 내내 되풀이해서 우리 동네에 뿌려진 불법 대부업체의 광고 명함에 적힌 휴대폰 번호 모두를 삭제할 수 있었다. 세어보니, 총 12개 불법 대부업체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행정조치로 삭제시켰다.
또 거듭된 통화 가운데, 담당자분께서 알려주셔서 경찰서에도 신고를 했다. 경찰서 신고는 동네 지구대로 전화했다. 앞으로 지구대에서 불법 사채업체 광고 명함을 뿌리는 오토바이, 자동차 단속하기 위해 내가 플로깅하고 있는 동네에 나올 예정이다. 업체를 잡을 수 있을까? 불법 대부업체를 아무쪼록 근절하면 좋겠다.
지난한 신고 과정을 체험하며 알게 된 것들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 플로깅으로 거의 매일이다시피 불법 사채의 광고 명함을 줍다보니, 나날이 광고가 교묘하게 진화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카톡상담을 통한 빠른 대출 광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활용한 광고 명함. 특히 이런 불법 사채 광고 명함은 중고생들이 다니는 학원 근처나 20대 젊은이들이 자주 가는 우리 동네 가게 골목 곳곳에 뿌려져 있었다.
지금의 40~50대야 IMF를 거치면서 대부분이 불법 사채가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내몰 수 있는 것인지 훤히 알고 있지만, 젊은이나 청소년들은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름대로 다소 지난하고 어려워도 신고해서 단속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청년세대는 현재 40~50대보다 더하게, 세대내 격차(한 동일한 세대안에서 점점 더 커지는 불평등)를 겪는다. 불평등한 세상 속 청년시절을 지나온 한 세대로서 현재 심화되는 세대내 격차를 이해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나도 불법 사채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중요한 의문이 든다.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이런 돈노름에 돈을 대는 전주는 대체 누구인가? 얼마 전에도 연3000~5000%나 되는 이자를 받아온 업자들이 잡혔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과연 누가 돈을 대는지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과거 십여년 전 쯤에는 임대업을 한다고 내세우며 도박자금을 위한 사채를 대는 사람이 있다는 뉴스가 있다.
그보다 좀 더 15년 쯤 전에 법정대부업 이자가 39% 였던 시절의 뉴스를 보니, 전주는 검사, 경찰도 있고 심지어 사학재단, 더 놀랍게는 제1금융권 은행도 있었다.
불법 사채 광고 명함 신고법 간단 정리
1) 불법 사채 광고 명함을 사진 찍는다. (시간이 있다면 주워서 휴지통에 버리면 좋다)
2) '서울스마트불편신고' 앱에 불법 사채 광고 명함을 본 장소 위치와 1)에서 찍어둔 사진을 올리고 신고내용입력란에 "불법 사채 광고 명함 행정조치(이용정지)를 바랍니다."를 적는다. (앱 로그인 필요함)
또는 서울시 응답소(서울시 민원신청 사이트, 위 앱과 동일한 내용)를 이용해도 된다. (앱과 마찬가지로 로그인 필요함)
3) 나아가, 단속을 원할 때는 불법 사채 광고 명함을 발견한 장소에서 가까운 경찰서로 전화를 걸어 단속을 요청한다.
근본적인 불법 사채 광고 명함 근절을 위해
하지만 매번 이렇게 나처럼 개인이 지난한 신고과정을 거치며 노력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불법 대부업체를 신고하고, 그 광고대출상담 전화를 하는 휴대폰 번호를 삭제하기까지, 나의 인내심과 용기를 발휘해야 했다. 아래에는 나의 어려운 신고과정이 나와 줄줄이 나와 있는데, 이 글을 읽는 분께서 신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상급관청인 서울시(서울시 공정경제과)에 요청했다. 주민센터 담당과 및 구청 담당과 직원 전체 직무교육 및 안내 숙지 등을 앞으로 실시할 것이라 한다. (서울에 사시는 분들은, 위에 간단정리 해놓은 부분 참고하시면 누구나 쉽게 불법 사채 광고 명함을 신고하실 수 있습니다!~)
어려운 신고과정을 아래에서 짚어볼 텐데, 그 이유는, 앞으로 서울시 차원의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으로 단속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해서이다.
우선 통화를 되풀이하고 민원 제기 위한 민원 글쓰기 시간, 사진 찍고 올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일하면서 짬짬히 신고, 통화하느라 다소 피곤했다. 물론 신고자체에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앱을 통해 간편하게 신고를 해봤자 처리과정에서 주민센터 담당자나 구청 같은 과 직원이라도 정작 담당공무원 1명 외에는 그 절차를 모르고 있었다. 행정조치 과정을 내가 일개 시민으로서 관청에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줘야 하고 때로 입씨름조차 해야 하고, 경찰서에도 내가 신고해야 하고...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근본적 단속은 안되고, 신고 후 번호삭제에 그치는 행정조치가 아쉽다.
불법 대부업체 광고 명함이 뿌려진 문제는 주민들의 삶과 직결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팬데믹 이후는 더더욱 그렇지만, 누구나 갑작스레 한 순간에 어려운 순간을 한꺼번에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런 순간에 우연히 명함에 적힌 업체에 전화를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요새 나는 집에서 온라인 일하는 시간이 많고, 다행히 바빠도 짬짬히 통화할 시간은 있는 생업을 하기에 신고가 가능했고, 또 신고과정의 절차를 개선하는 데에 노력할 수 있었다. 체계적이며 적극적인 단속을, 시나 구청과 같은 지자체에서 먼저 나서서 할 수는 없는가? 워낙 불법 대부업체가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이니 힘들겠지만 코로나 이후 상황을 염두에 두고 불법 대부업체를 뿌리뽑는 행정단속을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불법 대부업체 신고, 단속 과정이 어렵고, 특히 지자체에서 적극적 단속을 염두에 두지도 않는 마당에, 누구나 다 이렇게 신고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적극적 단속을 바라고.. 그리고 진짜 돈 주인은 누구인지 정체가 궁금하다...
