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영상을 보면 큰 나무들이 줄을 지어 쭉~~ 길게 늘어진 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푸르른 평원과 나무는 카메라를 들고 셔터만 누르면 누구나 전문 사진사가 찍은 것 같은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게 해 준다.
산에 자주 가는 나로서는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몸과 마음의 힐링이 되어 준 적도 많다.
그런데 언젠가 누구에게 나무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무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달라졌다.
공원을 조성하듯 계획하에 지어진 숲이 아닌 이상 나무가 처음 자라게 운명 지어지는 장소는 홀씨가 떨어진 그 자리 일 것이다. 그 자리는 이미 다른 나무들이 자라는 곳일 수도 있고 마침 떨어진 홀씨가 처음일 수도 있다.
땅에 떨어진 씨앗은 싹을 띄우고 세상 밖으로 처음 나오게 된다. 만약 이미 자리를 잡은 나무들 사이 그늘에서 시작한 씨앗은 적절한 태양빛을 받지 못하면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 늦게 싹튼 씨앗에게 자신이 받을 태양빛을 나누어 줄 법도 한데 자연은 그것을 허락지 않는다. 심지어는 일정한 햇빛과 양분을 받지 못하는 씨앗은 전혀 싹이 트지 못할 수 도 있다.
아~ 저 아무 생각 없이 서있는 것 같은 나무도 자신의 가지가 더 풍성해지길 끊임없이 갈구하는구나. 그냥 서있기만 한 게 아니었다. 하물며 저 나무도 그런데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 욕심꾸러기들의 세상인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얼마 전 한 회사 영업 이사로 있는 지인을 만났는데 회사를 그만 다니던지 해야겠다는 푸념을 나에게 늘어뜨렸다. 그는 회사의 2인자의 신임을 받으며 승승 장구 했는데 회사 1인자의 믿음은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회사 1인자의 간섭이 심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이제는 더 이상 안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상황을 다 아는 다른 이에게 영업이사가 회사를 그만 둘지도 모르겠다며 말을 전하니,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는 나와 상황을 전혀 다르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영업이사가 절대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의 요지는 욕심 있는 자가 더 욕심을 부리고, 가진 자는 가진 것에서 더 붙여 가져 갈려고 하지 내가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걸 잘라내고 절대로 새롭게 시작하지 않을 거라는 거다. 회사의 이름값이며 회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들이 가치가 얼마인데 자기 주머니에서 돈을 내어 가며 독립은 하지 않을 꺼라 했다.
사실 나는 그렇게 힘들면 적당히 포기하고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독립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의 강력한 어조에 설득당하고 말았다.
나무는 아낌없이 다 주는 따뜻하고 너그러운 존재로 여태껏 여겨져 왔다. 좋고 선한 존재만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먼저 자리를 잡은 기득 세력이 늦게 따라오는 사람들이 올라탈 사다리를 치우는 것과 같은 요즘 세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씁슬하면서 내가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 왔구나. 그래서 큰 돈벌지 못하고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그리 마음이 좋지가 않다.
나는 물러터진 순두부 같은 놈인가? 도대체 얼만큼 더 다져져야 세상의 이치를 알고 돈이 란 걸 좀 벌어 볼까? 이런 생각을 여태 해왔기에 돈이란 것을 쓰고 남을 만큼 벌지 못한 것인가?
맨날 이런 고민이다.
나이 사십이 넘어 돈 없다는 투정이 나 스스로 지겹게 느껴 진다. 예전에 자각없이 소비를 하던 내 모습 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 자위 해보지만 채워 지지 않는 금전적부족에 마음 한구석이 허망한건 마찮가지다.
에휴~! 어떻게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