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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호 작가 Dec 12. 2022

한라산 등반

지리산과 비교하여..

들어 가기 전에 한라산은 1,947m 지리산은 1,915m 이다. 


한라산 백록담 등반에 가장 강하게 남은 여운은.."잉? 벌써 다왔어?"였다. 

개인마다 체력 조건이 다르니 산에 오르는 느낌이 다를 수 있지만, 1900미터가 넘는 산에 올랐는데 뒷산 오른것 같은 느낌은 고통이 빨리 끝났다는 행복함 보다는 싱거움이 주는 아쉬운 느낌이 크다.  


서울에서 3시 비행기를 탔다. 제주 시내 노형동에 숙소를 대~~충 하나 잡고 담날 산에 함께갈 지인과 어슬렁 어슬렁 주변에 배를 채울 곳을 찾아서 "숙성도"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 했다. 


술을 한잔 걸치고 싶었지만, 내일 한라산 등반이 걱정이 되고 연말에 연속된 술자리에 내속 상태가 말이 아니라서 서로 눈치를 보며 술을 하산후 먹자고 도원결의를 하였다. 


근처 이마트에 들러 만원짜리 헤드랜턴을 하나 샀다.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너무 판타스틱한 일정을 소화한 이유로 집에 버젓이 있는 헤드랜턴을 챙겨야 한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정말 죽지 않을 정도의 짐만 싸서 왔기 때문이다. 


숙소로 돌아와 지인은 새로 산 침낭이라며 침대 위에 다소곳이 침낭을 펼쳤다. 보온기능이 최고라며..난 비박할것도 아닌데 짐 되게 뭣하러 가져왔냐고 핀잔을 줬지만..내가 샀어도 성능을 체험하고 싶었으리라 싶다. 다만 호텔방 안에서는 아니지 않았을까?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지인은 침낭 속에서 자다 너무 더워 한 시간도 못 버텼다고(?) 한다. 당연하지 호텔방에 히터는 뭐 가만히 있었을까? ㅎㅎ


일찍 잠을 청한 우리는 다음날 4시에 일어 났다. 어제 산 생우동을 둘이 하나씩 먹고 택시를 불러 성판악으로~! 도착 하니 5시20분..아무도 없다. 6시에 입산인데 어디 들어가서 잠깐이라도 졸아 볼까...했지만 그냥 스트레칭으로 시간 때우기. 


6시 미리 받아온 QR코드를 찍음과 동시에 정상으로 등반이 시작 되었다. 기록 경기도 아닌데 괜히 앞서 가는 사람을 따라잡으려 하니 나도 모르게 숨이 차다. 


해가 어스무리 떠오르는 것 같다..속밭대피소에 도착(7:02분) 그리고 무려 화장실에 10분이나 있었다는 건 비밀..ㅎ  그냥 막 걸어가니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8:29분) 밥을 먹을까..고민을 하다가 백록담을 찍고 다시 내려 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침에 먹은 우동이 뱃속에서 뿔어서 뭘 먹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음엔 아침을 안먹고 그냥 오는게 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행 여부는 아주 낮을것 같다. ㅎㅎ 시간에 상관없이 아침을 너무나도 잘 챙겨먹게 태어나 버려서 ㅎㅎ


여기서 부터는 산모자를 벗어나서 아래의 경치가 보인다. 자꾸 아래를 쳐다 보게 되는건 내 체력이 바닥이 나서가 아니라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라는 핑계..는 핑계..ㅎ


아~~~힘들다..


그런데 고개를 들었더니 도착을 해버렸다.(10:00) 연말 내 몸뚱이로 소주로 담그는 것도 아닌데 술로 보낸 과거를 걱정하며 백록담에 오르지 못할까봐 걱정 했었는데 다행히도 정상등반에 성공 했다. 내려 가는것도 중요하지만 내일 다시 한라산에 올수 있을것 같은 자신감도 생긴다. 물론 자신감 뿐이다. 담날은 올레길 10코스가 예정되어 있다. 


다시 성판악으로 하산하니 (2:00) 지인은 등반수료증이 필요하다며 구지 돈을 내어가며 증서를 출력하고, 난 쓸데없다는 생각을 하고 주차장에 있는 택시를 타고 사계해변 근처 숙소로 이동했다. 


한라산을 등산하면서 느낀건..날씨만 이렇게 좋으면 관악산이나 불암산 보다 오르기 더 좋다고 생각된다. 안내 표지판 잘되어 있고, 계단 잘되어 있고..


역시 나의 사랑은 지리산이다. 구례화엄사에서 부터 노고단까지 오르며 숨이 몇번은 넘어가는줄 알았고..삼도봉...반야봉 봉긋오른 모습, 구름들이 층층이 마치 신선이 그려놓은 그림을 내가 신선처럼 감상 하는 멋진 장관을 보고, 지금은 못하지만, 소주 패트 한병만 있어도 장터목에서 전국 팔도 산해진미 안주와 맞바꿔 먹을수 있는 정감이 있는 지리산..산을 오를때 중간 중간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것이 산이고 인생인데 어찌 한라산은 비정상처럼 오르막만 그리 쭉~! 있는지 세상에 성공한 사람들이 나 잘났쏘~! 하고 말하는 것같은 산이라 정이 안간다 ㅎㅎㅎ


그래도 서울서 지리산 가는 것보다는 저렴할때 비행기타고 쏭~날아와서 맛난거 먹고 잘 노는 멋쟁이들이 좋아 할만한 산인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다음엔 지리산 종주를 하려고 한다. 

어머님 같은 산..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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