현재 서울시 각 구청에는 불법 대부업체 단속 권한이 없다고 한다. 서울시 민생대책팀에서 단속을 하지만 담당 공무원 인원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 날로 못되게 진화하는 불법 대부업체가 자동차 번호판을 가리고 불법 유동광고물을 뿌려대고 해서 잡기가 쉽지는 않다고 한다. 분명 쉽지않아 보인다.
근처 경기도 같은 지자체 등의 경우 적극적으로 단속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는 지자체서 금융감독원, 경찰서와 함께 불법 대부업체의 불법 광고물 배포를 단속하고, 등록한 대부업체더라도 300만원 이상 대출에 대해서는 이자 포함해서 대부업체의 위반사항이 없는지 관련 서류도 다 지자체에서 살펴본다고 한다.
서울시에서도 시나 구청 차원에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 위에서 내가 장황하게 관청과의 지난한 소통과정에 대해 쓰긴 했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공무원 한명한명의 태도 이런 게 아니다. 지자체 차원에서 먼저 나서서 적극적 단속, 근절을 목표로 하고 계획을 갖고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가 그리고 나아가 누가 전주인가 밝혀서 애초에 돈줄을 끊어버리는 것 등이 본질적으로 중대한 점 같다. (더 이상 불법 사채 광고 명함을 줍고 싶지 않아요!!^^)
불법 대부업체의 불법 유동 광고물에 대해, 지자체에서는 지자체 행정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 근본적인 일즉 불법 대부업체 단속, 근절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구청의 담당 과 직원이 수거보상원제도가 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수거보상원제도가 있다고 끝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수거보상원제도나 신고조차 사실 사후약방문이다. 물론 이러한 제반 사정도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계시고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도 많다. 그런데 결국 서울시의 현 대응체계로는 신고를 해서 혹여 발생할 피해를 막고자 하는 차원에 머물고 있지, 선제적인 차원에서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실정인 듯 하다.
날로 심화되는 격차 속에서 이런 거대한 돈놀이 흐름에, 한낱 개인은 무력할 수 밖에 없다. 공공행정은 공권력을 갖고 있으니까 근본적인 해법을 생각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단속을 한다고 해도, 진짜 중요한 문제는 불법 사채 고리대금의 전주가 누구인지 하는 문제일 것 같다. 그 정체를 끝까지 파헤쳐봐야 하지 않을까? 행정이든 언론이든 좀 나서서 자금줄을 찾아 밝히고 널리 널리 길이길이 전주의 정체를 알렸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힘든 여건에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런 와중에 하루에도 수천 수만장 길거리에 불법으로 광고 명함을 배포해서 돈을 버는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돈의 진짜 주인 인간(사인이든 법인이든)'은 대체 누구인지, 정체가 몹시 궁금하다. 왜 이런 보도는 찾아도 없는 거지...내가 알기로, 보통 개인이 명함을 제작하는데 드는 비용이 100장에 만~1만2천원 정도이다. 요즘처럼 대량으로 뿌리려면 엄청 광고비도 많이 들텐데 대체 돈주인이 누구죠... ??
코로나가 종식되는 때가 언제일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신고를 계속 해보면 좋겠는데, 신고까지 시간 내기 어려운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냥 여유가 있을 때 예를 들어 천천히 산책할 때, 한 두장이라도 줍거나 혹은 줍줍해서 휴지통에 갖다 버리면 좋겠다. 그리고 단지 행정에 다 맡기고 손놓을 문제가 아니고, 대체 돈 주인이 누군지 궁금해하며 알려고 하는 분위기도 형성되면 좋겠다.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인간의 돈 줄을 끊어버릴 수 있는 건, 결국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기도 하니까!!!
그래도...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사실 민원 신고를 쓸 때는 나 자신의 전화번호, 현 주소 등 개인정보를 다 써야만 하는데, 이것도 사실 꽤 많이 부담스럽다. 인내심에 더해 용기마저 필요하다.
얼마 전 수원시 권선구청에서 부패한 한 공무원이 흥신소에 주민정보를 넘겨 팔아서 큰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아마 기억하고 있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다. 흥신소를 통해 주소지가 유출된 한 여성의 어머니와 동생이 데이트폭력 가해자에 의해 끝내 살해당하고 말았다. 이런 뉴스를 들으니, 민원 제기 때 써야하는 개인정보가 좀 마음에 걸린다. 기우겠지?
최근에 세계적 환경단체 아바즈Avaaz의 캠페인 메일을 보니, 세상은 3.5%의 사람들만 움직여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노력으로서, 세상 사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단 3.5%의 인구만 비폭력인 방법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해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3.5% 인구라는 것은 사회변화를 연구하는 이들이 실제로 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과 사회운동을 살펴봐서 도출한 수치라고 한다. 바쁜 와중이고 내 시간도 아깝지만, 아바즈 메일 내용을 보니 좀 힘이 난다. 조금이나마 나도 세상에 힘을 보태며 살고 싶다. 서울시 주민 977만 명 중 딱 3.5%만 움직이면 된다.
*후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발행한 후 여러 차례 업데이트하며 내용을 약간씩 수정했습니다. 글을 발행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브런치 글 유입 키워드를 보니 '일수 불법 신고'가 벌써 들어와 있어서, 신고방법을 정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