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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호 작가 Jan 18. 2023

삶 속에 좋은 루틴의 중요성

차털이 당해서 300 잃은 사연

4시 50분 알람이 울리는지 귀가 쫑긋이다.

울림과 동시에 "헛차~!" 일어난다. 이불 양끝을 잡고 하늘로 번쩍 들어 올려 기똥차게 침대 위에 딱 직각으로 올려놓는다. 화장실에 한번 들렀다.

보이차를 두 잔 연하게 내려 나와 아내의 큰 머그컵에 담는다.


6시 30분까지 룰루랄라 글을 한편 쓰고 글벗님들 쓰신 글에 댓글도 달고 서로 소통하며 새벽부터 분주하고, 즐겁고, 글을 읽으며 킥킥 거리며 웃기기까지 한다.


6시 45분 "다녀올게~" 한마디 외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수영장으로 향한다. 40분에 출발하면 주차장 자리가 없다. 50분에 출발해도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 딱~! 45분에 출발해야 6시 반 수강생들이 빠지는 스팟에 여유 있게 주차할 수 있다.


8시까지 "어푸어푸" 수영을 하는 건지 해엄을 치는 건지 아니면 수영장 락스물로 몸을 장기까지 소독하는 건지 물속에서 난리 법석이다. 수영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 신기하게 아침에 일어나 감기기운이 있거나 어제 숙취가 심하거나 할 때 잠을 좀 더 청할 때와는 다르게 수영을 다녀오면 씻은 듯이 낫는다. 나에게는 신통방통한 민간요법이다. 코로나 때도 독감유행도 수영장 락스물에 다 소독되어 죽는 것이 틀림이 없다~!


8시 18분 샤워를 하고 몸과 마음이 힐링되어 집 앞에 주차를 한다. 1월 초 새벽바람이 아직은 차지만 수영장에서의 열정이 새벽 찬 바람과 교차하며 나의 온기를 전도한다~! 이마에 송글솔글 작은 땀방울이 금방 시원해진다. 차에서 폴짝 뛰어내리며(절대 다리가 짧아서 그런 건 아니다~! 독자에게 생생하게 나의 행동을 묘사하기 위한 배려의 마음이 있어서 이다. ㅠㅠ 구차하다 ㅠㅠ) 아무튼 뛰어내리며 조간신문을 우체통에서 빼어 왼쪽 옆구리에 들려 낀다. 이 시간에 공동 현관을 들어가면 항상 만나는 두 분과 반갑게 인사를 건네지만 그분들은 심드렁하다. 수영을 안 다녀오셔서 그렇다고 나 혼자 생각한다.


8시 20분 집에 들어오면 아내가 버선발로 뛰어나와 격하게 안아 준다. 아마도 운동하고 온 내가 대견한가 보다. 내가 뭐 자기 아들 냄인가? 모든 것이 활기차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가 몸에 가득 차있음을 느낀다.      


아침에 내가 하는 루틴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좋은 루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내가 하는 것 중에 나쁜 루틴도 많다. 예를 들면 아내가 해주는 음식만 보면 술생각이 난다. 모든 음식이 거의 그렇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아내의 음식들이 술을 부르는 안주류에 가까운 것인지 헷갈리지만 난 항상 막걸리, 화요, 와인, 위스키를 한잔만 먹겠다 말하고 아내의 허락이 떨어지면 항상 한잔이 두 잔 되고 한 병이 두병이 된다. 안 좋다.


그런가 하면, 나는 자동차 문을 잠그지 않는다. 언제부터 생긴 습관인지 알 수 없으나 자가운전을 시작하면서 거의 차문을 잠근 적이 없는것 같다. 차키 항상 차에 두고 내린다. 그런데 얼마 전 차에 꽤 큰 액수의 상품권을 두고 내린 적이 있다. 도둑들은 정말 대단하다! 돈냄새를 맡는 것인지 그날 딱 내차를 열어 장소도 정확하게 한 번에 상품권을 집어 갔다. 차털이를 당한 거다. 관할경찰서에 신고를 했지만, 담당자들의 말이 너무 웃기다. "우리 동네에서는 최근에 차 털이가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얼마나 조용하고 살기 좋은 동네인데. 다른 데서 당한 거 아니세요?" 마침 고향에서 올라와서 없어진 것을 알았으니 경찰관 말이 맞을지도 몰라 5일 치 블랙박스 영상을 며칠밤을 새며 몇 번씩이나 돌려 봤다.

경찰이 블랙박스를 같이 보며 범인이 있는지 봐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시라. 안 해준다. 우리의 민중의 지팡이님께서는 아주 바쁘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 동네는 차털이가 없단다.


그런데, 이를 어째? 찾았다.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온 한 남자가 내 차에 올라타고 블랙박스 영상 속 음성에 상품권을 넣어둔 봉투를 바스락 거리며 쾌재를 부르는 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럴 리 없다던 경찰관에게 연락하니 정말로 귀찮아한다. 지난 추석 때 일이고 내일모레면 설날인데 범인을 잡지 못했다. 가끔 관할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란 문자가 오히려 범인을 찾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은 일도 없고 잊을만하면 한 번씩 잃은 돈을 상기시켜 가슴을 후벼 파는 고통을 만든다. 여간 괴로운 게 아니다. 


뭐 차문을 잠그지 않는 나쁜 루틴을 이야기하다가 우리의 민중의 지팡이중의 극히 일부가 아주 바쁘시다는 이야기로 넘어가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 일관된 주제를 벗어나는 건 안된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차문을 잠그지 않는 것은 나쁜 루틴이 되었다. 상품권을 잃기 전에는 엄마의 극대노에 집에서 쫓겨난 아들이 잠시나마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 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쫓겨나면 알 짤 없이 밖에 서있어야 한다. ㅎㅎ


하루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 진다. 그 시간의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 의지도 믿지 말아야 한다. 세상세서 제일 나쁜 루틴이 계획만 세우고 본인의 의지만 굳게 믿는 거다. 의지는 나를 실망시키려고 세상에 태어난 아이다. 의지를 불태우려면 잘 짜인 시스템 또는 루틴에 넣어야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좋은 루틴이 정말 중요하다.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내 몸이 채워지는 것처럼 어떤 생활로 일생을 채웠는지에 따라 내 삶도 채워진다.

   

다들 좋고 나쁜 습관은 무엇이 있는가? 다가오는 구정을 기점으로 좋은 습관을 내 인생에 하나 추가하고 나쁜 습관을 하나 빼보는 건 어떨까?나는 지난 추석때 잃은 돈을 잊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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