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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호 작가 Jan 10. 2023

두 명의 아들

다름을 인정하는 지혜~! 내 말은 다 옳다는 편견~!

우리 집엔 아들이 두 명 있다. 

큰아들은 용돈을 모아 꽤 자주 가족 야식비를 '쏴'주셨다. 어디서 그렇게 돈이 생기는지 큰아들의 플렉스에 나도 가끔씩 놀란다. 멋진놈~!

그런데 작은 아들들은 같이 용돈을 받아도 돈 쓰는데 인색하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저도 사고 싶은데 지금은 지갑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 안되겠네요!"이다. 플랙스를 일삼는(?) 큰아들도 지갑을 들고 다닌 적이 없다. 큰아들이 플랙스를 외치면 항상 비용은 부모가 먼저 지불하고 나중에 집에 가면 자신의 용돈 봉투에서 말하지 않아도 꺼내어 바로 돈을 갚는다. 형제가 이렇게 다른가? 

한 녀석은 가족에게 치킨을 쏘며 플랙스를 하고, 한 녀석은 돈을 모아 나에게 주식을 사달라 한다. 

생긴 것도 한놈은 길쭉하고 한놈은 똥그랗고!


그런데, 한배에서 태어난 아이가 다를 수 있음에 대한 인식이 최근에 생겼다. 형제면 비슷한 점이 더 많아야 한다는게 나의 고정관념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쌍둥이도 성별부터 다를 수 있고, 성격도 다른 쌍둥이도 많다. 그런 걸 보면 1년 2년 시차를 두고 태어난 아이는 다른 것도 당연하다. 


우리 집에도 아들이 두 명 있었다. 

큰아들은 용돈을 받으면 항상 책상 서랍에 넣어 두고, 얼마가 있는지 세어보지도 않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어 썼다. 작은 아들은 가끔씩 옷이며 자전거며 자신이 원하는 걸 사 왔다. 큰아들은 주로 먹고, 마시는데 소비를 했고, 작은아들은 물건에 소비를 했다. 


큰아들은 심지어 동생이 자신의 서랍 속 돈을 가져가서 쓴다는 것도 대학생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것도 동생이 말해줘서 알게 되었고, 그간 얼마가 털렸는지 세어놓지 않았기에 알 수도 없다. 어릴 때 멋지게 차려입은 동생 옷의 팔한짝, 신발의 밑창 정도는 나의 것이였던 거다. 생각하면 분하기도 한데, 돈 개념 없었던 내 모습을 너무 잘 드러내는 일이다. 


나는 그 집의 큰아들이었다. 그리고, 형제는 같은 구석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우리 둘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앞서 말한 돈개념이나 소비 패턴이 다르고, 생긴 건 뚱뚱하고, 말랐고, 격렬한 운동을 싫어하고 한 명은 철인 3종경기 선수를 했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으라 하면 차라리 죽음을 달라하고, 어렸을 때 큰아들은 조잘조잘 엄마랑 수다를 잘 떨고, 엄마는 작은놈 속을 알 수가 없다 하실 정도로 부모와 대화가 없었고, 커서는 큰아들은 아버지와 대화가 잘되고, 작은아들은 아버지와는 여전히 말이 없지만 엄마와 더 친하다. 


한동안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같은 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같이 미팅을 들어 잔적이 많다. 이름이 한 글자만 다른데도 주변 사람들은 우리가 형제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생김새가 너무 다르고, 풍기는 분위기도 많이 달라서 였을꺼다. 평소 평판이 좋지 않던 협력사 직원이 나를 까는 말을 한참 동생에게 했는데, 동생이 그에게 "저의 친형입니다."라고 말해서 협력사 직원이 어쩔 줄 몰라했다는 에피소드는 가끔 우리 형제가 얼마나 다른지를 이야기할 때 자주 꺼내는 말이다. 


그런데, 형제로 산지 40년이 넘어서 이제야 다름을 인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껏 같은 점을 찾으려고 할수록 그렇지 않은 다른 점만 많이 찾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원래 다른 거다. 한배에서 한날한시에 같이 태어나도 다른 게 당연하다. 이제야 알겠다. 

그동안 나는 동생에게 왜 나와 다르냐고 핀잔을 주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왜 그러냐고?(형제면 생각이 같아야 하지 않냐는..) 40년 넘는 세월 동안 너무나 말도 안 되는 강요를 했다는 생각에 동생에게 참 미안한 마음이다. 원래 다른 게 당연한 건데..


또 하나의 고정관념이 깨어진다. 매일 깨진다. 매일 깨닫고 반성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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