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깅 60번째
동네 공원 앞 쓰레기터에 불법투기된 의자와 청소기 등등 사이에 끼어 있는 쓰레기들을 줍고 돌아선다. CCTV가 있어도 불법투기는 소용이 없다는 걸 이 쓰레기터에서 확실히 알게 된다. 이 쓰레기터에서만 10리터 쓰레기봉투가 금방 찼다. 봉투가 아주 조금 남아서 뭐 더 주울 게 없나 주변을 살핀다.
건너편 (공원 옆) 빌라 구석에 쌓인 쓰레기들. 그 사이에 흰 비둘기가 죽어 있었다. 올봄 꽃샘추위 때 먹을 게 없어서인지 스티로폼 조각들을 쪼던 비둘기 같다. 공원 근처에서 자주 본 비둘기 중 흰 비둘기는 이 한 마리뿐이다. 아마 맞을 것이다.
흰 비둘기 사체를 살펴보니 차에 친 것은 아닌 듯 온전하다. 왜 죽었을까? 모르겠다. 빌라 사유지에 있어서 신고를 못 하고, 그렇다고 내가 치우기에는 제법 커서 그냥 돌아섰다. 공원 앞 쓰레기터를 치운 사진이니 흰 비둘기 사진이니 찍었지만, 이 모든 게 다 나의 악취미 같기도 하고, 왠지 속도 상해서 사진을 싸그리 다 지워버렸다.
이게 지난달 일이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라”는 말(by 비트겐슈타인)을 죽 생각했다.
미리 집에서 받아놓은 물통을 들고 지난봄에 동네 화단에 심은 맨드라미에 물을 주러 나간다. 맨드라미 싹이 잘 트지 않아서 애를 태웠는데, 제법 많이 자랐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맨드라미 화단에도 그렇고, 주변에도 그리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
화단에 버려진 음식물을 치우고 심은 맨드라미 씨. 500원에 씨를 사서 심었는데, 맨드라미가 물을 아주아주 좋아하는 식물이라는 점은 물을 주면서 알게 됐다. 올해 가물어서 키우기가 만만치는 않았다.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페트병 두 병에 받아둔 물병을 들고 나가서 물을 주고 있다.
맨드라미가 자랄 때 캔이며 마스크며 개똥이며 버린 사람들이 있었다. 이때는 피식 웃고 줍고 말았는데, 엊그제는 쓰레기를 줍고 있는 사이 그 잠깐 새에, 물을 채워서 무겁게 들고나온 페트병을 몰래 집어가버린 사람이 있었다. 이때는 정말 화가 났다. 맨드라미는 여름에 꽃이 핀다는데, 아직 피지는 않았다. 꽃 피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지난달에 흰 비둘기 말고도 길에서 참새의 사체를 보고 지나쳤습니다. 6월에 새 사체를 두 번 봤는데 그냥 지나쳤고 그래서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침묵하라는 말을 생각했고 맨드라미가 빨리 피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2022년 7월 11일 친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처음에 브런치에 올린 글에는 친구의 죽음을 언급했는데 이 부분은 그냥 제 일기에만 보관하기로 하고, 글을 수정하며 삭제했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