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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호 작가 Dec 02. 2022

수백과 소주

노동소득<사업소득<투자소득

낯선 소리에 잠을 깬다.

가만히 귀기우려 무슨 소리인지 기억속의 비슷한 소리와 맞추어 본다.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눈을 뜨고 낯선 방을 확인한다.

순간 모든것이 맞춰지며 기차 소리라는걸 알게 된다.

아..기차역 옆 호텔이지?


익숙하게 네이버 지도 앱을 키고, 주변 아침을 하는 식당을 검색하지만 항상 선택은 돼지국밥이다. 아침식사로 어제 마신 술 해장으로 그만한게 없다. 부산에 와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에 나는 부산에 오면 항상 아침은 돼지국밥이다.


국밥집 문을 끼익하고 소심하게 열고 들어간다. 아침에 낯선곳에 아는 사람이 있을리가 만무하지만 마치 아는 사람을 찾는듯 두리번 거리며 구석 자리를 찾는다. 4명의 무리 옆을 지나친다. 새벽 장사를 하는 사람들 같다. 새벽일을 마치고 온 사람들의 얼굴에 피곤이 묻어 보이지만 왁자지껄 한걸 보면 하루벌이가 괜찮았나보다.


구석 자리가 없다. 중간 자리에 앉아 그냥 돼지국밥을 시킬지 섞어를 시킬지 고민을 하다가 수백을 시켰다. 매번 겪는 고통이다.

간단히 나오는 찬을 받아 보니 희여멀그만 깍두기가 맛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첫 젓가락은 깍두기다. 내가 틀렸다. 맛있다. 무의 단맛이 시원하게 빠져 나온다.


아까 들어 올때 부터 등돌리고 혼자 앉아 식사하는 분이 눈에 계속 들어 온다. 보니 그도 수백을 시켰다. 수육을 겨자간장소스에 세심히 담그고 입으로 가려는 줄 알았는데 왼손에는 소주잔이 들려 있다. 가득 따러진 소주잔을 입으로 가져가 한숨이 들이킨다. 그리고, 정성껏 준비해둔 수육 한조각을 함께 넣어준다. 캬~ 맛있겠다.


어제 만취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또 소주가 맛나 보이다니 알콜성 치매인가?


이제 내 수백도 도착 했다. 국물이 뽀~얏다. 한입 후루룩 조금 맹맹한듯 하지만 가미되지 않은 단백한 맛이 있다. 고추가루가 간간히 섞인 부추를 국밥에 한접시 다 넣고 휘휘 저어준다. 돌돌 말린 국수도 국물에 투척하고 다시 휘휘 저어 준다. 젓가락이 위아래로 좌우로 쉴새없이 움직인다. 그러고 한 젓가락에 국수를 다 담아 입속으로 가져 간다. 항상 국수는 아쉽다. 더 먹고 싶은 욕망이 강하지만 욕심내어 여러개 넣어 먹어 봤지만 그냥 한개 넣어 아쉬운 맛과 함께 먹는게 제일 맛있다.


입에 다 때려 넣은 국수가 뜨거워 어쩔줄 몰라 고개를 들고 외부공기를 입 안으로 주입하려 노력 해본다. 후후후...하하...애도 아니고 참나..

그런데 한곳에 시선이 꽂힌다. 아까 그가 울고 있는것 같다. 국밥이 뜨거워 콧물을 훌쩍 거리는 줄 알았는데 고개를 숙이고 훌쩍이고 있다. 뭐지..이새벽부터 혼자 수백시켜서 소주와 함께 맛을 즐기는줄 알았는데 반전이다. 그가 울다 말고 소주잔을 다시 기울인다. 소주병이 소주잔에 긁히는 소리가 내 고막도 긁는다. 무슨일인지 물어 보고 싶다. 앞에 앉아 속이야기 좀 덜어내고 나면 편하실까?


절대 저 소주가 한잔 먹고 싶어서는 아니다.  사실은 그것 때문일 수도 있다.


그가 갑자기 유투브를 켜더니 음악을 튼다. 가사가 없는 경음악이다. 클래식도 아니고 그냥 BGM이다. 혼자인게 싫어서 일까?누구라도 앞에 있었으면 하는 바램일까?음악은 왜 트는 걸까? 그러곤 다시 소주 한잔, 수육 한입, 눈물 한방울.. 무한 반복 될것 같지만 소주도 한계가 있고, 수육도 접시에 나온 갯수가 있다. 그치만 슬픔을 소주 한병 비운것 처럼  비울수 있을까?


슬픔이 정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그가 일어선다. 갑자기 호탕한 목소리로 "아줌마 계산해 주이소~!!" 화면 진행에 기대와는 너무나 다른 호탕한 목소리의 등장에 내가 눈이 똥그래 졌다. 울던 사람 맞아? 슬픔은 어디갔지?

뭔노래를 틀어 놨나는 아줌마의 물음에 씨익~하고 웃더니 대답도 없이 그냥 문을 열고 나가는 그의 뒷모습에 여전히 풀리지 않은...영원히 풀지 못할..그러나 구지 알필요도 없는 남의 인생이 그렇게 떠나 갔다.


43세때 벌어 들이는 노동소득이 가장 높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감소하다가 63세가 되면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나가는 지출이 많아지며 마이너스 인생을 살게된다는 기사는 하루종일 내 머리속을 장악했었다. 아직 만으로 43세니 괜찮아..또는 노동소득만 볼때는 그렇지 사업소득 또는 투자소득을 가지고 이야기 한거는 아니지 기사에 어패가 있네..라고 생각 했다. 43세가 지나면 몸이 노쇠화 되는 것도 사실이고 노동소득 이외의 다른 소득이 없으면 언젠가는 마이너스 인생이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사남매를 키우며 소비되는 돈의 두께가 늘어나는 속도를 감안하면 만일 내가 노동소득이 유일한 소득원이라면 나의 노동소득의 감소 그래프는 더 가파를 것이라 예상된다. 이렇게 보면 노동소득외의 수입원을 무조건 만들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란걸 알게 되었다.


어제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들 중에도 사업소득, 투자소득의 이야기들이 많았다. 대부분 그렇게 되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될것 같다고 생각하고 말을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게 쉽지 않다. 정말 생각을 많이 하고 실천 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게 행동 하더라도 실천해서 실행으로 옮긴것과 그 문턱에 있는 것과는 흑백 또는 0과1처럼 극명히 다른 위상이라는걸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실천에 옮길수 있을까? 를 고민하면 될것 같지만 이것 또한 여전히 0의 위상에 있다는걸..생각만 하다가 말면 그냥 0이라는걸..

1을 꼭 만들어 보겠다~!


아마도 저분의 소주를 내가 먹고 싶었던가 보다.

덕분에 잘 마셨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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